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합천 가야산 해인사 백련암에서 스승 성철스님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는 제자 원택스님
“1960년대 초 불교계 정화운동으로 비구승과 대처승들이 절을 뺏고 뺏는 충돌이 계속되자 조지훈 시인 등 지식인들이 불교계를 폄하했지요. 지식인들 눈에는 당시 뛰어난 고승도 없고, 힘만 쓰는 무식한 깡패같은 중들만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성철 스님이 백일법문을 했습니다.”
‘성철 스님(1912~1993) 지킴이’인 백련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74)이 백일법문 50돌을 맞아 그 의미를 들려줬다. ‘백일법문’은 조계종단 출범이후 해인사가 최초의 총림(강원·율원·선원을 모두 갖춘 대찰)으로 지정되면서 초대 방장에 추대된 성철 스님이 백일간 법문한 것이다. 이 법문은 성철 스님 몰래 제자들이 녹취해 녹음상태가 좋지않은데다 성철 스님의 경상도 사투리가 워낙 심해 풀어내는 것도 쉽지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1992년 <백일법문>이 상하권으로 출간된 이래 40만질이 판매됐다. 불교계 법문집으로는 놀라운 호응이었다.
원택 스님은 “최초의 총림 초대 방장으로 당대의 유명했던 전강 스님(1898~1975)과 청담 스님(1902~71)을 추대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해인사의 자운·영암·혜암·일타 스님 등 대중들이 뜻을 모아 당시 56살의 성철 스님을 추대했다. 첫 동안거때 성철 스님이 백일간 방대한 팔만대장경과 논서와 선어록을 회통해 법문함으로써 불교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백일법문은 성철 스님이 ‘선(禪)과 교(敎)를 통해 중도(中道)로 일이관지해 설명한 것은 세계에서 내가 처음이다’고 할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백일법문>에 대한 고우 스님의 언급도 소개했다. 조계종 원로인 고우 스님은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이야말로 불교입문서로서 세계 최고의 가치가 있다. 이를 반복해 읽어 중도를 이해하면 지혜가 나오고 참선을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올해는 ‘봉암사 결사’ 70돌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봉암사 결사’는 성철·청담·자운·보문·우봉·향곡·월산·종수·도우·혜암·법전·지관· 스님 등 당대의 젊은 승려들이 1947년 불교를 되살리기 위해 제대로 수행해보자며 각오를 굳게 다진 맹약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결사는 중단됐지만 당시 참여자가 훗날 조계종단이 1962년 출범한 뒤 4명의 종정과 7명의 총무원장을 배출해 명실상부 현대한국불교의 기둥이 되었고 그 중심에 성철 스님이 있었다.
원택 스님은 이를 기념해 오는 17일 오전10시30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기념관 공연장에서 ‘퇴옹성철과 현대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연다. 또 성철선사상연구원은 불교인재원과 공동으로 백일법문 50주년을 기념해 동안거 기간 <백일법문> 공부결사를 추진해 12월 1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서울 안국동 불교인재원에서 백일법문을 공부하며, 원택 스님이 개강일 <백일법문>에 대해 특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