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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남북관계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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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법륜 스님.  사진 신소영 기자


‘마지막 제의’ ‘중대결단’ 전투 용어 부적절


-최근 언론에는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는데요.

“7월11일부터 문경의 정토수련원에서 21일 동안 명상수련을 했습니다. 나와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회담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남쪽 정부가 북한에 최후통첩 같은 것을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떤 점이 안타까우셨나요?

“남북은 같은 민족이면서 전쟁까지 치른 적대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60년 동안 지내왔으니 서로 이해하고 감싸 안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대화에서 합의점을 도출하려면 100% 자기 생각을 관철할 순 없습니다. 합의를 도출하려면 아무리 자기가 옳다고 생각해도 자기 생각을 조금씩 양보해 줘야 합니다. 그게 상식이지요. 그러나 현재 진행 상황을 보면 자기가 내건 입장을 100% 관철시키려고 합니다.”


북 입장선 개성이 안보상 취약지 

적대 상황서 합의 도출하려면 

100% 자기 생각 관철은 불가능 

재가동 위해 사태 장기화 막아야


-많은 이들이 사태의 해결을 바라고 있는데요.

“개성공단에 진출한 123개 기업과 연관 기업들의 직원들과 가족들을 합치면 족히 수만명이 넘습니다. 남쪽 동포만 아니라 북쪽 동포들도 있습니다. 현재 개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5만명이나 됩니다. 한 가구당 가족이 4명만 되어도 20만명의 생존권이 달려 있습니다. 정치는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막힌 것을 뚫어 소통시켜주고, 갈등을 해소시켜주어 국민들을 안심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이런 간절함이나 아픔을 고려해서 남·북 양쪽 정부가 같이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남한 정부는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얻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북쪽은 사과에 대해 ‘공단 폐쇄가 꼭 우리들만의 책임이냐. 상호 이유가 있지 않느냐’ 는 것이고, 재발방지 약속에 대해서는 ‘그럼 남쪽도 군사훈련과 같은 위협이 되는 행동이나 개성공단을 비하하는 발언을 안 하겠다고 담보를 하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옳다는 게 아니라 그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이해가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개성공단이 군사분계선에 근접해 있어 전에는 북한의 군대가 주둔해 있던 곳입니다. 그래서 남북간에 군사적 충돌이 있으면 북한 군부 입장에서는 개성공단 지역을 안보상 취약지라고 보고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개성공단 문제 풀지 않고선 

이산가족 상봉 논의도 못해 

북한도 장마 피해 클 텐데 

인도적 지원·복구 돕기 나서야


이렇게 남북 간에 견해가 다르니까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해야 합니다. 일단 북쪽에서 양보를 한다면, ‘개성공단 중단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면 됩니다. 또 북쪽에서 중단의 책임이 자기에게만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하겠다’를 ‘함께 노력하자’고 표현할 수 있지 않겠냐 싶습니다. 만약 남쪽에서 양보안을 낸다면 오히려 북한의 주장을 수용해서 ‘개성공단을 우선 재가동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재발방지나 국제화에 대해 논의한다’고 하면 되겠죠. 이렇게 남북이 서로 주장을 반반씩 포용해주면 문제 해결이 어렵지 않습니다. 사실은 북한이 무릎 꿇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보다 남북이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게 재발방지에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잘못되면 그 여파도 클텐데요.

“지금 남북관계에서 제일 시급한 것은 이산가족 상봉입니다. 이분들이 연세가 높아서 일년에 몇만명씩 돌아가십니다. 우리가 이분들께 그런 한을 가지고 돌아가시게 하면 안 됩니다. 이것은 시간을 다투는 시급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개성공단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이산가족 상봉도 논의될 수 없습니다. 또 올 여름 북한 중부권에 비가 많이 왔습니다. 남한도 비 피해가 많은데 북한은 얼마나 큰 피해를 봤겠습니까. 이럴 때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 지원이 전면적으로 이뤄지고, 수해 복구 등에서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요.

“전임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3000’ 정책을 통해 대북 지원에 개방과 비핵화라는 전제 조건을 걸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5년 동안 남북 관계는 아무런 진전도 없었지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게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타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이산가족 문제를 풀어, 경직된 남북관계를 조금씩 푸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것이 초기부터 전혀 작동되고 있지 않습니다. 선거 때 내걸었던 신뢰 프로세스의 내용이 바뀌어서 ‘너희가 신뢰할 만한 행동을 해야 우리가 신뢰하겠다’ 이런 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내용이 변질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간에 버릇을 고친다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거기서 합의를 찾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실망하거나 결론을 낼 때는 아닙니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인 만큼 대한민국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고 나중에도 좋은 평가를 받는 게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큰 복입니다. 북한 지도

자가 젊어서 부족하다면 누님같이, 어머니같이 감싸 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된 것은 결국 북한의 3차 핵실험의 결과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안보 문제에선 어떤 정부도 1%의 위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심각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개성공단은 안보와 직접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지금은 지난 3~4월과 달리 군사적 대립과 갈등이 소강상태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이 문제에 안보를 끌고 들어가선 안 됩니다. 개성공단은 애초 생길 때부터 이런 민감한 조건 속에 있었습니다. 이런 위험이 있는 곳에 공단을 만든 것은 남북 모두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것과 같습니다. 남북간에 긴장보다 화해와 협력으로 가기 위해 만든 것이지요. 이 사태가 너무 장기적으로 가면 공단을 재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재개부터 해야 합니다.

"


-정부가 지난달 28일 ‘마지막으로’ 회담을 제안했는데, 북쪽의 답변이 없습니다.

“우리가 마지막 제의라든가, 중대 결단과 같은 용어를 썼지요. 북쪽도 군대 주둔과 같은 말까지 입에 담았습니다. 이런 용어는 모두 전투 용어입니다. ‘항복하라’, ‘무릎 꿇으라’는 의미입니다. 올바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약간의 협박성 발언을 하면서 대화 재개를 요구하니까 북쪽에서도 답을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좀 더 부드럽게 북한이 다시 대화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협상도 유리할 때 상대를 포용해서 타결해야 안전한 협상이 됩니다. 대부분 유리하면 다 먹으려 합니다. 그럼 약한 쪽에서 저항을 합니다. 힘 있다고 누르면 저항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경로를 갈 것으로 보입니다. 전임 정부 때도 처음에 금강산 관광이 파탄 났습니다. 정부가 직접 조사, 사과, 재발방지 약속 등을 다 관철시키려다 실패했습니다. 물론 우리 생각에는 북한이 잘못한 것이니까 그런 요구를 하는 게 당연하지요. 친구 사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립 관계에선 우리 요구 조건이 100% 충족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후 물밑 접촉도 해보고 정상회담 추진도 했지만 다 안 된 것이지요. 이번에도 북한에서 박근혜 정권과는 더 이상 안 되겠다고 마음에서 결론을 내리면 앞으로 여러 협상이 있겠지만 타결은 어려워집니다.”


정부 ‘마지막 제안’ 등 전투 용어 써 

북쪽에서도 답 주기 쉽지않아 

박 대통령, 여성성의 리더십 살려 

화해로 대립국면 풀어나가야


-박 대통령께 당부 말씀이 있으신지요?

“융통성은 힘 있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장점을 살려야 합니다. 여성이 갖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살려 강성으로 대립하는 사람들을 다독거려서 화해시키고 푸는 것, 이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통합 리더십입니다.

우리의 국가 목표는 크게 두 가지여야 합니다. 먼저 전쟁이 없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이제까지 이뤄놓은 성과를 잘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면 통일입니다. 통일을 해서 지난 100년 동안 이어진 식민지-분단 체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는 여러 면에서 성장 동력이 소진되어가고 있습니다. 통일이 기회입니다. 그런 국가목표를 인식하고 국민들이 힘을 모아나가도록 국가발전 계획을 세우고 그 아래서 여·야 정치 세력도 경쟁해야 합니다. 지금은 나라 전체가 뒷걸음질을 치고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게 마냥 기다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아야 합니다. 통일의 기회를 꼭 잡았으면 합니다.”


진행·정리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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