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아저씨> 드라마 화면 갈무리.
요즘 뒤늦게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아는 분이 꼭 한번 보라고 권해주어서 보게 되었어요.
<나의 아저씨>는 망가진 영혼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사람의 고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많은 사람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 세 가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는 ‘괜찮아’입니다. 망해도 괜찮아. 50년을 살면서 아무것도 한 게 없어도 괜찮아. 사업이 망해도 괜찮아. 큰 죄를 지어도, 큰 실수를 해도 살아갈 수 있고 희망이 있다는, 우리 다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둘째는 ‘아무것도 아니다’입니다. 남자 주인공이 바람피우는 아내 때문에 무척 힘들어하다가 스님 친구의 절을 찾아갑니다. 두 사람은 어렸을 때 친구였어요. 스님 친구가 뒤에서 슬쩍 안으면서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친구의 따뜻함을 거부하다가 이내 받아들입니다. 종종 대사로 나오는 ‘아무것도 아니다’가 이 드라마의 주제인 것 같습니다.
고통이 아무것도 아닌 이유는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무상을 아는 것이 고통을 넘기는 비결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고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고통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인정하면 카타르시스를 경험합니다.
셋째는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자신이 치유된다는 것입니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사랑은 낭만(로맨스)을 넘은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 자신의 고통으로 상대방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남다른 인연을 맺게 됩니다. 고달픈 삶을 사는 고달픈 영혼끼리 서로 지켜주는 따뜻한 러브 스토리입니다. 서로 집착하는 끈적끈적한 보통의 러브 스토리가 아닙니다.
‘나도 너도 아파. 그래서 우린 친구야’라는 겁니다. 나는 바닥이지만 너는 이렇게 되지 말라는 마음으로 서로 지켜줍니다. 얼마나 아픈지 알기에 상대방은 그렇게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 책임지는 인간의 참모습을 보여줍니다.
슬픔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생각하게 하고 삶의 아픈 본질을 알게 합니다. 삶은 아픕니다. 행복을 약속하지만 고통을 줍니다. 허망한 꿈을 평생 좇다가 망가집니다.
그런데 고통이 있어도 망가져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고통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 드라마는 엄청 괴롭습니다. 그리고 엄청 따뜻합니다. 엄청 우울합니다. 그리고 엄청 인간적입니다. 삶과 똑같은 거죠. 누구의 삶도 쉽지 않습니다. 힘든 걸 당연하게 여기세요. 앞으로 나가세요.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을 지켜주세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대사에서)
우리 잘난 척 안 해도 돼요. 못해도 괜찮아요. 우리 다 같은 처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