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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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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와서도 못쉬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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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도 주 5일 근무제를 앞두고 각 종교는 설왕설래했다. 일요일에 종교모임이 있는 그리스도교는 대체로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음력 초하루에 법회를 갖는 불교는 산사에 불자들과 관광객들이 몰릴 것이라 기대했다. 그래서 23일의 주말 연휴와 포교를 연계하는 대안 마련에 불교계는 나름 고민했다. 나는 그때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 전에 산사에서는 주로 여름에 참선과 경전 강독 등 불교수련회를 실시했다. 그러나 새벽숲길은 종교적 색채를 거의 두지 않았다. 수려하고 맑은 자연의 품안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쉬는 데 주안을 두었다. 모두들 꿈 같은, 꿀 같은 휴식이었다고 말했다. 세간에서는 쉬어도 마음 편히 푹 쉬지를 못했는데, 산사에서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쉬는 시간을 충분히 주어도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오전과 오후에 편안하게 쉬라고 했는데도, 일부 직장 남성들은 자유롭게 주어진 시간에 어찌할지 모르고 내심 불안해했다. 심지어 가벼운 항의를 했다. 왜 무언가를 가르쳐 주지 않고 방치하고 있느냐고 했다. “아니, 공지를 보지 않았습니까? 새벽숲길 템플스테이는 무언가를 가르치지 않고 모든 것을 자유롭게 알아서 쉬는 곳이라고요” “그래도 뭔가 지도해주어야 하지 않는가요?” 역설이 아닐 수 없었다. 매사가 틀에 짜인, 일상에서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주어진대로 살아온 습관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어진대로 살다보니 무언가에 길들여져살아 온 것이다.

 

그런 경험 이후, 진정한 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먼저, 지친 몸을 쉬어야 한다. 쌓인 피로를 푸는 일이다. 그런데 고단한 몸을 쉬면 진짜로 심신의 피로가 사라지는 것일까? 몸은 자유로운데 정작 마음은 불안하고 불편하지는 않는가? 마음의 표면과 이면에 무언가 응어리지고, 얽혀있고, 깊이 자리잡고 있는 감정과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진정 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고요한 산중에서 누리는 잠시의 후련함으로 내면의 평온과 기쁨은 오지 않을 것이다.

 

절집 수행자들은 늘 을 삶의 목적으로 살고 있다. 수행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인 해탈과 열반이라는 말은 근원적인 마음의 해방을 말한다. 해탈은 자유에, 열반은 평화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해탈과 열반의 세계와 방식은 그 무언가를 채워서얻는 게 아니다. 스승과 제자의 문답을 살펴보자.

 

제자: 스승님, 해탈이 무엇입니까?

스승: 누가 너를 묶어 놓았더냐?

제자: 정토(淨土)가 어디에 있습니까?

스승: 누가 너를 더럽혔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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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현재 무언가에 갈등과 시비로 소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삶터가 오염되고 있기 때문에 정토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갈등과 시비가 존재하면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감정은 미움과 불신, 분노와 불안으로 가득할 것이다. 갈등과 시비는 관계에서 비롯한다. 그 관계의 한쪽은 이고 이다. 나와 네가 마주하고 부딪치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마침내 나의 마음과 감정이 불안한 것이다. 마음이 불안한데 몸이 편안할 리 없다.

앞서 문답에서 보았듯이 진정한 이 있기 위해서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처음부터 본디 있었던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중요하다. 가령 악취가 나는 곳은 처음부터 악취가 있었던 곳이 아니라 오염 물질을 버렸기 때문에 악취가 가득한 것이다. 하여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있었던것이 아니라 만들어진것이다. 관계 사이에서, 혹은 자신만의 내면에서 그 무엇들이 오고 가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마음이 혼란하고 불안해진다. 갈등과 불안은 다른 무엇으로 덮어 서 해소되지 않는다. 갈등의 요인을 치워야만 해소될 것이다. ‘에 앞서 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무더운 여름을 맞아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하여 산과 바다를 찾을 것이다. 더위의 고통이야 시원한 바람과 푸른 그늘 앞에서 해결될 수 있겠지만, 마음의 불편과 압박은 내면의 성찰과 내려놓음으로 해소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시 한번, 새겨보자. “누가 너를 묶어놓았더냐?”

 

* 이 글은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월간 <참여사회>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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