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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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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벽 너머로 사랑 전달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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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줘-.jpg


#며칠 전 저녁 모임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연기할 것이냐 말 것이냐 설왕설래가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 때문이었다. 모임의 최고참 선배는 지방에 다녀왔는데 독감이 걸린 듯하다는 우려스러운 소식을 올렸다. 이 소식에 두 손주를 집에서 보살피는 한 선배는 불참하겠다고 했다. 이 현명한 선배와 달리 다수는 벌써 두달 전에 잡아놓은 약속이니 보자고 했다. ‘이젠 사람을 만나더라도 악수 대신 합장으로 하자고 해야지생각했다. 그러나 식당에 도착해 입구에 자리한 선배가 손을 내밀자 악수를 했다. 독감에 걸린 것 같다며 입마개를 한 선배였다. 그 선배는 아무래도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 나오긴 했는데 몸이 으슬으슬해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며 자리를 떴다. 그 하루 뒤부터 콧물이 났다. 십여년 동안 감기 한번 온 적이 없는데, 혹시? ‘혹시가 역시나가 되면 이 민폐를 어쩌나 하는 우려가 엄습해왔다. 다행히 한숨 자고 나니 콧물이 잡혔다. 바이러스 유행 국면에선 내미는 손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다. 선거 출마자의 손도 다르지 않다.


#아직 신종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우려와 두려움이 이렇게 큰데, 중세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두려움은 어느 정도였을까. 흑사병에 감염되면 열이 치솟고 피를 토하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정신을 잃고 통상 발병한 지 24시간 안에 숨졌다고 한다. 숨지기 직전에 환자의 피부색이 검은색이나 자색으로 변했기에 흑사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는 속수무책 상황에서 떼죽음을 경험한 이들의 공포심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매슬로는 인간의 발전 과정에서 안전 욕구를 생리적 욕구 다음 두번째 욕구로 정의했다. 애정과 소속의 욕구나 자기 존중 욕구나 자아실현 욕구보다 앞선 기본적인 욕구로 본 것이다. 병은 당사자에게 시련이지만 가족과 주위 사람을 인정과 연민,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해주기도 한다. 어린 시절 열병을 앓으며 정신이 아득해질 때 밤새 머리맡에 앉아 차디찬 물수건을 갈아 이마에 얹어주던 어머니의 손만큼 안전한 신은 없었다. 병은 내 안전을 위협했지만, 어머니의 손이 아득하게 허방으로 빠지려는 나를 건져주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감염증 같은 전염병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픈 자식마저 접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격리치료실에 갇힌 아기가 아빠에게 안아달라며 손을 내밀자 뒤돌아서서 우는 아빠의 사진이 가슴을 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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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핵심은 남을 사랑하는 인()이다. 그런데 한의학에서 사지가 마비된 것을 인이 없다는 뜻의 불인병’(不仁病)으로 부른다. 이 고통스러운 전염병은 우리가 한 몸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한곳에서 오염이 되면 다른 곳도 안전할 수 없다. 한곳이 병이 걸리면 다른 곳들도 안전할 수 없다. 우한에서 온 교민들을 손팻말을 들어 환영해준 아산, 진천 사람들이 보여준 인과 사랑도 그와 마찬가지다. 서로 접촉할 수 없게 하는 전염병이 우리를 진실로 만나게 해줄 수 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지금이야말로 사랑의 바이러스를 전할 절호의 기회다. 신체를 접촉하지못하니, 접촉할 수 있는 건 마음과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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