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과 간암으로 생을 마감한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곧 죽게 된다는 생각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의 기대, 자존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들은 죽음 앞에서 무의미해지고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이다.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무언가 잃을 게 있다는 생각의 함정을 피할 수 있다. 당신은 잃을 게 없으니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을 이유도 없다.” 죽음을 직면해서는 도리어 삶을 돌아보게 되고 삶과 사람들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미처 못 보던 것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죽음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기도 하다.
32살의 젊은 엄마가 있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두 딸을 둔 그 엄마는 52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본인은 중도에 포기하고 호스피스병동에 가고자 했으나 친정 엄마의 간절한 바램으로 그 치료를 다 견뎌내었다. 가정 호스피스를 받던 그녀가 우리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 너무 행복하고요. 저는 굉장히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예전엔 잘 몰랐는 데 (제가 아프면서) 제 곁에 저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너무 좋아요. 치료를 받으면서 나의 삶의 못 보던 부분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요. 앞만 보며 달렸던 것 같아요. 지금은 몸은 아프지만 마음엔 오히려 여유가 생겼어요. 아이들은 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모르지만 그런 아이들을 보니 나도 행복해요. 나에겐 희망이 있어요. 아이들이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바래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며칠 뒤면 엄마는 너희들 눈에 보이지 않을거란다 왜냐하면 하느님 곁에서 천사가 되어 너희 등 뒤에 있기 때문에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 그렇지만, 엄마는 너희들과 항상 함께 있을거야’
병동에 입원한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그녀는 가족과 함께 휠체어로 마당에 산책을 나갔다. 그 다음날은 힘들어서 침대에 누운 채 꽃밭에 나가서 놀다가 들어왔다. 그 다음날은 가족들과 생일 파티를 하고 침대를 두 개 붙여 놓고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포근한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녀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미처 결혼식을 못 하고 살다가 죽음으로 이별을 앞둔 입원 환자에게 병동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치러주고는 병실을 호텔처럼 꾸며주고 그 환자의 처방전에 ‘장미 꽃 바구니, 샴페인 한 병, 케익 하나 그리고 밤에 그 방에는 회진하지 말 것’이라 쓰고 간호사에게 전해 주던 호스피스 의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죽어가는 이들이 무의식속에서도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영혼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자들은 많지 않다. 우리는 그 행운을 가진 자들이다. 호스피스 현장에 있는 이들은 이렇게 찾아 온 행운을 떠나가는 이들에게나 남겨지는 이들에게 영원한 행복으로 만들어 되돌려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