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의 ‘청년멘토’ 원빈스님(34)이 ‘<나를 더 나 답게>(휴 펴냄)하라’고 권고했다. 해맑은 미소와 알기 쉽고 자상한 설법으로 이미 불교계에선 이름을 알린 그가 말하는 ‘나 답게’ 란 ‘나 답지 않은 수많은 것들’을 더께더께 둘러쓴 청년들을 위한 ‘마음 다이어트법’이다. 다시 말하면 수많은 것들을 강요 당하며 살아오는 동안 날아보기도 전에 지쳐버린 이들을 위해 나답지않을 것에서 벗어나 인생이란 항로에서 가볍게 날아오르도록 돕는 조언서다.
원빈 스님은 2005년 해인사로 출가해 중앙승가대학교 졸업 후 육군 군종 장교로 복무했고, 서울 자등명선원과 경남 산청 송덕사 주지이다. 저자는 불교방송(BBS) 의 라디오 <행복한 두 시>와 티브이 <원빈 스님의 최고의 행복학, 불교>를 진행했고, 지금은 <BTN 불교방송>의 <청춘토크쇼 절친>을 진행하고 있다. 또 팟캐스트 <매일 15분 행복명상>, 다음카페 <행복문화연구소>,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같은 하루 다른 행복>,<명상선물>,<불교 인문학 극락추천서>, <읽기만 해도 신심 나는 법구경 이야기>,<스님의 사랑 수업> 등을 펴냈다.
이번에 낸 <나를 더 나 답게>에서 그가 소개한 핵심 ‘마음 다이어트법’ 7가지를 간추렸다.
1>번뇌를 원수가 아닌 친구로 만드세요
=번뇌는 감자와 비슷하다. 생감자 껍질에는 멜라민이라는 독성분이 있어 많이 먹으면 돼지도 죽는다. 하지만 감자는 15분 정도만 잘 삶으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맛있는 알칼리성 식품이 된다. 감자를 많이 먹으면 성격이 순해진다는 속설이 생겨날 정도로 부드러운 음식이다.
번뇌 또한 마찬가지다. 분명히 번뇌에는 삼독심이라는 이름처럼 마음을 괴롭히는 독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번뇌가 마음을 괴롭히는 순간, 정신 못 차리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대신 깨어있는 명상 상태로 15분 정도만 마음을 잘 살펴볼 수 있다면 이 독성은 변화를 시작한다.
명상을 통해 번뇌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선함으로 바뀔 수 있다. 두려움은 용기로, 탐욕은 베푸는 마음으로, 분노는 자비로, 어리석음은 지혜로 전환된다. 번뇌라는 생감자가 자각의 불을 만나면 행복의 열매를 맺는 선한 마음으로 변한다. 매우 경이로운 마술처럼 말이다.
2>필요한 것과 가지고 싶은 것을 구분해 보세요
=두려움은 욕심에서 나온다. 가진 것을 유지하고 싶은 바람과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잃을 것이 많을수록 두려울 수밖에 없다. 두려움을 줄이기 위해서는 집착을 줄여야 한다. 비효율적이고 쓸모없는 집착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
하얀 종이에 두 가지를 적어보라. 하나는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고, 다른 하나는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가지고 싶은 것들이다. 적어놓고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나누면 된다. 필요한 것은 살펴보고, 원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목록에서 지우는 쪽으로 마음을 바꿔보라. 그러다 보면 진정 필요한 것은 이미 가지고 있다는 진심을 깨달아 만족감이 높아지고, 과하게 욕심내던 것들은 점점 줄여나갈 수 있게 된다.
3>통증을 고통으로까지 만들지 마세요
=통증은 순수한 아픔이다. 예를 들면 꼬집힌 피부에서 느껴지는 불쾌한 촉감 같은 것이다. 그런데 누가 우리를 꼬집었다면, 우리들은 꼬집은 사람에 대한 분노, 우원망 같은 감정을 보태 통증을 고통으로 느끼게 된다. 고통이란 통증에 스트레스, 즉 번뇌가 더해진 것이다. 가령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 주사 자체의 통증보다 기다리면서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 때문에 스트레스로 더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인간의 몸으로 살아가다 보면 통증을 피할 수 없지만,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있다. 우리는 단순한 통증에 더해진 고통의 거품을 걷어내야한다.
그 핵심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다스릴 때 고통은 그저 통증일 뿐이다. 고통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는 두려움을 먹이 삼아 증폭된다. 무작정 피하려고 발버둥치기보다 있는 그대로 통증에 직면하는게 좋다. 마음을 바꾸는 것만으로 고통을 피할 수 있다.
4>내가 직접 보고 느낀 것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세요
=우리의 감각은 생각보다 훨씬 부정확하다. 내가 분명히 보고, 듣고, 느낀 것이 틀리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다. 법정에서 의도적으로 위증하지 않아도 사람마다 증언이 엇갈릴 수 있다. 모두가 진실을 말해도 각자의 관점에서 본 진실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경험을 두 명이 동시에 하면 두 가지 진실이, 세 명이 하면 세 가지 진실이 나오는 게 우리 인식의 한계다.
예를 들어보자. 한 남자가 용무가 급해 화장실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화장실 풍경이 다소 낯설었다. 남성용 소변기가 없었던 것이다.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오는 길에 남자는 화장실에 막 들어서는 여자와 마주쳤다. 당황한 남자는 변명을 하려고 입을 뗀다. 그러자 여자가 먼저 말한다. “죄송해요. 잘못 들어왔나봐요.”
5>아플 때는 아프다는 것을 받아들이세요
=타고난 강골이라 평생 감기 한 번 앓은 적이 없는 농부가 있었다. 50대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기침을 하고 몸살 기운이 오는 경험했으나 곧 기침이 끊겼다. 그런데 한 달 뒤 농부는 다시 기침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가래에 피가 섞여 나왔다. 가족들이 병원에 가기를 권해도 무시하다가 몇 주 뒤 피를 토하며 혼절한다. 결국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부는 “의사가 잘못 봤어. 평생 건강했는데 폐암은 무슨…”이라며 병을 고쳐볼 기회도 없이, 끝까지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 병을 고치려면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6>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세요
=어릴 적부터 남이 정해준 빡빡한 시간표에 따라 생활하는 데 길들여지면 시간의 공백, 즉 여유를 얻고도 불안한 증세를 보인다. 온전한 성인이라면 시간의 주인으로서 하루를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계획한 삶 속에서 여유와 부저런함의 줄다리기를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려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행위에 집중하는 게 좋다. 온전히 의식을 집중할 때, 호와 흡은 경이로운 경험으로 바뀐다. 걸을 때는 발바닥이 땅에 닿는 그 느낌에 의식을 두며, 든든한 대지를 느끼고, 자신의 신체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느낌을 따라가면 된다. 이 작은 훈련만으로도 증폭되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낸 <하디스 40선>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기를 이렇게 권하고 있다.
‘아침을 맞이하면 저녁을 기다리지 말고, 저녁을 맞이하면 아침을 기다리지 말 것이며, 이미 이 세상에 와 있는 자신을 위해 영원히 사는 것처럼 열심히 일하고, 질병에 대비해 건강을 관리하며, 내일 이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고 내세를 위해 오늘 준비를 해야 한다.’
7>거지가 아닌 왕자임을 믿으세요
=한 나라의 왕이 늦둥이 외아들을 얻었다. 왕자는 온 나라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다. 그런데 어느 날 왕자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온 나라를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왕은 물론 온나라가 비탄에 잠겼다. 왕은 20년을 찾아헤맸지만 왕자를 찾지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젊은 거지 한 한명과 우연히 만난 왕은 그가 단박에 20 년 전에 잃어버린 왕자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왕자는 자신이 왕자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왕이라는 작자가 미친 소리를 하고 있다면 두려워 떨 뿐이었다. 그러자 지혜로운 재상이 왕에게 충언했다. 먼저 그에게 적은 월급을 주고 마구간의 똥 치우는 일부터 시키라는 것이었다. 왕은 마뜩치않았지만 할 수 없이 그렇게 했다. 왕자가 마구간 치우는 일을 잘 해내게 되자 마구간 하나를 관리하는 일을 맡기고, 그 이후엔 마구간 전체의 관리를 맡겼다. 왕자는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 재상의 역할까지 해냈다. 그때서야 그는 왕의 말을 믿고, 자신이 왕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공부를 잘해야 하고, 착해야 하며, 예뻐야 하고, 부지런해야 칭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며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관념에 익숙해져 버렸다. 우리는 본래 태어나는 순간 아무런 조건이 필요 없는 기쁨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