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목적 단체여도 직원들 종교차별 안된다
국가인권위, “업무와 무관한 종교 강요는 비합리적” 재발방지 권고
2013.08.02 <불교포커스> 정성운 기자
종교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구호단체라도 직원들이 종교를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국가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6월 13일 기독교정신에 따라 세워진 A구호단체의 한 직원이 종교행사 불참을 이유로 퇴사를 강요당했다는 진정에 대해 “소속 직원들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종교를 이유로 차별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결정했다. 국가인권위는 이 결정을 2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2012년 1월 개발도상국가 아동구호단체인 A법인에 입사한 진정인 은 이 단체로부터 교회신자 확인서 제출과 월요예배, 부흥회 등 종교행사 참석을 강요받았으며, 월요예배에 참석하지 않자 권고사직 압박을 받아 올해 2월 퇴사했다.
진정직업자격(BFOQ : Bona Fide Occupational Qualification)이란? 고용차별 판단기준에 관한 논의가 발달하면서 등장하게 된 개념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성별, 장애, 종교, 인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그 해당 업무에 꼭 필요한 자격을 바탕으로 고용하였음을 판단하는데 기준이 되는 개념. 예를 들면, 해당 업무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진정직업자격으로서 외모를 요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함. [출처: cafe.daum.net/michaelchung]
-어떤 직업에서 불가피하게 있어야 되는 차별 조건. 성별을 예로 들면 남자만 가능한 직업, 여자만 가능한 직업처럼 합리적인 이유로 차별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예를 들어, 남성 탈의실 또는 여성 목욕탕의 직원을 모집할 때, 극단에서 여자 주인공의 섭외, 의류 모델 등이다. 진정직업자격이란 일반적인 맥락에서는 평등권 침해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성별, 종교, 출신국과 같은 요소가 일정한 직무를 수행하는데 실질적 자격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민권법 제7장에서는 사업상의 편의가 아닌 업무의 본질에 있어서 위 요소들이 실질적으로 요구된다면 그와 같은 이유로 특정인을 고용하거나 배제하더라도 평등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남녀고용평등 및 일 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가목에서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특정 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는 차별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명시하여 진정직업자격 개념을 법적으로 도입하고 있다.[출처: 김현지, ‘남성중심의 병역의무 관념의 해체', <공익과 인권> 제11호] |
국가인권위는 결정문에서 “A구호단체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여 설립되었다고 주장하나 종교와 직원들의 업무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진정직업자격’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또 “A구호단체가 종교법인 또는 종교적인 목적이 활동을 주로 하는 일종의 ‘경향사업체’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을지라도 정규 근무시간 외에 참석수당을 지급하며 운영하는 종교행사 불참을 구호단체의 설립 목적이나 진정인의 업무수행에 반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의 결정이 법률적 기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국가인권위 판단은 진정인과 피진정인이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는 국제구호단체 직원의 종교자유에 대한 것인데, 이는 여타 종교단체가 위탁·설립해 운영하는 학교·복지시설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 즉, 진정직업자격에 구호단체와 학교, 복지시설 등의 종사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개신교 종립대학의 교원 임용과 관련해, 개신교와 밀접한 특정학과 이외에는 개신교인을 채용조건으로 해서는 안 되며, 그러한 채용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권고 결정을 내린바 있다.
한편, 국가인권위의 결정은 법무부와 관련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에도 전달되는데, 이는 이후 법률과 조례, 규칙의 제·개정에 반영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 글은 <불교포커스 bulgyofocus.net>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