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한반도 평화열차 추진하는 김영주 한국교회협 총무
세계교회협의회 부산총회 앞두고
10월6일 독일 출발 열차계획 확정
북 유엔대표부 참사 만나 협조 요청
“종교행사 계기로 남북 마음 텄으면”
“한반도 평화의 열망을 실은 평화열차가 10월6일 독일을 출발해 모스크바와 베이징, 평양을 거쳐 부산까지 달리게 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한국교회협·NCCK) 김영주(사진) 총무가 오는 10월30일부터 11월8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 주요 구상 중 하나였던 평화열차가 구체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애초 한 량 50명이 탑승하려던 계획도 5량 정도로 늘려 대륙별로 골고루 승차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7년마다 7천여명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이는 ‘종교계의 올림픽’ 또는 ‘종교계의 유엔’이라는 세계교회협의회의 총회는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동안 온갖 우여곡절 때문에 ‘과연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불러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은 여전히 ‘세계교회협이 다원주의, 용공주의’이라며, 부산총회 반대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총회 한국준비위 상임집행위원장이었던 김 총무도 한기총을 비롯한 대화 반대파들과 지난 1월 ‘종교다원주의 배격’ 등 4개항에 합의했다가 에큐메니컬(교회일치) 진영의 뭇매를 맞고 직책을 내려놔야 했다. 더구나 남북을 열차로 관통하는 ‘평화열차’ 구상은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갈수록 멀어져 갔다.
그런 가운데 그가 다시 준비위에 복귀를 선언했다. 세계교회협의회의 도움으로 설립된 한국교회협이 빠진 채 총회를 치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평화열차는 탑승자 신청을 이미 받은 상태고, 베를린과 모스크바 교회 쪽은 이미 ‘평화열차’ 출발과 정차 때 이벤트를 할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세계교회협의회가 ‘6·25를 남침이라고 규정’한 데 반발해 탈퇴했던 중국이 다시 복귀하긴 했는데 여전히 좋지 않은 감정이 있어서 소극적이긴 하지만 곧 베이징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승적 차원의 협조를 부탁할 계획입니다.”
김 총무는 평화열차가 베이징을 거쳐 10월25일 평양에서 총회 사전회의를 개최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북이 열차 통과를 허용치 않으면 중국 단둥(단동)에서 배편으로 인천항으로 올 겁니다. 물론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있지만 남과 북도 활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이 아닌 종교 행사를 계기로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는 “전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평화열차를 타고 한반도를 관통하게 되면 2차대전 뒤 서방의 강대국들이 전범인 일본을 둘로 나누지 않고, 식민피해자인 우리를 남북으로 나눠버리고 전쟁까지 치르게 한 사실을 알게 됨으로써 분단에 대한 책임과 통일의 의무를 통감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화해통일위원장 조헌정 목사, 화해통일위 부위원장 노정선 연세대 명예교수 등 대표단과 미국을 방문해 지난 11일 로버트 킹 국무부 대북인권특사, 12일에는 미국 장로교·감리교, 북한 유엔대표부 참사 등과 만나 평화열차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총회 반대세력에 대해선 단호한 대처 원칙을 밝혔다. 건강한 보수세력과는 대화하겠지만, 개신교 안에서 이단시되는 교단들이 기독교 연합단체의 이름으로 포장해 총회를 반대하며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의도엔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교회협은 한국전쟁 이후 전세계 교회에 복구지원을 권고해 서방 교회들의 지대한 물자 지원을 이끌어냄으로써 한국에서 개신교가 뿌리내리는 데 절대적 기여를 했다”며 “부산총회는 이에 감사하면서 한국 교회가 성장에서 성숙으로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2013.07.28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