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문화·신앙·이성 교제…다양한 방식과 소재의 기독교 팟캐스트 소개
기독교 팟캐스트엔 설교만 있을 거라는 편견을 버리자.
드라마, 비평, 강의 등 다양한 형식의 기독교 팟캐스트가 등장하고 있다. 소재도 파격적이다. 목회자의 불륜, 새벽 기도, 그리스도인의 소유관, 연애, 문화 등 교회 내에서 터부시되거나 궁금했지만 눈치 보느라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요즘 뜨는 기독교 팟캐스트 몇 개를 정리해 보았다.
드라마만 막장일까?
▲ 국민TV 막장 드라마 '나비효과'.
김용민 피디는 드라마에서 성역화 된 한국교회의 문제를 드러내고자 했다. (나비 효과 팟캐스트 화면 갈무리)
대형 교회의 신망 받는 목회자 육봉기 목사. 그가 선호하는 심방 장소는 모텔이고, 심방 대상은 여집사다. 육 목사의 심방은 해외 집회를 가서도 이어진다. 육 목사의 사모는 남편의 이런 행동을 알고 있지만, 두 사람의 사회적 지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한다.
목회자의 불륜을 소재로 한 국민TV 라디오 막장 드라마 '나비효과'의 주인공 육봉기 목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다. 제작자인 김용민 피디는 드라마에서 성역화 된 한국교회의 문제를 드러내고자 했다. 방송한 지 2주가 안 되었지만 나비효과는 현재 종교 분야를 넘어서 팟캐스트 전체 다운로드 1위다. 교회가 사회적으로 공신력이 있다면 나비효과는 청취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야겠지만, 오히려 속이 시원하고 후련하다는 평가가 많다.
드라마는 1회당 10~15분에 20회로 편성했다. 김용민 피디가 직접 대본을 썼고, 연출과 편집까지 맡았다. 김 피디는 라디오란 효과음만 있으면 어떤 상황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어 청취자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또한 10분 분량의 드라마가 목사들의 30~40분짜리 설교 방송보다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10회까지 방송이 나갔다. (바로 가기 : 막장 드라마 '나비효과')
새벽 기도의 불편한 진실
▲ '에고 에이미'는 새벽 기도, 그리스도인 소유관, 설교 등 한국교회 내에 크리천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문제들을 다룬다.
(에고 에이미 팟캐스트 화면 갈무리)
기독교인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문제들을 신학자들이 모여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예를 들어 한국교회의 전통으로 자리한 새벽 기도는 알게 모르게 교인 간 신앙생활을 비교하는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겉으로 경건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상대방보다 나의 신앙이 좋다는 우월감에 빠져 있는 위선적인 모습들이 교회 곳곳에 있다.
김근주·배덕만 교수 등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7명의 신학자와 고상환 사무처장, 한병선영상마들기 한병선 대표 9명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팟캐스트 '에고 에이미'를 만든다. 새벽 기도 외에도 그리스도인의 소유관, 설교 등을 주제로 삼았다. 세습과 힐링 등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주제들도 다루었는데, 이 내용은 얼마 전 <세습 목사, 힐링이 필요해?>(홍성사)라는 책으로도 출간했다. 나머지 방송들도 곧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대본 없이 미리 정한 주제를 두고 한 명이 5분 정도 발제를 하면, 나머지 패널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참석자들은 교회 문제를 지적하는 가운데 자신의 욕망과 부끄러움을 직면하게 된다고 한다. 앞으로도 세속적 욕망과 기득권에 집착해 불거진 교회의 문제를 다루어 갈 예정이다. 현재 11회까지 방송했고,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다. 4월 말이면 다시 방송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바로 가기 : '에고 에이미')
영화 보고, 책 읽고, 수다 떨고
▲ 문화 해석과 향유 네트워크 '에디공'이 만드는 문화 전문 팟캐스트 '박 샘의 위대한 수다'는 한 주씩 번갈아가며 영화와 책을 소개한다.
(박 샘의 위대한 수다 팟캐스트 화면 갈무리)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박 샘의 수다를 듣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이 머리에 쏙. '박 샘의 위대한 수다'는 문화 해석과 향유 네트워크 '에디공'이 만드는 문화 전문 팟캐스트다. 10년 동안 공부하며 쌓아 온 문화 콘텐츠를 팟캐스트로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배우자 기도, 비크리스천과의 이성 교제 등 교회가 시원하게 대답해 주지 않았던 문제들을 대신 상담해 주기 위해 2012년 시즌1을 방송했고, 올해는 에디공의 전문 분야인 문화 이야기로 시즌2를 만들었다.
에디공 박준용 대표는 목회자의 성추행·표절 등 한국교회의 문제가 인간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온다고 했다. 성경을 강조해 말씀에는 해박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설·영화 등 문화 콘텐츠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박 대표는 강조한다.
'박 샘의 위대한 수다'는 한 주씩 번갈아가며 영화와 책을 소개한다. 책은 고전과 화제가 되는 책을 나누어 소개한다. 지금까지 영화 레 미제라블, 스토커, 책 <오이디푸스 왕>, <인생학교 섹스> 등을 다루었다. 영화나 책을 못 본 청취자를 위해 간략한 줄거리를 제공하고, 그에 대해 박 대표와 패널들이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영화 지슬, 로마 위드 러브, 책 <안티고네>, <시간의 향기>를 다음 팟캐스트 작품으로 선정한 상태다. (바로 가기 : '박 샘의 위대한 수다')
이제는 만날 수 있습니까?
▲ '로맨스 처치'는 한 번도 연애를 해 보지 못한 '모태 솔로', 연애를 막 시작한 커플, 예비 부부 등 김지윤 소장이 학교와 교회, 기업 등에서 강연하며 상담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로맨스 처치 팟캐스트 화면 갈무리)
교회에는 왜 나이 많은 싱글 여성들이 유독 많을까. 40일간 작정 기도까지 했는데 아직도 혼자인 이유는 뭘까. 크리스천 미혼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연애·결혼 강의를 해 인기몰이 중인 좋은연애연구소 김지윤 소장을 팟캐스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IVF 미디어와 포이에마가 함께 제작한 팟캐스트 '로맨스 처치'는 4월 8일 1회가 나가자마자 종교 부문 비디오 팟캐스트 1위를 차지했다.
팟캐스트는 한 번도 연애를 해 보지 못한 '모태 솔로', 연애를 막 시작한 커플, 예비 부부 등 김지윤 소장이 학교와 교회, 기업 등에서 강연하며 상담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IVF 미디어는 "이성 교제와 결혼에 대해 궁금한 부분들을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 주는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좋은 강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바로 가기 : '로맨스 처치')
최유진 기자
*이 글은 뉴스앤조이(newsnjoy.or.kr)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