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전통복식을 지키며 살고 있는 갱정유도인인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김재룡 이사와 박성기 이사장, 한재우 총무(왼쪽부터)
“우리의 전통문화가 얼마나 격이 있고 멋진지 광화문 광장에서 보게 될 겁니다.”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박성기(78) 이사장이 27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는 5월 12~13일 광화문광장에서 펼칠 ‘제17회 대한민국서당문화한마당’을 소개했다. 박 이사장은 ‘갓쓴 도인’으로 유명했던 고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에 이어 ‘갱정유도’ 최고지도자인 도정을 맡고 있다. 1929년 유교를 갱신해 창립된 ‘갱정유도’인들은 지리산 청학동(경남 하동)이나 남원(전북), 구례(전남), 계룡(충남)등에서 상투를 틀고 갓을 쓰고 한복과 도포를 입고 사서삼경을 읽는 등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왔다. 갱정유도인들은 지금도 전국 40여개 서당을 운영하며 전통교육을 하고 있다.
이들이 잊혀져가는 전통을 재현하기 위해 벌이는 서당문화한마당은 매년 ‘갱정유도’ 본부가 있는 남원에서 열렸으나 이번엔 최초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전통 서당 교육의 골자인 ‘글을 읊고, 짓고, 쓰는’ 과정을 과거제도로 재현해 강경(읽기), 제술(짓기), 휘호(쓰기) 등 세가지를 경연으로 펼친다. 박 이사장은 “어린 학동부터 90세 노인들까지 전국에서 도포와 한복을 입고 모인 2천여명의 응시자들이 광화문광장에서 옛 과거시험과 같은,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풍을 보면 누구라도 감개가 무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연에서 장원을 해 대통령상 수상하게 되면 사모관대를 하고 어사화를 머리에 꼿고 행진해 옛 장원급제의 금의환향을 재현하게 된다.
» 3년전 전북 남원의 서당문화한마당에서 한 어린이가 경연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 서당전통문화진흥회 제공
박이사장과 함께 참석한 김재룡(62) 원광대 교수, 한재우(44) 훈장 모두 초·중·고 등 정규학문을 거치지않고 전통 서당에서 공부한 갱정유도인이다. 고 한양원 이사장의 아들은 한훈장은 “여덟살이 되자 부모님이 사는 서울을 떠나 두형처럼 남원으로 가서 서당에 다녔다”고 했다. 그는 “안중근의사도 백범 김구도 서당에서 공부했는데, 일제가 서당을 폐쇄하면서 자기가 사는 부근에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사라져 우민화되어갔다”며 “서당 교육은 인간본연의 성품을 회복해 참다운 인간을 만드는 최고의 교육이었다”고 설명했다.
원광대에서 교양한문과 인성예절을 가르치는 김 교수는 “저희처럼 어려서부터 서당에 다닌 사람들과 커서 한문을 배운 사람들 사이엔 차이가 있는데, 어려서부터 서당에 다닌 사람들은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자라 특유의 운율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해방 후 세상은 급변했다. 박 이사장의 갓도 거의 생산되지않고 소수 수공예로만 만들어져 하나에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을 호가할만큼 귀해졌다. 그 뿐이 아니다. 현재 정규학교를 포기하고 서당에 다니는 학동은 전국에서 20여명만 남아있다고 한다.
박 이사장은 지금은 계룡시로 바뀐 계룡산 신도안으로 몰려든 수많은 기인 도사 도인 명리학자들을 보며 자랐다. 그는 이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1970년대부터 남북의 길을 트기 위해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천시가 도래하지않아 틀 수 없었다”며 “이제 한반도의 대운이 오는 천시여서 누구도 앞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우 훈장에 따르면 갱정유도인들은 어린시절 서당에서 늘 來步歌(래보가)란 노래를 부르고 놀았다고 한다.
무술조화 알것는가
기해동요 백일이네
경자나무 아래에서
신축신축 소리로다
임인임강 천연한듸
계묘계모 잘도하네
갑진밥진 다나와서
을사을사 놀아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