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 라셰즈. 얼핏 아기자기한 빵집을 연상케 하는 달콤한 이름을 가진 이 공동묘지에 처음 발을 딛었을 때, 나는 도무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서울과 그 어느 한구석도 닮지 않은 도시가 파리지만, 공동묘지의 풍경은 다름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었다고나 할까. … "그런데 여긴, 죽는 순간까지 예뻐야 하는 거야?"이 말이 절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망자의 삶이 누려온 색깔과 남겨진 자들의 망자에 대한 애틋함을 저마다의 미감을 담아 반영해야 하는 것이 이 나라 묘지의 사명인 듯, 온 힘을 다해 망자의 살아생전 모습을, 그의 개성과 남달랐던 삶을 담아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같은 무덤은 하나도 없다. 그들의 삶이 모두 달랐던 것처럼. 어떤 무덤은 익살맞고, 어떤 무덤은 정갈하며, 어떤 무덤은 심지어 포스트모던하다. 무덤을 꾸미는 것은 산자들의 몫이고, 사람이 죽고 무덤이 만들어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지극히 짧건만 죽은 자들의 개성과 미감을 담고 있는 묘지들이 자아내는 경이는, 그 어떤 세상의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프랑스라는 사회의 인류학적인 미감을 드러내주는 가장 풍요롭고 흥미진진한 박물관이었다. 그것은 흡사 죽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 같았다. <당신에게, 파리>(목수정 지음, 꿈의지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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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순간까지 예뻐야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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