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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람들이 원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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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컷.jpg

6.경기도 화성 봉담 더불어숲동산교회


‘마을 사람들이 붙드는 교회’ 목표로 

작은교회, 큰 마당 만든 이도영 목사 


세든 빌딩 10층 입구 들어서면 

카페이자 도서관이고 공부방 


예배당도 금세 ‘흔적’ 사라지고 

공연장과 강연장으로 변신


“교회는 목사 것도, 성도 것도 아닌 

모두가 쓸 수 있는 공동재”


‘페어라이프’ 이끄는 부인 임영신씨 

삶 속의 ‘공정무역’ 전파 전도사 


천연세제, 밑반찬 등 함께 만들고 

헌책 모아 팔아 평화 기금으로


q1.jpg» 더불어숲동산교회 이도영 목사와 부인 임영신씨. 남편은 목회에 더 집중하고, 부인 임씨는 엔지오 출신답게 공정무역교실 등 페어라이프센터를 가꾸는데 주력해 사실상 공동사역을 하고 있다.


옛말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만약 자기 동네에 있던 교회가 사라지면 마을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소음과 교통체증이 사라졌다고 시원해할까 아니면 아쉬워할까. 더불어숲동산교회는 8년 전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동화길 85번지 이원타워빌딩 건물 한쪽에 개척하면서 ‘마을사람들이 붙드는 교회’를 목표로 삼았다. 그건 마을사람들을 모두 선교해 자기 교회에 나오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이도영(49) 목사는 “교회는 마을사람들이 모두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는 목사가 개척했다고 목사 것도, 성도들이 헌금해 만들었다고 해서 그들만의 것도 아니므로 모두가 쓸 수 있는 공공재로 활용해 마을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장소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회에는 이제 어른·아이 250여명이 출석한다. 처음 15명으로 출발한 것에 비하면 장족의 성장이지만 여전히 단독 건물 없이 건물 10층에 세들어 있는 작은 교회다. ‘아름다운커피’ 협약 맺은 1호점 지난 8일 이 건물 10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통상적인 ‘교회’가 아니었다. 입구는 카페인데, 2층 천장까지 책이 빼곡히 들어찬 도서관이다. 2층 다락방들을 비롯한 곳곳의 세미나실들을 봐서는 공부방이다. 이곳이 바로 마을사랑방 ‘페어라이프센터’다. 센터와 연결된 예배당도 마찬가지다. 단 5분이면 십자가가 가려지고 강대상이 치워져 교회라는 느낌 없이 마을사람들이 연극을 하거나 강연을 들을 수 있게 변한다.


 애초 이 건물 3층에서 좁게 시작한 교회는 3년 전 10층으로 확장 이전하며 마을사랑방으로 재탄생했다.  이 센터의 의미는 사람들이 알 턱 없는 보통의 건물 10층으로 마을사람들을 끌어들였다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엇을 하느냐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삶’이란 의미를 담은 ‘페어라이프’란 이름이 ‘지향점’을 말해준다. 이 카페에서는 공정무역 커피와 먹거리를 판다. 6개월 과정의 공정무역 교실에서는 한 기당 20명 안팎씩 3기를 양성했고 그들이 벌써 공정무역 강사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제3세계 커피노동자 등을 착취하고 이윤 대부분이 중개무역상과 다국적기업에 돌아가는 부당한 무역에 맞서는 공정무역 교실은 단지 커피만 생산자와 직접 계약해 판매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소비 등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교실을 시작한 것은 이 목사의 부인 임영신(47)씨다. 임씨는 녹색연합과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초기 간사로 활동하고,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인간방패로 활동했던 평화운동가이기도 하다. 이 카페는 아름다운재단에서 출발한 공정무역커피점 ‘아름다운커피’와 협약을 맺은 1호점이다. 이곳에서 공정무역 교실과 ‘가치삶마을학교’도 함께 열어 화성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와 세월호 유가족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기도 했다. 이어 화성시와 함께 인근 협성대에서 공정무역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아이들 공동으로 세월호 노래 만들어 이를 계기로 더불어숲동산교회와 교제하는 화성시내 4개 교회가 공정무역 운동에 동참하는 공정무역 교회로 거듭났다. 화성시를 비롯한 경기도 5개 도시도 ‘공정무역 도시’를 선포하기로 했다. 조례를 제정해 도시 차원의 공정무역 지원을 본격화하는 경기도의 공무원들은 이날 이곳에서 임씨에게서 공정무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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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jpg» 예배당은 5분내 십자가가 가려지고 강대상이 치워져 교회란 느낌 없는 강연장이나 공연장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공정무역’은 이곳에서 일상적 삶으로 파급된다. 마을사람들은 이곳에서 천연세제나 머그컵 등을 직접 만들 뿐 아니라 도시에서 버려지는 현수막을 수거해 쇼핑백을 만든다. 또 헌책을 수거해 팔아 수익금을 분쟁지역에 평화도서관 건립기금으로 보내고, 크리스마스 직전엔 벼룩시장을 열어 수익금으로 애육원 아이들이 희망하는 옷과 신발 등을 사서 그곳 트리 아래 놓아두는 깜짝 이벤트도 연다.  마을사람들은 재료비만 식구 수대로 내고 물김치나 밑반찬을 함께 만들어 가져가기도 한다. 또 브런치 카페를 해보고 싶은 마을주민은 가게를 얻기 전에 이곳에서 브런치를 만들어 팔아 반응을 보기도 한다. 


 인근 과천이나 수원에 비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 아이들도 이 센터에서 날개를 단다. ‘학교 밖 학교’인 ‘화성으로 가는 스쿨버스’에 참여한 아이들은 목장과 도예원 등으로 ‘숨은 고수’들을 찾아 인생강의를 듣고, 실습도 하며 새로운 ‘화성지도’를 만들고, 자기들의 ‘희망지도’를 그린다. 또 ‘토토토 예술학교’에선 글쓰기, 노래, 춤추기를 배운다. 20여명의 아이들 중 3분의 2는 교회에 나오지 않는 지역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1년간 이 과정을 마치고 함께 <네모를 찾아서>란 뮤지컬을 만들었다. 또 함께 ‘공정여행’에 나서 제주 강정마을도 다녀왔다. 이 아이들이 청계천에서 열린 세월호 국민대회 때 무대에 올라 부른 ‘기억할게 0416’도 자기들이 공동으로 작사·작곡한 것이다. 이 곡은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노란리본극단의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의 엔딩곡이 됐다. 이 아이들은 오는 12월10일 노란리본극단과 함께 예배당에서 그 연극을 공연한다. 

 이 교회는 예수교장로회합동교단 소속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적인 교단 중 하나다. 더구나 봉담 지역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교인이 많다. 그래서 이 목사는 지인들한테서 이런 목회를 하려면 ‘개념 있는’ 사람들이 많은 서울에서 할 것이지 왜 봉담 같은 곳에서 이러고 있느냐는 핀잔도 듣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목사는 “이런 지역이기에 마을을 살리는 게 더 필요하지 않으냐”고 했다. 이런 곳이기에 ‘서로 돕고 함께하는 마을’ 사랑방이 더 절실하다는 것이다.  “우리 수준에서 우리 속도대로 대안” 이 목사가 처음 세월호에 대해 설교했을 때 핵심 세 가정이 떠나겠다고 했다. 이 목사는 “우선 생존의 문제 등으로 고통받는 성도들로선 개인적 위로와 성령 치유에 갈급해 타인과 세상에까지 시선을 돌리기 어렵기에, 교회가 타인과 세상을 위해 있다는 존재 이유를 공감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저도 눈물을 많이 쏟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목사는 “우리들 수준에서 우리의 속도로 대안을 만들어왔다”고 했다. 그 덕에 이곳은 이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봉담사랑방’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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