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그린 교회”을 시작하며
» 크리스찬아카데미 원장 이근복 목사.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엄중한 시대에 무슨 한가로운 작업인가?
세운지 100년이 넘는 교회들을 붓펜으로 그리며 제 스스로 던지 질문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다가오는지라 한국교회가 본질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교회와 유럽을 혁신한 종교개혁이 근원으로 돌아가려고(Ad Fontes) 힘써서 열매를 맺었으니, 한국교회도 근원으로 돌아가는데 선교초기에 건축된 교회들을 다시 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교회그림은 비록 밖에서 교회당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건축물에도 하나님의 교회로써 정체성이 담겨있고, 신앙공동체를 세울 때의 간절한 신앙과 민족을 향한 거룩한 기대, 복음전도의 열정이 체현한 것이 교회당입니다. 첫 예배당을 보존한 교회들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주민들과 교인들의 마음에는 역사적 흔적은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난히 굴곡이 많았던 우리나라 역사에서 교회는 지역사회의 구심점이고 고난의 현장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여름방학 때 그림특별반을 같이한 친구 이철수 화백의 판화는 늘 경이롭고 부러웠습니다. 박달재 부근의 화실도 가보고, 전시회에 가서 감탄하고, 그의 큰 걸개그림을 구하여 제가 섬긴 성문밖교회(영등포산업선교회)에 게시하기도 하면서, 저도 그림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1998년 제가 사역하던 새민족교회 앞 서대문도서관에서 서양화 반원을 모집하는 현수막을 보았고, 드디어 수채화를 배울 기회를 얻었습니다. 목요일마다 두 시간씩 그림을 배우며 쉼이 있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4년여 동안 빠지는 날도 많았고 숙제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지만, 수채화를 지도하신 심우채 화백 덕분에 기초를 닦았습니다. 동네교회를 떠나 기독교 기관에서 일하게 되자 평일에는 시간을 뺄 수가 없어서 참 아쉬웠습니다. 화가의 지도하에 수채화를 그릴 수 없어서 궁리를 거듭한 끝에 붓펜으로 그리고 채색하는 방법을 찾아내었습니다. 느낌을 위주로 산과 꽃을 그리다가 이제 교회를 그리게 된 것입니다.
» 새문안교회 첫 예배 처소. 이근복 목사 그림
» 이근복 목사가 그린 루터의방
한국교회가 문제가 많지만 앞으로는 무너져 내린 우리 사회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촛불민심에 따라 나라를 새롭게 세우는데 한 몫을 감당하길 기도하며 정성껏 그리게 됩니다.
교회는 찌든 삶에 영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신앙공동체이니, 교회그림에서나마 삶이 피폐한 이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고 가나안교인들(교회를 떠난 이들)도 위로를 받기를 소망합니다.
관광지에서 누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면 겁을 먹는 제가 교회를 찍어 그린 것이고 , 그림공부도 동네에서 취미로 하였기에 제 그림이 어설프기 그지없습니다.
우선 지난 해 1월, 크리스챤아카데미와 한겨레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한 ‘종교개혁 역사인문탐방’ 중 방문한 독일 바르트부르크성의 ‘루터의 방’의 모습과 우리나라 최초의 조직교회인 새문안교회의 첫 예배처소를 그린 그림을 올립니다.
이근복 목사(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