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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먼저인 신도시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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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발3-.jpg»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28통 공방골목 마당에서 포트럭 파티를 여는 마을사람들

 

경기도 파주 교하도서관. 주민들과 학생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초기부터 아예 독서실을 만들지않아 도서관다운 도서관으로 자리잡아 교하 사람들은 교하도서관을 전국 대표도서관이라고 자랑한다. 이 도서관에서 20일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북토크를 했다. 교하도서관 내 수많은 동아리 중 하나인 책벗이란 작은 모임에서 주최한 북토크다. 이 책 첫장을 장식하는 파주 문발동 사람들도 북토크에 참석했다.
 이 북토크에서 마을공동체가 왜 행복한지에 대해 두시간 가량 이야기를 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었다. 문발동에 사는 한 주민이 ‘인간과 마을에 대한 배려가 없는’ 우리나라 도시계획에 대해 애기했다. 파주 교하 처럼 신도시로 새로 구획정리를 하는 곳엔 몇백가구정도 마을마다 마을 커뮤니티 구실을 할 수 있는 100평 정도의 공간이나 작은 텃만만 제공해도, 마을 사람들이 지금보다 몇배나 행복해질텐데, 전부 팔아치워 땅장사 밖에 하지않는다는 것이다.

 

문발동-.JPG» 문발동 28통 공방골목 마당 앞


 문발동 28통 공방골목의 경우 신도시임에도 주차장 부지마저 마련돼있지않아 도시가 형성단계인 벌써부터 주차난으로 골목마다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런 신도시에서 아무런 도시계획상 배려도 없는 곳에서 주민들 스스로 자기 집 1층이나 공간을 마을사람들을 위해 내놓아 보기 드문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게 기적으로 보일 정도다.
 21일 정부는 서울  향후 서울 인접지역에 330만㎡ 이상 신도시급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 20만호 이상 신규주택을 공급한다는 발표를 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수도권 시민들의 분노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이지만, 여기엔 인간이 빠져있다. 남처럼 욕망을 실현하지 못한 분노를 달래기 위한 공급책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슬로건인 ‘인간이 먼저다’가 빠져있다.
 그곳에 인간들끼리 정을 나누는 공동체성을 키워줄 커뮤니티 공간이 배치돼 지금까지처럼 삭막한 도시와 다른 문재인표 도시가 필요하다. 상징성을 내세우려 지나치게 큰 호수까지 갖춘 수십만평의 대형공원보다 자기 집, 자기 마을에 수천평의 공원, 마을 사람들끼리 언제든지 어울려 포트럭 파티를 즐기고, 서로 고립과 고독사를 당하지않은지 지켜봐줄 수 있는, 수많은 정부 예산으로 커버되지않는 사각을 주민들 스스로 돌볼 수 있는 그런 마을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발4-.jpg» 교하도서관에서 열린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북토크 뒤 참석자들과


 얼마전 시울시 3분기 조례에서 강연하면서 필자는 3가지를 박원순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그 자리에서 제안했다. 첫째 앞으로 서울시에서 짓는 아파트엔 최소한 한층 정도는 공동체층으로 지을 것을 제안했다. 대가족이 세대당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함께 할 수 있게 식당 정도만 공유할 수 있는 2~3인가구, 3~4인가구, 4~5인가구, 혹은 좀 더 큰 공동체인이 대여섯가구나, 10가구가 일정한 부분만 함께 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 공유면적은 1인가구보다 더 혜택을 주라는 것이다. 그렇게 여러가구가 어우려지면, 육아와 노인 복지 등 복지 사각지대를 스스로 메울 수 있어서 시와 국가로서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혜택을 주어도 시나 국가로서는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둘째, 서울시에서 누구도 살고 싶어하지않은 100곳을 지정해 그곳을 내가 가서 살고 싶게, 마을공동체적 정이 넘치고 아름다운 마을로 자발성을 끌어내서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100개마을 상전벽해 프로젝트를 하라는 것이었다.
 세째,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를 짓는 그런 짓은 하지 말고, 대신 정이 있는 마을공동체로 삭막한 서울을 에워싸게 하라는 것이었다. 나무와 숲만이 그린벨트가 아니라 그야말로 인간다운 향기가 있는 마을공동체야 말로 그린벨트 이상의 행복벨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속촌 같은 가짜 말고 진짜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문발동이나 성남 논골마을처럼 가난한 사람들도 재미나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마을로 서울을 에워싸라는 것이다.
 거기다 교하도서관에서 문발동 주민이 제안한 것이 반드시 포함되어야한다. 앞으로 어떤 도시계획에도 공동주택단지만이 아니라 단독주택 구획에도 커뮤니티 공간을 적어도 100~200가구당 한 곳을 두어서 사람들이 서로 돕고 돌보면서 즐기고 행복을 만들어가도록 해줘야한다는 것이다.

 

문발-.jpg문발1-.jpg문발2-.jpg
 

 교하도서관 북트크가 끝난뒤 문발동 사람들이 필자를 문발동 마당으로 초청했다. 이 포트럭 파티는 이 마을을 취재해 쓴 나만을 위한건 아니었다. 이번주 생일을 맞은 두분의 생일파티.이마을 고형권 작가의 남원성이란 소설이 이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적 협심 노력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걸 기념하고, 한 부부가 스페인 한달여행을 마치고 귀국하고. 한집이 미국살이 1년을 마치고 다시 이 마을로 돌아오고,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천지에서 민족화합을 보여준것까지 기념하는 파티였다. 어떻게든 기념할만한 꺼리를 만들어 즐기는게 이들의 주업이다. 
 이 파티를 보노라니, 참 인간답게 사는구라란 찬사가 절로 터진다. 각자 준비해온걸로 식탁은 넘쳤다. 요리 실력이 있는 사람은 요리를 해오고, 시간이 부족하지만 직장에서 돈벌이를 하는 사람은 과일이나 맥주를 사왔다.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지시한게 없이 모두를 위해 각자 하나씩 준비하는데 너무도 완벽한 파티가 되었다. 각자 애기보따리를 풀어낼때마다 맞장구를 치고, 가끔 야지를 놓을때조차 흥이 넘쳐 까르르 까르르 넘어갔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모두 합창을 하면 마당은 내면의 공명으로 각자의 얼굴들이 단풍빛으로 물들었다.
 누군가 물었다. 책을 보니, 너무나 훌륭하고 좋은 마을과 공동체들이 많던데 왜 문발동을 첫번째로 썼느냐고.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문발아이들-.JPG

 자본주의의 거센 물결이 휘몰아쳐 인간 공동체세상을 삼키고있는 이 시대에 공동체는 노아의 방주처럼 소중한 것이지만, 우선 보통의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인들도 ‘함께하는 행복’을 맛보아야하기에, 꼭 대단한 결단을 내리거나 인위적 공동체를 만들지않더라도 우리가 사는 곳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해야하기에, 그렇게 아주 쉽게, 너무도 쉽게 행복해진 문발동 사람처럼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리 했다고.
 무슨 대단한 결단이 없어도, 마음을 조금 더 열어 이토록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곁에서 나도 그 밤을 늦도록 함께 했다. 마음을 닫아버리면 분단의 고난일수밖에없지만, 마음을 열어버리면 이렇게 살수있다.
 하지만 철책선을 쳐놓고 마음만 열어라고 아무리 외쳐도 구두선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그렇지않아도 자본주의 적자생존의 상처 속에서 히키코모리처럼 동굴 속으로 숨어드는 세상이다. 그런데 도시계획 구조마저 건물만, 기능만 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사람답게 어우러지기란 기대 난망이다. 사람이 먼저다는 도시계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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