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창】아프리카 선교현장을 찾아서 (상)- 탄자니아
"그리스도를 말하는 대신, 그리스도로 살아갑니다"
20년 전 단신으로 탄자니아에 건너가 마시아 부족 마을에 들어간 박은순 선교사(앞줄 오른쪽)가 설립한 일모리조 초등학교에서
순례단장인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와 박 선교사가 학생들과 잔디밭에서 함께했다.
올해는 한국 개신교가 해외에 선교사를 파견한지 100년을 맞는 해다. 선교지 가운데 아프리카는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꼽힌다. 아프리카는 유럽보다 6배나 넓은 땅에 50여개 국가에서 10억명이 살아가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낯선 땅이다.
이번에 경기도 죽전 새에덴교회 담임 소강석(51) 목사와 이종민(45) 부목사 등이 새로운 100년의 선교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3국을 찾았다. 이 순례팀과 동승해 8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선교현장을 둘러보았다.
동부아프리카의 관문인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엔 지난 8월 7일 원인 모를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고, 하루 뒤인 8일엔 탄자니아의 무슬림 집단거주 섬인 잔지바르에서 영국인 여성 여행자 둘에게 염산 테러가 자행됐다.
그러나 선교사를 앞세운 노예상인들에 의해 짐승 취급을 당하며 아메리카 대륙으로 팔려가고 식민지로 수탈을 당한 아픈 역사로 인해 외국인들에 대해 피해의식과 거부감은 생생하다. 아프리카를 도우려는 이들의 짐조차 통과시킬 때마다 온갖 트집을 잡아 뒷돈을 뜯어내는 나이로비공항의 행태를 목격하고보니, 선교사역을 보기도 전에 그들의 어려움이 피부로 다가온다.
*탄자니아 마사이족 마을 전경
나이로비공항을 거쳐 탄자니아 킬리만자로공항으로 날아가 가장 먼저 만난 이는 박은순(59) 선교사다. 어린시절부터 슈바이처와 리빙스턴의 전기를 읽으며 아프리카행을 꿈꾸던 그는 20년 전 단신으로 이곳에 날아왔다. 지금도 여성을 가축처럼 소 몇마리에 사오는 일부다처제 사회인 탄자니아에서 처녀인 그에게 다가온 것은 ‘결혼하자’는 마사이족 남성들의 접근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두려움 가운데도 마사이족들에게 다가갔고, 마침내 2006년 마사이족들의 집단거주지인 아루샤 몬들리군의 일모리조마을에 340여명이 공부하는 초등학교를 세웠다. 비포장도로길을 수십킬로미터 달려 간 그 학교의 초원에선 교복을 단정하게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잔디밭에 평화롭게 앉아 재잘대고 있었다.
*환영해주는 일모리조 마을 사람들과, 일모리조 초등학교 아이들
그는 인근 레시라마을 등 10여곳에 교회도 세웠다. 모교회인 수원제일교회에서 매달 보내주는 1200달러로 살아가면서 교회까지 꾸려나가기란 사실상 어려웠지만, 그는 신앙 열정 하나로 살아왔다. 교과서도 없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교회에 교과서를 비치해서 돌려보도록 하고, 중고생들에겐 1년에 100달러의 장학금도 지급했다. 도와줘도 고마운 줄 모르고, 돈이나 받으러 교회에 오는 줄로만 알았던 아이들이 자기들도 유치원생들을 돌보는 봉사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감격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레인보우 유치원의 아이들
킬리만자로 인근의 마사이부족촌엔 문흥한(66)·문신덕(64) 선교사 부부가 운영하는 레인보우 유치원이 있다. 문흥한 선교사는 기상예보관으로 30년간 근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한의학을 공부하고 7년간 한의원을 한 한의사였다. 부부가 2009년에 설립한 이 유치원엔 3~4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온 아이들 50명이 쌀밥을 볶은 ‘필라우’를 먹으며 예쁜 눈망울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 유치원에선 학교갈 나이가 지났는데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인근 아이 8명에게 초등학교 과정을 가르치고도 있다. 문 선교사가 보건소를 지어놓고도 여건이 갖춰지지않아 운영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새에덴교회 소 목사는 즉석에서 보건소 운영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부인 문신덕 선교사는 “우리가 돕는다고 하지만 실은 마사이족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밥 한 그릇 밖에 없는데도 지나는 사람을 반드시 불러 나눠 먹고, 부인 여럿이서 한 울타리에 사는데도 전혀 싸우지않고, 자기를 해치않는한 어느 누구도 적대시하지않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보며 큰 감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사이족 추장(75세)의 부인 15명(위 사진)과 그의 자녀들(아래 사진)
탄자니아의 선교 선구자 이진섭(60)선교사는 “받아들일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않은 사람들에게 섣불리 ‘예수’를 언급하기보다는, 현지인들과 삶을 나누는 것이 선교”라고 말했다. 탄자니아연합아프리카대학의 산학협력팀장이자 현지인 의료선교단들을 지원해온 최규연(50)선교사도 말로 하는 선교가 아닌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향기란 감출래도 냄새가 나는 것 아니냐.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도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겨야 한다.”
그리스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로 살아가는 것이 선교사의 삶이란 것이다.
탄자니아(아프리카)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