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 곁에서 들은 이야기
1.이야기 하나
아파트는 담배문제로 사소한 충돌이 적지 않다. 사생활 공간인 까닭에 A씨에게 어느 정도 흡연권이 보장된 곳이지만 가족성화에 못이겨 그 권리마저 포기하고 베란다까지 나간다. 한 모금에 천하를 품고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이내 인터폰이 울렸다.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윗층에서 담배연기를 불편해 한다는 전언이다. 순간 행복감을 박탈당하니 갑자기 마음균형이 깨지면서 욱하고 성질이 올라왔다. 윗층에 들리라고 “연기가 디귿(ㄷ)자로 올라간다는게 말이 되냐고?”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담배연기는 일단 입김의 힘으로 바깥방향으로 일(一)자로 나간다. 대기권에 노출되면 니은(ㄴ)자를 그리면서 위로 올라간다. 그 후에 다시 윗집 창문으로 들어가려면 연기가 디귿(ㄷ)자로 굽어져야 가능한 일이라는 말이었다. 굴뚝연기 원리까지 인용하면서 씩씩거렸지만 별 수 없이 담뱃불을 꺼야 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깃장이다. 문제는 연기가 아니라 냄새인 까닭이다.
2.이야기 둘
B씨는 흡연에 대해 안주인이 뭐라고 해도 못들은 체 했다. 이미 담배피는 것 알고 결혼했으니까 그건 기득권 존중차원에서 감수해야할 일이라고 여겼다. 딸도 유난히 담배냄새에 민감했지만 시치미를 뗐다. 하지만 시집간 후의 말까지 귓등으로 흘러들을 수 없었다. “외손자 안고 싶으면 끊으세요.” “큰일인데. 이를 어쩌지!” 안절부절했다. 친정오는 날마다 재떨이 치우고 환기하고 양치질하고 향수를 뿌리고서 손자를 맞이한다고 한다.
3.이야기 셋
중등학교에서 정년퇴직을 한 교사는 골초였다. 학교에 근무할 때 일이다.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기호품을 한 개피 즐긴 후 교실로 들어갔다. 한 학생이 코를 싸잡아 매며 ”선생님! 냄새나요.“라고 하더란다. 순간 당황했지만 표정관리를 하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고는 대충 얼버무렸다. 며칠 후 생활지도부에서 소지품 검사를 했다. 담배지참 혐의로 붙들려 온 일군의 무리 가운데 그 학생이 있는게 아닌가?
”이런 가증스런 녀석!“
4.이야기 넷
동해 바닷가 백사장 언저리 흡연부스 앞을 지나갔다. 안에 있는 몇 개의 재떨이에는 이미 꽁초가 수북하다. 흡연을 위해 온 일행들이 문을 열다말고 한 마디 했다. “안의 냄새가 너무 심한데. 그냥 옆에 서서 피자.” 담배를 피는 사람조차도 흡연실을 피할만큼 그 냄새의 농도는 만만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