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가 아내를 잃고 슬픔에 잠겨있다는 소식은 대흥사 일지암의 초의에게 전해진다.
초의스님이 제주도 산방굴사에서 6개월을 지낸 이야기다.
함께 살던 아내가 죽었을때 애닲은 심정으로 애도한 시를 도망시悼亡詩라고 한다.친구가 죽었을때는 도붕시 悼朋詩 라 하고 자식이 죽었을때 남기는 시를 곡자시哭子詩라고 한다.사람들은 병에 들어서 신음할때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스스로 짓는 시가 자만시이다.
한평생 시름속에서 살다보니
밝은 달도 제대로 보지 못했네
이제 머잖아 길이 길이 대할것이매
무덤가는 이길도 나쁘지는 않으리..
조선 중기때 이식이란 선비가 큰병을 앓으면서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남긴 자만시自晩詩이다.새해를 맞이하기전에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며 자만시 한편씩 작성해 보면 어떨까요?
조선시대 아내의 죽음을 애도한 많은 시가 있다.그 중 추사가 먼저 떠난 그의 아내 예안이씨에게 남긴 도망시를 백미로 꼽는다.추사는 15세에 결혼하여 첫 아내를 얻었으나 일찍 죽는다.16세에는 어머니가 36세로 사망한다.어머니 나이 20세에 추사가 태어난 것이다.
추사 나이 23세에 두번째 아내를 얻으니 예안이씨이다.추사가 제주도 귀양살이 할때 뒷바라지 하던 아내가 죽는다.추사 나이 57세이니 34년의 부부인연이다.아내의 영전에도 가보지 못하는 비통한 심정을 시로 남긴다.
어찌하면 저승의 월하노인에게 하소연 하여
다음 세상에는 우리 부부 바꾸어 태어날까
내가 죽고 당신은 천리 떨어진 곳에 홀로 남아
당신에게 이 비통한 마음을 알게 하고 싶다오.
추사 김정희와 그의 글씨들
추사가 아내를 잃고 슬픔에 잠겨 있다는 소식은 시간이 지나 대흥사 일지암의 초의에게 전해진다.초의스님은 바로 행장을 차려 제주행 배에 몸을 싣는다.다행히 초의스님 주관으로 예안이씨의 49재를 치를수 있었다.
유배생활중 추사적거지는 외부 사람이 머물수 없었다.초의는 산방산 중턱의 천연동굴 산방굴사를 정진처로 삼아 6개월을 머물렀다. 아내를 잃은 추사의 슬픔을 위로하고 유배생활의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이때의 일을 제주 대정읍지는 짧게 기록하고 있다.
초의스님은 산방굴사에서 수도하셨고 추사에게 밀다경 (반야심경)쓰기를 권하여 세상에 전하였다.
제주도 산방산 산방굴사에는 산방덕이 전설만 적어놓고 있다. 추사와 초의스님의 아름다운 우정이 깃든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취는 소개하지 않고 있다.역사에 소홀하고 불교를 업신여기는 우리 나라와 관광제주의 부끄러운 한 모습이다.
난방도 없는 동굴에서 정진하는 초의를 위하여 추사는 초의 독송용 반야심경을 서첩으로 만들어 선물한다. 서첩은 목판본으로 제작되어 추사 반야심경이 유명해진 계기가 되었다.
추사가 쓴 반야심경 서첩 뒤에는 서첩을 쓴 유래를 밝힌 기문이 적혀있다.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새속의 때가 묻은 몸으로 이 경을 기록하는 것은 화중연화가 더러운 곳에서도 항상 정결하다는 것이다.생각컨데 초의가 이경을 보호하지 않으면 불교를 지키는 금강역사에게 웃음을 살것이다.단파거사(추사)가 초의가 정결한 마음으로 경전을 읊게 하려고 썼다..
추사는 시.서.화.향.차로 초의와 가장 높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었다.추사의 집안은 대대로 불교를 믿어 왔으며 문중사찰을 운영하였다.그절 입구에는 천축고선생댁天竺古先生宅이라는 문패가 추사글씨로 적혀 있어 웃음짓게 한다.해동의 유마거사로 불리면서 불교에 깊은 조예를 지닌 추사는 초의와 우정을 나누면서 자신의 호를 단파거사 찬파거사로 호칭했다.
단파거사는 자신의 재능을 사람들에게 베푼다는 뜻이다.보시를 인도말로 단나 파라밀이라고 한다.불심이 깊은 추사는 자신의 호를 단나 파라밀을 줄여 단파거사로 부른것이다.찬파거사라고도 하였는데 자신은 인욕보살이란 뜻이다.
육바라밀의 세번째는 인욕바라밀이다.인욕바라밀의 인도 발음이 찬제 파라밀이다.찬제 파라밀을 줄인 말이 찬파거사이다.제주도 귀양살이의 고통과 사람들의 질투와 모함을 참고 이겨 내면서 해동의 유마거사가 되고자 했던 추사를 다시 생각해보는 아침이다.
황국의 봉오리는 초지선
비바람 울타리에 정연를 맡겼구나
시인을 공양하여 최후까지 기다리니
백억의 온갖 꽃속에 너를 먼저 꼽으리라
가을 서리를 맞고 황금빛으로 피어나는 황국을 보고 추사가 읊은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