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사촌동생인 데바닷타가 영 불안했다. 뒤늦게 자신을 따라 출가한 그가 요즘 마가다국의 왕자와 한통속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주 영리한 데바닷타는 붓다의 가르침을 재빨리 이해했고, 수행에 저절로 따라붙는다는 신통력도 어설프나마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준은 되었다. 석가족 왕자 출신인 데다 사람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붓다 못지않았다.
차라리 세속에서 그냥 왕족으로 지냈으면 좀 좋았을까. 무슨 생각에서 자신의 제자가 되었단 말인지…. 붓다는 늘 염려스러웠다. 매일 아침 한 끼의 탁발을 마치면 마을을 떠나 숲으로 향하는 것이 구도자의 자세이건만 데바닷타는 언제나 왕궁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세속의 권력자 눈에 뜨일 기회만을 노리던 그에게 때가 왔다. 인자한 부왕에게 늘 불만이었던 아자타삿투 왕자의 마음을 대번에 사로잡은 것이다. 그는 자신의 종교적 성취를 왕자에게 보여주면서 속삭였다. ‘당신은 부왕을 밀어내고, 나는 붓다를 밀어내서 새 왕과 새 붓다가 되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라고.
왕자는 겉만 수행자인 그의 말솜씨와 카리스마에 넘어가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 여기고 매일 아침 수레에 공양물을 가득 실어서 승원으로 날랐다. 매일 아침 제자들과 함께 빈 발우를 들고 마을로 탁발하러 가던 붓다는 왕자의 화려한 수레가 승원의 데바닷타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붓다는 그 때마다 제자들에게 당부했다.
“부러워하지 말라. 저 세속의 공양물은 파멸로 가는 문이다. 출가해서 수행하는 목적이 사람들의 공양을 얻기 위함인가? 아니다. 공양의 맛에 빠지면 게을러질 것이요, 게으름은 그대들을 출가의 목적에서 멀어지게 하리라.”
붓다는 왕궁을 드나드는 그의 행동에 커다란 재앙이 잇따를 것을 예감했다. 데바닷타를 염두에 둔 경고성 법문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했지만 이미 권력자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한 그에게 붓다의 말이 들릴 리 만무다. 결국 붓다는 가장 뛰어난 제자 사리불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로 보내어 이렇게 외치라고 일렀다.
“데바닷타는 참다운 수행자가 아닙니다. 붓다와 그 제자들의 모임(승가)은 데바닷타와 무관합니다. 진리의 길을 따르는 자는 데바닷타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설령 승복 차림의 그가 근사한 법문을 들려준다고 해도 결코 넘어가지 말라는 당부다. 그에게서 수행자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탄핵’이다. 그의 꾐에 넘어가서 부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아자타삿투가 마침내 이성을 되찾고 그와 결별했지만 데바닷타는 끝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수행보다 잿밥에 정신이 팔려 혹세무민했고, 여전히 자기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던 그의 발아래 땅이 갈라졌다. 피눈물을 흘린 채 그는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