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담 (花潭은 徐敬德의 호) 선생이 길가에서 우는 사람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저는 다섯 살 때 눈이 멀어서 지금 20년이나 되었답니다.
오늘 아침나절에 밖으로 나왔다가
홀연 천지만물이 맑고 밝게 보이기에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려 하니 길은 여러 갈래요,
대문들이 서로 어슷비슷 같아 저희 집을 찾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 지금 울고 있습지요."
화담이 그에게 말했다.
"네게 집에 돌아가는 방법을 깨우쳐주겠다.
도로 눈을 감아라.
그러면 곧 너의 집이 있을 것이다."
그러자 소경은 다시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리며
익숙한 걸음걸이로 걸어서 곧장 집에 돌아갔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산문 에 나오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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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길들여졌던 사람들이 말끝마다 “조선 놈은...”라고 말하듯
독재에 익숙한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종북이라고 몰아갑니다.
어둠에 익숙해지면 빛이 오히려 방해로 느껴집니다.
진정 바라던 것을 찾게 되었어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되는 용기가 없어서
도로 눈을 감고 있지나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