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를 나누는 한 해의 마지막 달, 감사할 것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아니 도리어 원망과 한탄, 통곡으로 살아도 모자랄 것 같은 한 여인의 고백은 나를 더욱 감사하게 만든다.
‘하나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은 제게 생명을 주셨나이다. 제가 당신의 것임을 압니다. 그리고 당신이 저를 사랑하심을 압니다. 저를 50평생 아무 탈 없이 잘 살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나를 지어내신 분이 누구인지 알게 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남편을 만나게 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그 남편이 알콜 중독자여서 중환자실을 자기 집보다 더 많이 드나들어도 난 남편을 사랑합니다. 그는 약하지만 가족을 사랑하니까요. 하루 하루 살아보겠다고 짐승 먹이를 찾아 새벽에 트럭을 끌고 나가다 사고가 나서 이렇게 제가 7개월째 병원 침대에 누워 있지만 그래도 저는 참 기쁩니다. 참 인생에 있어 오래간만에 쉬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성서도 많이 읽고, 쓰고, 당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들이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응급실로 들어왔어도 저는 감사합니다. 훤칠하고 잘생긴 아들이 얼굴도 다치지 않고 죽지도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저희들이 집을 비운 동안 도둑이 들어 와서 가게의 물건들을 몽땅 털어갔다는군요. 얼마나 행운이고 다행인지 모릅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라 누구 하나 다친 사람도 없으니...
10여년전부터 중풍으로 누워 계신 아버님이 계시지만 제가 벌어 생활비도 보탤수 있고 또 가끔 외출증을 끊어서 휠체어를 타고라도 가서 보살펴 드릴 수 있으니 참 좋지 않습니까. 부모도 없고 자식도 없는 이들에 비해 저는 참 복이 많은 것이지요. 아버님을 돌보던 어머님이 쓰러지셔서 서울 큰 병원으로 갔더니 위암 말기라네요. 수술하시고 경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것도 다행이지요. 아예 수술할 엄두조차 못내는 환자들도 참 많은데....
이제 병원에서 해줄게 없다고 퇴원하라고 하는 데 저는 아직 무척 아프고 휠체어를 사용해야만 움직일수 있거든요. 그래도 자동차 사고라 보험이 잘 되어 있어 작은 병원으로 옮겨도 의료비가 나온다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병원에 있으면서 입원비 때문에 그냥 퇴원해야 하는 사람 많이 봤거든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날마다 실컷 기도할 수 있었고 예수님 앞에서 아주 오래도록 앉아 있을 수 있었다는 것, 이것이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가장 복된 일이지요. 아무나 이런 은혜를 받을수가 있겠습니까.
지난 몇 달동안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입으로 감사하다고 외친 일들이 사실 저의 허풍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나쁜 시간들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일들이 지나갔을지라도 아니 아직 진행되고 있을지라도 저는 감사합니다. 저는 너무나 큰 것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나님을 갖고 있거든요. 하나님 당신과의 사랑의 기억말입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그 기억이 저를 기쁘게도 만들고 감사하게도 만들어 주거든요. 그래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늘 감사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이 모든 것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평온한 삶을 살아도 늘 불만인 삶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어느 쪽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