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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분열적 존재,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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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기의 존재를 의식하는 자의식을 지닌 존재다. 또한 자기 존재에 완전히 밀착되어 사는 즉물적, 즉자적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의식하고 대상화할 수 있는 대자적 존재다. 이것은 인간이 몸과 마음, 육체와 영혼, 존재와 의식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인간의 위대성이자 취약점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기 존재를 의식할 수 있기 때문에 존재와 의식이 괴리될 수 있는 이중적·자기 분열적 존재다.

 

따라서 인간은 동물들과 달리 자신의 존재를 완벽하게 '소유'하지 못한다. 인간의 행동은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동물들과 달리 때로는 우물쭈물하기도 하고 불확실하기도 하며 삶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기도 한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바로 이 고민과 방황으로 인해 우리는 자기 삶의 방향과 의미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종교와 철학과 문학, 그리고 과학과 기술 등도 모두 고도의 지성을 가지고 언어를 사용하는 의식적 존재인 인간만의 산물이다. 동물에게도 낮은 차원의 지성이라는 게 있지만 자의식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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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키피디아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이 자기 존재를 의식함으로써 어느 정도 자신을 벗어나고 초월할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 주체적 존재라는 데 기초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동료 인간을 단지 대상물로 간주해서는 안 되고 수단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 존재의 구조적 취약성을 강조하는 현대 사상가 에리히 프롬은 바로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인간 존재의 특성에서 종교의 유래와 기능을 찾는다.프롬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존재와 의식의 분열을 재통합하려는 강한 욕구가 있다고 한다. 종교는 이렇게 자기 분열을 안고 사는 불안정한 존재인 인간에게 '정향의 틀 frame of orientation', 즉 우리가 따라 살아야 할 삶의 방식을 제공하고, 우리가 온 몸과 온 마음을 바쳐 사랑하고 추구할 궁극적인 '헌신의 대상'을 제시함으로써 분열된 자아가 재통합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통찰은 특정 종교에 관계없이 종교 일반의 기능을 탁월하게 설명한 이론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이 종교를 이해한다면 종교는 인간 존재의 특성 자체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은 불교나 그리스도교 같이 오랜 전통을 가진 종교가 아니라면 신 종교, 체계를 잘 갖춘 제도적 종교가 아니라면 사적인 종교라도 가지고 살기 마련이다.

사실 인간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누구나 어떤 궁극적 '헌신의 대상'을 찾는다. 자기 삶에 의미를 제공할 궁극적 가치, 지고의 선 같은 것을 추구하며 산다. 그것이 신이든 사랑이든 사회정의든 혹은 한 국가나 정당이나 사회단체이든 혹은 돈, 명예, 쾌락, 스포츠, 심지어 도박 같은 것이든, 우리의 궁극적 관심과 헌신의 대상이 되는 것은 모두 '종교적'의미를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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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길희성 지음, 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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