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사세요. 속이 후련해집니다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면 얻는 덤
» 홍성남 신부
옛날, 노 신부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신부들은 돈과 여자, 명예를 조심해야 한다고 유언을 남기셨답니다. 왜냐, 너무 좋은 나머지 하느님보다 더 좋아할까봐입니다. 그 세 가지는 악으로부터 오는 유혹이라고 토까지 달으셨고요.
신학생 시절 그 이야기를 듣고 ‘ 당연하지, 사제는 당연히 그런 것들을 멀리해야지 ’라고 다짐하면서 마치 중국의 홍위병처럼 마음을 시퍼렇게 갈았었지요. 절대로 그런 신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각오를 다질수록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미워하고, 심지어 증오하는 마음이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스스로 합리화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가 서품을 받고 나간 첫 본당(신부가 상주하는 성당) 보좌신부 시절, 어떤 여성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 신부님은 왜 예쁜 여자만 좋아해요. ”
“ 내가 언제 그랬단 말이요! ”
당시에는 짜증을 냈지만 돌아서서 생각해보니 예쁜 여자들만 보면 저절로 몸이 그쪽으로 향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마음의 동아줄로 몸을 꽁꽁 묶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럴수록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말한 그 여성이 미워졌습니다.
그런 스스로를 심하게 질책하느라 마음은 늘 피투성이였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피투성이를 만들고 나면 한결 거룩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감흥은 잠시일 뿐 다시 피투성이가 되고, ‘ 아 이것이 십자가의 길인가보다 ’ 하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기도 하였지요. 그런 생각이 얼마나 큰 부작용을 낳는지 알지도 못한 채 말입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미워하거나 억압하지 않아야 된다는 점을 배우고 난 지금은 스스로의 못난 부분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합니다.
“ 저는 예쁜 여자를 좋아합니다. ”
때로는 아예 강권을 하기도 합니다.
“ 사랑받으려면 예뻐지세요. ”
이렇게 스스로의 성향을 인정하고 난 순간부터 마음이 홀가분해졌습니다. 예쁜 여자만 찾는다고 눈을 흘기는 여성들은 여전한데 더 이상 그들에게 미움이나 증오심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결핍 상태에 있을 때는 목마름이 생깁니다. 이를 이해하고 충족시키려고 할 때 날카로움은 줄어듭니다.
‘ 부자들은 다 도둑놈들이야. ’
신학교에서 몰래 이념 서적들을 보면서 돈 많은 사람들에 대한 미움을 합리화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본당에 나오니 그동안 얼마나 돈에 목말라 있었는지가 보이더군요. 처음에는 교우들이 주는 용돈(축성하고 나면 받는)이 너무나 부담스러워 손사래를 치며 도망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못 이기는 체 받다보니, 많이 주는 사람들은 좋아지고, 한 푼도 안 주면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는 사람들은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명색이 사제라는 자가 이렇게 돈에 목을 매는가 하고 많은 자책을 했습니다.
돌아보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의 강론은 세상을 멀리하라, 돈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주님만 바라보고 살아라,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로지 기도로 살아라 같은 내용들이었습니다. 나중에 스스로를 분석하다보니 갈증을 억압한 부작용이었습니다. 결국 자기기만이 다른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보니 비슷한 강론이나 강의를 하는 사람들이 돈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점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스스로를 속이고 남까지 속이는 대신 솔직하게 말합니다.
“ 제 영명축일(세례명을 받는 날)에 기도를 해주시는 것보다 현찰을 주시는 것이 더 기쁩니다. ”
염려와는 달리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박장대소하며 현찰을 두둑이 챙겨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기도도 더 많이 해주시고요. 마음이 편해진 것은 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