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이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며 그러한 이기심을 극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패한 종이라고 거의 단정하고 있다. 이제껏 내가 들은 말들을 생각해도 희망을 느끼기란 분명히 어렵다. 이를테면 `적자생존'이 그렇다. 삶이란 결국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며 우리는 늘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 간, 상당수 과학자들이 새로운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신뢰와 협력의 문화가 오히려 진화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그의 저서 <지구 정복자>에서 진화론은 협력하는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윌슨은 다윈의 <인간의 유래>를 언급하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인간의 유래>는 <종의 기원>이 발간된 지 12년 후에 출간되었는데 다윈은 이 책을 통해 인류 진화의 핵심이 바로 협력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잠깐, 다윈은 `적자생존'을 말하지 않았나? 이를 두고 우리는 결과야 어떻든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런데 사실 다윈은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분명히 말해서 이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허버트 스펜서였다. 그리고 존D.록펠러가 기업경영을 `적자생존'으로 표현하면서 초기 자본자들이 이 말을 접하게 되었다. 록펠러는 적자생존을 자연의 법칙이자 신의 법칙이라고 주장했다. 앤드류 카네기는 1889년에 출간한 저서 <부의 복음>을 통해 적자생존이 인류를 위한 최선이라는 믿음을 내보였다.
이렇게 해서 적자생존의 기운이 우리 안에 흐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다윈은 오히려 "이기적이고 분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로 뭉치지 못하지만, 협력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기"때문에 협력이 진화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놀랍지 않은가? 다윈의 주장은 인간이 협력적이고 협동적일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세실 앤드류스 지음, 강정임 옮김. 한빛비즈 펴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