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견디지 마세요
<꿈꾸는 당신> 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 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는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밤새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사람이 너무 많이 생각나더군요.
그렇게 길고 시고 매운 세월을 어떻게 견뎠을까.
당신, 참 대단하세요.
하지만 이제부턴 괜히 견디지 마세요.
그럴 필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