<시로 여는 한주일>
감사와
행복
이해인 시
내 하루가 처음과 마지막 기도
한 해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
그리고 내 한 생애의 처음과 마지막 기도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되도록
감사를 하나의 숨결 같은 노래로
부르고 싶다
감사하면
아름다우리라
감사하면 행복하리라
감사하면 따뜻하리라
감사하면 웃게 되리라
감사가 힘들 적에도 주문을 외우듯이
시를
읊듯이
항상 이렇게 노래해봅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살아서 하늘과 바다와
산을 바라 볼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하늘의 높음과 바다의 넓음과
산의 깊음을 통해
오래오래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있는 허름한 주막집. 주로 부침개와 홍합과 꼬막을 파는 집. 가격은 싸지만 인심은 푸짐한 집. 돈 없는데 술은 마시고 싶은 할아버지에겐 다른 사람이 먹다남은 술을 저장해뒀다가 내어주고, 거기에 새김치 한사발까지 내어주는 집.
60살 안팎으로 보이는 주인아주머니는 포근한 인상만큼이나 인심 좋습니다. 신산한 사람들의 삶을 귀담아 들어주며 때로는 박자도 맞춰주지요. 때론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렇게까지 고민하느냐"고, 이 술 한잔 마시고 가볍게 가볍게 살라며 덤 술 한잔 따라주시는 분이지요.
그래서 저는 그분을 '황녀'라고 부릅니다. 어느 `공주'를 연상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 넉넉한 인심, 말씀과 마음씀이 이미 다 가져, 더 이상 욕심 낼 것 없는 분처럼 여유로웠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어제밤 그 분의 사정을 듣게 됐지요. 그 집에 오는 손님 치고 행색이 괜찮아보이는 한 중년남성이 옆 테이블에서 "내 친구들은 잘도 사는데, 이 나이 먹도록 나는 뭐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신세한탄을 했지요. 이를 들어주던 아주머니가 자신의 얘기를 해주더군요.
"30년 넘게 장사를 했지만 집도 절도 없이 살아오다, 작년에 처음으로 허름한 빌라를 마련해 들어갔어요. 그러니 이 세상 재벌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더라고요. 남 보고 살 것 뭐있어요. 나 밥한끼 먹을 때 누군 열끼 먹나요. 이렇게 재밌게 살면 되는 거지요"
한 잔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어느 때보다 따뜻하더군요. 그 황녀를 보니, 저도 황태자처럼 넉넉하고 따뜻해졌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으며, 넉넉한 감사와 포근한 행복의 마음 잊지 마시길!
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