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살이 20년, “소유에서 자유” 거듭 강조
멕시코 출신 등 정회원 4명 늘어
예수살이공동체가 창립 2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하며, 무소유와 가난한 삶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3월 1일 서울 마포구 예수회 센터에서 회원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봉헌된 기념미사 중에는 한주희(카타리나), 허광진(토마스), 류경주(실비아), 그리고 멕시코인인 마리아 사라 할리페 씨가 ‘민들레’(정회원) 서원을 했다. 외국인 회원이 민들레 서원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로써 예수살이공동체 정회원은 모두 87명이 됐다.
이들 네 사람은 서원식에서 “계획적 소비를 위해 가계부를 일상화하고,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사용 비율을 8대2로 하겠다”, “상대가 말할 때 온전히 집중해 듣고 대화하겠다”, “1개 이상의 두레(공동체 지역 모임)를 더 양성하겠다” 등 크고 작은 다짐을 했다.
예수살이공동체 김미애 사무국장은 “‘민들레’는 공동체에서 교육받고 1년 이상 활동한 회원이 평생 예수살이공동체에 속해 살겠다고 서원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총회에 대한 의무, 권한을 갖고, 회비를 내며, 공동체와 더 깊게 결합하게 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 3월 2일 예수회 센터에서 열린 예수살이공동체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왼쪽부터) 류경주, 허광진, 마리아 사라 할리페, 한주희 씨 등 4명이 '민들레'(정회원)로 살아가겠다고 서원하고 있다. ⓒ강한 기자
박기호 신부, 기술문명과 소비문화 대응 강조
미사에 앞서 강의에서 박기호 신부(서울대교구)는 “우리 공동체가 20년을 맞아 군대 갈 나이가 됐는데, 요즘은 나이 스무 살이 돼도 다 제 앞가림을 잘 못한다”며 “우리가 조금 더 힘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1990년대 후반 공동체 운동을 구상하고 동료 사제, 청년들을 초대해 예수살이공동체가 만들어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2003년부터 충북 단양에 농촌공동체 ‘산 위의 마을’을 만들어, 아이들이 있는 가족, 독신자 등 20여 명과 함께 지내고 있다.
박 신부는 “예수살이 운동은 인간을 복원하는 운동”이라며, 건강한 사람에게는 노동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인간은 노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기술문명 속에 완전히 편입돼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인공지능과 사람 사이의 주도권이 뒤집어지는 시대와 사회가 어떻게 변해 가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신부는 “오늘날 가장 큰 힘을 가진 것은 소비문화 마케팅”이라며 “그것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인간답지 못한 모습으로 살게 하는지 질문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20년을 맞으며 뿌리는 길게 뻗어 있는 듯한데 잎사귀가 푸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면, 나의 실천이 그만큼 떨어진 것 아닌가 성찰해야 한다”며 “한번 힘을 내 보자”고 격려했다.
한편, 이날 미사를 주례한 유경촌 보좌주교(서울대교구)는 강론에서 “예수살이 공동체의 모토 ‘지상에서 천국처럼’의 가장 뚜렷한 식별기준은 지금 행복하기”라며, “우리는 이렇게 사는 것 자체가 행복한 사람들이고, 그 기쁨과 행복을 나중에 받을 것으로 생각하며 사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 3월 2일 예수회 센터에서 열린 예수살이공동체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박기호 신부가 강연하고 있다. ⓒ강한 기자
청년공동체 운동 열망으로 1990년대에 만들어져
20주년 맞아 역사 돌아보고 수행 생활 점검하기로
예수살이공동체는 1990년대 후반 젊은 사제와 신자들이 모여 청년공동체 운동을 꿈꾸면서 싹트기 시작해, 1998년 3월 1일 서울 역삼동 성당에서 창립미사를 봉헌하며 만들어졌다. 소비문화와 물질지배를 거부하고, 예수의 제자로서 하느님나라를 만드는 운동을 목적으로 한다.
청년들을 위한 영성, 신앙 재교육 프로그램 ‘배동교육’, 장년을 위한 ‘제자교육’을 각각 매년 2번씩 하고 있다. 그동안 2221명이 교육을 받았다.
농촌에 박기호 신부가 이끄는 ‘산 위의 마을’이 있다면, 서울에는 청년들이 한 집에 모여 사는 ‘밀알공동체’가 있다.
공동체의 신앙인상으로 안중근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특이한 점이다. 3월 1일 창립 20주년 기념미사 중에도 안중근의 어록이 낭독됐다.
예수살이공동체 20주년 준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공동체는 1년간 지난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깊이 논의하기로 했다. 큰 행사로 오는 6월 심포지엄, 12월 송년감사 미사가 예정돼 있다. 또한 공동체의 영성과 정체성에 대한 신학 검토, 수행 생활 점검과 재조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 3월 2일 예수회 센터에서 열린 예수살이공동체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민들레'(정회원)로 살아가겠다고 서원한 4명이 무릎을 꿇고 동료 평신도들의 안수를 받고 있다. ⓒ강한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