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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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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고급 리조트 삶을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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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2.jpg

공동체배너1.jpg

6.돈 없이 최고급리조트에서 살아보기


1.왜 공동체인가 

 

 타이 아속

2.가장 ‘핫한 남자’ 포티락을 만나다

3.이윤을 포기하고 부자가 된 사람들

4.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다


인도 오로빌
5.자기로 살면 누구나 천재가 된다


미국 브루더호프
7.공부보다 청소와 요리에 더 열심인 아이
8.뒷담화 말고 앞에서 솔직하게 얘기하라


일본 애즈원
9.인간과 사회 탐구, 제로에서 시작한다
10. 아무도 명령 하지않는 일터에서 일하다


일본 야마기시
11.못난이도 잘난이도 함께 살아가는 곳 



  욕망을 놓고 비워보라. 천국이 여기다
  미국 부르더호프공동체 우드크레스트에서   
  딸과 함께 일하고 놀며 보낸 17일 


  3~4분거리 일터에서 오후5시면 퇴근
  가족들과 이웃 초대해 바베큐파티
  주말이면 마을 호수에서 수영하고, 캠핑
  비움으로 풍요롭고 여유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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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기 전에는 내 제자가 아니다’고? 예수만큼 짓궂은 분도 없다. 한푼 두푼 벌어보자고 죽자 살자 용을 쓰는데, 소유를 모두 버리라니. ‘나도 없고 내 것도 없다’는 석가도 짓궂기는 마찬가지다. 먹을 거 안 먹고 쓸 거 안 쓰고 모은 게 내 것이 아니면, 누구 거란 말인가. 그런데도 그들은 무소유와 무아집이 천국과 극락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이걸 액면 그대로 믿고 따르는 이들이 지상에 몇이나 될까? 더구나 욕망의 제국인 미국에서 말이다.


뉴욕 존에프케네디공항에 도착하니 한밤중이다. 우드크레스트까지는 3시간 거리다. 긴 터널 같은 어둠이 이어진다. 광대한 이 땅 어딘가에 빛이 있긴 한 걸까. ‘이런 오밤중에 도착하는 결례를 범하다니’, ‘모두 잠들어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으로 어둠이 더욱 짙어진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다행히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 그가 어둠 속에서 반갑게 손을 내밀어준다. 우드크레스트에 머문 17일간 시종일관 불편함이 없도록 뒷바라지를 해준 호스트 글렌이다.


우드크레스트 여행은 때마침 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6학년 딸이 함께했다. 글렌이 2층으로 안내한다. 현지인 두 가족과 함께 사용하는 2층의 게스트하우스엔 나와 딸이 쓸 방 2개와 식당이 딸려 있다. 식당엔 과일과 과자가 담긴 바구니가 놓여 있다. 탐스럽고 먹음직스럽다. 무엇보다 게스트에게까지 무소유와 비움을 강요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다. 안심하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날이 밝았다. 우드크레스트가 시야에 들어온다. 푸른 하늘 아래 골프장처럼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시원하다. 잔디 깔린 언덕 위로 하얀 집들이 서 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들이다. 디즈니랜드나 에버랜드, 서울랜드처럼 상업용 세트가 아니다.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이다. 네댓 가족씩이 함께 살아가는 집들, 집 크기를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가족 수다.


초원 위에서 가족들은 다른 가족들을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연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공놀이를 한다. 맨발로 뛰어다니다가 다람쥐처럼 나무 위에 올라간다. 어느 어른도 말리지 않는다.
분명 우드크레스트는 첫걸음인데도 기시감이 든다. 익숙한 장면이다. 그렇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마을이나 <웰컴 투 동막골>에서 본 모습이다.


초대1.jpg


도착 다음날 아침부터 초대가 이어진다. 호스트인 글렌과 아델 부부의 가족이 첫번째다. 그들에겐 한살 아들 숀이 있다. 그들의 집은 소박하다. 입고 있는 옷은 더욱 소박하다. 그런데도 바깥세상에서 본 어느 누구보다 여유가 있어 보인다. 마치 바닷물을 들이켤 때처럼 마실수록 갈증이 커지는, 그런 바깥사람들의 갈증과 갈망이 없어 보인다.


브루더호프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은 일하고, 주말 토·일요일은 쉰다. 하지만 그들의 배려와 사랑은 주말에도 쉬는 법이 없다.
주말이 되자 글렌과 아델은 산책을 제안한다. 우드크레스트는 30여만평은 돼 며칠 만에 둘러볼 규모가 아니다. 게스트하우스 뒤쪽으로 돌아가자 왼쪽엔 그네와 아이들 놀이터가 있다. 아니 그곳만이 아니라 사방이 놀이터다. 오른쪽엔 특급호텔에나 있을 법한 풀장이 있다. 아이들 전용이다.


언덕을 오르자 동물농장이다. 노새와 조랑말뿐 아니라 승마용 말도 있다. 웃는 듯한 입모양새를 지닌 돼지들과 총천연색의 새들이 한우리에서 놀고 있다. 젖소와 양들은 언덕 위를 자유롭게 오간다. 아이들은 틈만 나면 다가와 이 동물들과 어울린다. 가끔은 노새와 조랑말을 타고 동네를 한바퀴씩 돈다. 노새와 조랑말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런 산책을 즐기는 듯 표정이 낫낫하다.


동물농장 주위엔 텃밭농장이 있고, 그 사이로 숲 산책로가 이어진다. 톱밥을 깔아놓아 길이 융단처럼 부드럽다. 길에 삐져나온 나뭇잎 사이로 손가락보다 작은 도마뱀들이 고개를 내민다. 글렌은 그 도마뱀을 숀의 손 위에 올려주면서 감촉을 느끼도록 한다. 숀도 매끄럽고 화려한 도마뱀을 볼 때마다 다시 만지고 싶어한다. 여러 갈래로 이어진 숲길은 자연 그대로다. 언덕을 지나면 평지가 나오고, 지루하다 싶으면 다시 굴곡진 길이 나타난다. 이 숲에서 때론 야생 곰과 사슴이 나타난다고 한다. 길섶 공터엔 캠프장과 바비큐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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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에서 직선거리로 300m쯤 지나면 숲이 끝난다. 평평한 잔디밭 아래 호수다. 호수 전면엔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한 얕은 수심의 수영장이 있다. 자디잔 모래 백사장까지 깔려 있다. 아이들이 첨벙첨벙 물장난을 하는 개와 함께 공놀이를 하면서 연신 함지박처럼 입을 벌려 웃는다.
그 수영장 둘레로 수심이 깊은 호수 가운데까지 나무 갑판이 연결돼 있다. 특급리조트 수영장 시설 못지않다. 호수 안쪽은 어른과 청소년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갈고닦은 실력이 만만치 않다. 공중돌기를 하며 다이빙을 하는 폼이 영락없는 물 찬 제비들이다. 다른 갑판에선 낚시를 하는 이들도 있다. 근처 잔디밭과 숲 사이 캠핑장에서 어느 가족은 마시멜로를 굽고, 다른 가족은 얼음상자에 담아 온 햄 소시지와 고기를 구워 먹는다. 나도 주말에 초대받은 가족들과 이곳에서 수영을 하고는 그렇게 캠핑장에서 미니 파티를 함께 한 게 여러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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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더호프 사람들은 아침과 저녁 식사는 가족 단위로 먹는다. 음식은 마을 가운데 공동식당 아래 창고에서 얼마든지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그곳은 곡류와 빵, 야채, 과일, 고기, 우유, 계란 등 거의 없는 게 없다.
개인은 일체 사유재산이 없고, 가진 것이 없다. 그래서 공동체는 부유하고 넉넉하고, 풍요롭다. 방문자에게도 어떤 체류비를 받지 않는다. 다만 그들과 노동하고, 일상을 함께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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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구성원들은 공동창고에서 음식물을 가져다가 조리를 해 먹는다. 며칠 뒤부터 나와 딸도 음식물을 가져다 아침을 해 먹는 게 자연스런 일상이 됐다. 밤이면 가족들끼리 파티를 자주 한다. 주말이면 거의 예외 없이 이웃 가족을 초청해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캠핑을 간다. 어느 주말에 또래 친구들과 함께 캠핑을 간 딸이 다음날 이른 아침 돌아와선 수다를 떤다. 어젯밤 야생 곰을 보았다는 것이다.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는데, 뭔가 뒤에서 킁킁대는 소리가 나서 누군가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뒤돌아보니 곰이었다는 것이다. “곰을 보고 모두 뒷걸음을 쳐 이층집으로 올라갔다”며 “조금만 늦었으면, 다시 아빠를 못 볼 뻔했다”고 말했다. 그런 일이 이곳에선 다반사인지, 좀더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도 없다. 언젠가는 맨발에 가시가 찔린 아이가 아프다며 울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얼른 신발을 신기고 다시는 맨발로 내보내지 않을 법한데, 그 아이의 엄마는 가시를 빼주고는 ‘이제 괜찮다’며 다시 맨발로 가게 한다. 호들갑스럽지도 유별나지도 않게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이 특별해 보인다.


낮 12시엔 모든 공동체원이 공동식당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 서빙하는 이들은 미리 식사를 하고 음식을 나른다. 매일 바뀌는 메뉴가 호텔 음식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돼지고기 메뉴가 적지 않지만, ‘돼지고기 알레르기’인 내겐 소고기나 닭고기 같은 다른 메뉴가 배달된다. 너무도 특별한 배려가 황송할 정도다.

먼 산과 가까운 숲, 잔디가 한눈에 들어오는 야외식당의 조망은 그만이다. 식사 전에 일체 악기 없이 부르는 찬송은 외관의 자연과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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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엔 잔디밭에 식탁을 옮겨 더욱 특별한 만찬을 한다. 식탁엔 늘 가족 단위로 앉는다. 무대에선 오케스트라가 연주된다.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은 모두 낮에 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다. 노을과 함께 평화롭게 어울리는 형제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오케스트라의 화음 속에 어떤 임재가 느껴진다.
이곳에서 관심과 배려를 벗어날 길은 없다. 초대가 잦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아침 7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공장에서 함께 일하기 때문에 아침 초대는 없지만, 저녁 초대는 적지 않다. 이웃과의 친교는 의례가 아니라 이들의 중요한 일상이다.

공장이나 공동식당 등 일터가 집에서 도보로 3~4분 이내 거리에 있기에 출퇴근을 위해 빼앗기는 시간도 없다. 일하는 시간 외엔 온전히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셈이다.


내 옆방에 사는 하이너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변호사인 존의 가족은 부인과 세 아이, 큰 셰퍼드다. 부인 리나는 치과의사다. 이 마을에서 변호사나 의사라 해도 따로 돈을 벌 일도 없고, 특별 대우도 없다. ‘바깥세상이라면 고액 연봉을 받을 텐데, 왜 아무것도 받지 않고 여기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느냐’고 물었다.
“여기서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 않느냐”고 그는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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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9개의 브루더호프 마을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된 영국의 다벨 브루더호프에 이미 세번이나 가봤다. 하지만 당일 또는 1박2일 방문이어서 그들 속에 들어가 삶을 경험해보기엔 너무 시간이 짧았다.

브루더호프는 서로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다른 마을에 거주하더라도 살아가는 모습과 일과는 거의 같다. 하지만 다벨이 무소유 기독교공동체로서의 영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우드크레스트는 훨씬 밝고 활기차게 느껴진다. 드넓고 멋진 자연경관에, 유럽보다는 더 개방적인 미국식 분위기가 가미된 듯했다.


더구나 대부분의 공동체가 드높은 이상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자립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비해 브루더호프가 이처럼 풍요를 구가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브루더호프는 플레이싱스란 어린이와 장애인용 목재 장난감과 페이서라는 장애인용 전동휠체어를 고급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고급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공장근로자 누구도 월급이 없다. 이 모든 풍요가 자신을 비운 무소유와 헌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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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더호프를 가장 많이 찾는 외국인은 단연 한국인들이라고 한다. 이들의 평화와 기쁨을 누리고 싶어 열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공동체 삶에 선뜻 동참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누군가가 물었다.

 ‘브루더호프 사람들의 천국이 자기 비움으로부터 비롯된 것인데, 한국인들은 1층부터 10층까지 욕망을 켜켜이 쌓고, 그 위 11층에 천국까지 얹고 싶은 것은 아니냐’고.


뉴욕(미국)/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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