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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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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참여불교의 정신을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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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를 통해 올 구세불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인 평화운동가 틱낫한 스님이 지난 5월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그는 87살이지만 내세보다는 ‘현실’에 충실했다. 그가 1963년 주창한 것이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다.


 틱낫한 스님은 중국 임제선의 선맥을 이어받고 있다. 임제선은 한마디로 ‘지금 여기’에서의 생기발랄하고 충만한 삶을 지향한다. 그것은 법정 스님이 즐겨 인용한 ‘오직 지금뿐, 따로 때가 없다’는 임제 선사의 서슬 퍼런 경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임제의 선풍을 계승한 틱낫한은 표현을 약간 달리해 ‘극락정토는 지금 당장이 아니면 영원히 없다’고 가르친다. 다시 말해 정토는 이 세상 너머 어딘가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의롭고 평화로운 정토의 실현을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지금 이 세상에 관여할(engaged) 수밖에 없다. 더욱이 틱낫한은 미래의 세상을 구할 미륵불은 개인으로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통해 온다고 가르친다. ‘참여불교’가 필요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참여불교는 명상 수행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이루며, 동시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자비의 손길을 뻗고 세상의 구조적 모순과 죄악을 척결하기 위한 공동의 실천과 행동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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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방한한 틱낫한 스님    사진 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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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사르보다야 운동의 창시자 아리아랴트네 박사.  사진  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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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의 참여운동가 술락 시바락사 박사.  사진 조현



 이런 참여불교의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감지된다. 1963년 틱꽝득 스님은 사이공 거리에서 응오딘지엠(고딘디엠) 정권의 탄압에 항거하여 분신을 결행했다. 아마도 참여불교의 가장 상징적이고도 극단적인 예일 것이다.


 스리랑카에서는 아리야라트네 박사가 ‘사르보다야 슈라마다나 운동’(만인의 행복을 위한 봉사 캠프)을 전개했다. 개인과 마을이 이기적 삶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인간으로 깨어남으로써 함께 마을의 이익을 도모한 이 운동은 스리랑카의 고질적인 종교간, 민족간 분쟁까지 화해로 이끄는 촉매제 구실도 했다. 


 인도에서는 암베드카르 박사가 인도를 망치는 것은 영국이 아니라 힌두교 전통의 카스트 제도라고 하면서, 수많은 불가촉천민을 구제하는 운동에 앞장섰다. 타이의 술락 시와락(시바락사)은 진부하고 경직된 의식불교, 타이의 쇼비니즘 및 군사적 가치와 결탁한 변질된 불교를 대문자 B의 불교라고 비판하면서, 보편주의적이고 실존주의적인 본래의 순수한 불교, 즉 소문자 b의 불교를 주창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에 민중불교운동이 전개되었고, 수경·도법·법륜·지율·문수 스님 등과 불교시민사회단체들이 활발한 사회참여 활동을 벌였다. 구미 여러 나라의 불교도 틱낫한과 달라이 라마의 영향으로 참여불교가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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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생명탁발순례 중인 이원규 시인과 도법 스님과 수경 스님.(왼쪽부터). 사진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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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사르보다야 운동 현장.  사진 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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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이 있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사진 <한겨레> 자료



 그동안 한국 불교는 신비주의적 또는 내세지향적 개인 수행 중심의 이미지를 띠었다. 하지만 불교적 이상은 현실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용수보살의 가르침처럼 생사의 세계와 열반의 세계는 근본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불교 교단이 사회봉사와 중생 구제라는 막중한 사회적 책무를 저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불교계도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려 자기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전히 타성과 안일이 지배해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안목이 없다. 한국 불교계가 타성과 안일에서 벗어나 자기성찰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10월 치러질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바로 그때다. 탐(탐욕)·진(분노)·치(어리석음)의 아수라장이 전개될지, 무아·대승적 참여의 장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자기완성과 세계완성의 불교적 이상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실천될 수 있어야 한다.  


  박경준(동국대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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