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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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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 일하고 닷새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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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사르 린포체5-.jpg



    부탄 출신의 티베트불교 개성파 영적 스승의 행복관

 

 “이틀만 일하고 닷새는 노는 세상을 만들자”

 

 “왜 모든 나라에 똑같은 스타벅스를 만들어야 하는가. 프랜차이즈 전략에 놀아나지 않는 진짜 행복한 인간이 되어보자. 적게 일하고 적게 갖는 사람이 진짜 풍요로운 사람임을 알게 하자”

 

  

 히말라야 은둔의 나라 부탄에서 태어나 자란 티베트불교의 ‘영적 스승’인 종사르 잠양 켄체(52)를 만났다. 5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다.  한국에서 티베트명상을 수행하는 세첸코리아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서울 봉은사 상도선원 등에서 법회를 가졌다. 7세 때 티베트불교의 위대한 스승인 잠양 켄체 왕포의 환생자로 인정 받은 그는 린포체지만 출가하지는 않았기에 승려가 아니다. 그러나 종사르 승원의 원장이나 종사르 대학의 학장으로서 1600여명의 승려들을 이끈다. 또 세계 여러곳에 ‘싯다르타의 의도’라는 수행센터를 만들어 수행을 지도하며, ‘연꽃 활동’이란 단체를 통해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시키는 일을 돕고 있다.


 직접 만나본 그는 붉은 색 법복을 걸치고 삭발했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티베트의 고승들과는 사뭇 달랐다. 대부분 어린시절 전시대 고승의 환생자(린포체)로 인정 받은 티베트불교의 고승들은 ‘선택받은 소수’의 자신감과, 린포체들에게만 주어진 특혜인 ‘영재 교육’을 통해 얻은 지혜로 빛나면서도 티베트불교인으로서 공동체성과 겸양의 덕을 잊지않는다. 한국의 선승들이 기상이 넘치고 자유롭지만 유아독존적 아만이 강하다는 평을 받는 것과 비교된다. 그런데 그에게 느껴지는 것은 기존의 티베트 고승들과는 달랐다. 자유분방함이 오히려 선승의 분위기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는 승원장으로서보다 영화감독으로 더 알려졌다. 영국 유학중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리틀 부다>의 자문을 하며 영화에 입문한 그는 1999년 월드컵 축구에 빠진 동자승들의 이야기를 그린 <컵>등을 만든 영화감독이다. 하지만 불교를 알리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그의 영화는 ‘로맨스’(연애) 쪽이다.


 “이번엔 인도를 배경으로 여성이 용감하게 카스트(계급)에 투쟁하며 사랑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부산영화제에 출품하길 희망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는 “로맨스 영화만 만들고 직접 로맨스를 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왜 하지않겠느냐. 나도 인간인데”라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로맨스도 음식을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내 로맨스 실패기를 책으로 낼 작정”이라며 웃는다.


 그의 별난 면모는 분신으로 중국의 폭압에 저항하는 티베트의 상황에 대한 언급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중국의 티베트 정책과 관련, “사실 잘 모른다”고 처참한 상황의 동족의 아픔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티베트인들의 분신에 대해선 “불교적 관점에서보면 좋은 것은 아니다”고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이 답했다. 


 그는 불교가 이성적이고 과학적이고 진리 추구적임을 자랑했다. 이에 대해 “지혜와 자비(사랑)라는 두바퀴 가운데 이성적 불교는 지혜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 공동체적 자비가 부족한게 문제 아니냐”는 지적을 하자, “지혜 없이 방편(수단)인 자비에 몰입하면 그 또한 속박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속박을 싫어하는 그의 성향은 출가하지도 않고 결혼하지도 않는 그의 삶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출가하는게 좋겠느냐고 아버지에게 물었더니, ‘결혼해서 사는 것도 출가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고 말했다”면서 “무엇엔가 헌신하는게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수행에 대해서도 진솔함을 이어갔다. 그는 “나는 마스터(성취자)가 아니라 불교적 진리를 전달하는 사람일 뿐”이라면서 “내가 성취한 게 있다면 탐(욕심)·진(분노)·치(무지) 3독심을 잘 다스리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안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 모두는 부처다>(팡세 펴냄)에서 보인 명쾌함을 뒤로 한 겸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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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모두는 부처다>라는 책은 실은 이미 2007년에 <무엇이 우리를 불교인이 되지 못하게 하는가>로 국내에 소개된 책이다. 그에게 ‘무엇이 우리를 불교인이 못되게 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4법인을 들어 이렇게 분명하게 답했다.


 “모든 조건지어진 것은 무상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교인이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번뇌와 감정이 고통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교인이 아니다.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실재 자성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교인이 아니다. 그리고 해탈이라는 것이 개념 너머에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교인이 아니다.”


 그의 발언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전체적이기보다는 개인적이고 개성적이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인 <올드보이>를 즐겨봤다는 그는 “한국 영화가 좋은 이유도 한국적인 방식으로 풀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할만큼 개성파다.


 “왜 모든 나라에 똑같은 스타벅스를 만들어야 하느냐. 왜 프랜차이즈와 대리점들은 어느 곳을 가나 같나. 싱가폴은 홍콩 같고, 홍콩은 서울 같고, 서울은 싱가폴 같다. 점점 비슷해진다. 인도의 바라나시는 좀 달랐는데, 바라나시 사람들도 스타벅스가 생기길 원한다.”

 모두가 같아지는게 진절머리가 나는 모양이다. ‘세상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부탄은 세상과 다르지않느냐’는 시선에 대해서도 그는 진솔하다. ‘부탄이 외진 곳에 떨어져 있고, 별고 주목받지않은 소국이고, 현대문명이 발달하지않아서 그런 것이지 부탄인이 노력을 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부탄이 계속 그렇게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얼마전 부탄 정부가 매주 화요일을 차 없는 날로 지정했는데,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반대해 결국 폐지된’사례를 들었다.


 한국인의 화두인 ‘행복’에 대해서도 스펙이나 돈, 성공과는 전혀 다른 코드를 들이댄다.

 “페라리(차)를 가져야만 행복하다는 믿음이 지배하는 곳에서 페라리를 갖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이제 다른 식의 행복, 다른 식의 풍요로움을 이야기할 때가 아닌가. 영민하기 이를데 없는 수많은 한국 학생들이 학위를 따기 위해 스트레스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살아야만 하는가.”


 그는 “그렇게 학위에만 매달리는 것은 30년도 더 떨어진 좁은 소견 때문”이라며 “이제 프랜차이즈의 전략에 놀아나지않는 개성적이고 독특한 인간, 진짜 행복한 인간이 되어보자”고 제안했다.


 “은행사장 못지않게 농부나 교사나 간호사가 귀하고 소중하다고 가르치자.  적게 일하고 적게 갖는 사람이 진짜 풍요로운 사람임을 알게 하자. 2일 일하고 5일은 노는 세상을 만들자. 우리 손으로 만들어내야할 것은 이런 세상이다.”


 하지만 그도 원하는 삶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피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이번에 세번째 방문이지만, 법회에 끌려다니느라 한국인들과 차분히 이야기를 나눠보지도 못하고, 그토록 원하는 한국의 온돌방에서 편히 쉬어보지도 못했다고 아쉬워 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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