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꼬마“성프란체스코”
“이추운날, 왜?”
1년에눈이한번올까말까해한번눈이라도오면온나라가 교통마비가되어버리는따뜻한영국공동체에살다가
9년전이곳메이플릿지에오니겨울내내눈이쌓여있어더욱더춥게만느껴지던어느날하빈이를따라 들에나갔습니다. 눈이무릎까지차걷는것이힘들어지자들판으로나가는길이너무멀게만느껴졌습니다. (눈이녹고보니실제론
5분밖에안걸리는거리였더군요.)
잔덤불들이덮여있는들판한구석에가자하빈이는손가락을입에대며이제부터소리내지말고조용히하라며자리를잡고앉아모자와벙어리장갑을낀손을벌려말린씨앗과곡물들을올려놓고숨을죽이고있습니다. 가만히살펴보니여기저기에하빈이친구들이같은모습을하고앉아있습니다.
1시간정도추위에덜덜떨고있으니드디어아이들이기다리던순간이왔습니다.
“아니세상에,…… 놀라와라….”
마치 아시시의성프란체스코가살아돌아온듯야생의새들이꼬마 ‘성프란체스코’들의손과머리에날라와먹이를먹는것이었습니다. 새라고해봐야대학로마로니에공원에서먹이를주면날라오던비둘기와참새만봤던아내도이런모습에놀라움을금치못하고입이딱벌어집니다. 매서운추위도아랑곳하지않고새가 날아갈까움직이지않는꼬마프란체스코들을뒤에두고 아내와저는더이상추위를견디지못하고집으로돌아오고말았습니다.
이렇게해서우리 가족의 새와의인연이시작되었습니다.
어느날아내가옆집을지나가는데복도에하나는밝은초록색몸에빨간머리, 다른하나는 복숭아색머리를한새가들어있는새장이놓여있었습니다. 새가하도예쁘게생겨아내가물었습니다.
“할아버지이새이름이뭐예요?”
“잉꼬새라우”
“가져가서키워볼라우?”
“정말요?”
그때만해도집에서키우는애완동물이없어아이들이너무나좋아하겠다싶어아내는신이나서새장을집으로가져왔습니다. 내가봐도너무나이쁜잉꼬새였습니다.
그런데이게왠일입니까? 매력적인생김새와는달리우는소리가얼마나시끄럽고날카로운지귀가아플지경이었습니다. 아내는다음날할아버지를다시찾아가새가너무시끄러워못키우겠다고하니“하하.. 한번가져간것은물릴수없다우…” 하며거절하시는것이었습니다. 할수없이울며겨자먹는식으로우리가키우게되었습니다.
아내는이잉꼬새에게“갑돌이와갑순이”라는이름을지어주었습니다.
어린유빈이가이름이어려운지자꾸물어봅니다.
“엄마이름이뭐야?”
“음, 갑돌이와갑순이”
“뭐?, 갑돌이이와잡순이라고”
갑자기아내와저는눈에눈물이고일정도로 배꼽을잡고웃고말았습니다. 우리의이쁜갑순이가잡순이(?)가되는순간이었습니다.
갑돌이와갑순이의시끄러운소리도소리지만문제는성년이되어가져온거라길들여지지않아우리가손을대면쪼아대었습니다. 누군가새끼를낳아키워직접먹이를주면사람들에게길들여진다고한말이생각나잉꼬새에관한책을구해열심히읽고는, 갑돌이와갑순이가새끼를낳고싶은마음이생기도록큰새장으로옮기고새장위쪽 한구석에 동그란구멍이나있는작은나무상자를걸고안에톱밥을깔아 알을낳을수있는보금자리를만들어주었습니다.
자이제어떻게하나보자하고옆에서지켜보니처음엔 수놈이호기심에구멍속으로들어가봅니다. 들어가보고마음이들었는지들어오라고갑순이를부르는데갑순이는좀처럼들어가지않습니다. 그러자 수놈이엉덩이로암놈을구멍속으로밀어넣습니다. 내키지않게구멍속으로들어간암놈도이제는새보금자리가마음에들었는지 들락날락합니다. 며칠후보니배설물을치우기위해새장바닥에깔아놓은신문지가칼국수처럼쭉쭉찢어져있습니다. 가만히보니암놈이부리로 콕콕신문지를쪼아찢은종이를꽁지에끼고는작은보금자리로날아가는것이었습니다. 그러나안타깝게도신문지가너무가벼운지날개를펴서오르면계속몸에서떨어져나갑니다. 지켜보던아내가짚을넣을주니이번엔손쉽게짚을꼬리에끼고구멍속으로들어가새집을짓습니다.
여러날을이렇게반복하더니‘와!’
드디어손톱만한알을낳았습니다. 하빈이, 유빈이도너무흥분되었습니다. 다음날나무집뚜껑을열어보니알이없네요. 그다음날열어보니또다른알이.. 이렇게격일로 5개의알을낳더니이젠암놈은자신의보금자리에서떠나지않고알을품고 수놈이바쁘게계속먹이를입에넣어건네줍니다. 암놈이알을품고있는동안새집이건조하지않도록아내는수시로분무기로물을뿌려줍니다.
하빈이와유빈이는달력에갑순이가처음알을낳은날부터표시합니다. 정확히 21일째가되자첫번째알이부화되기시작해아빠갑돌이와똑같이생긴2마리의예쁜새끼를얻었습니다. 생후 6주가되어어미새에게떨어져손으로먹이를주어키우니 하빈이와유빈이를잘따릅니다.
새로태어난잉꼬새들의이름은“삼돌, 삼순” 이라고지었습니다.
새장밖에서“삼돌! 삼순!” 하고부르면“삐삑삐삑”
답하는게정말귀엽습니다. 유빈이는삼돌, 삼순이를머리위에올려놓고는동네한바퀴를돕니다. 그러면동네꼬마아이들이 삼돌이와삼순이를보고싶어우르르유빈이를 쫓아갑니다.
삼돌이와삼순이가
2살정도되었을때쯤어느날하빈이가친구와함께들을걷다가문득하늘을보았습니다. 하늘에는매가날고있었습니다. 하빈이가친구에게말했습니다.
“ 나, 저매키워보고싶어.”
“ 어떻게?”
이렇게해서하빈이는야생의매를잡아훈련시키는 팰커너(falconer)가되기위해열심히공부해자격증을따고 브루더호프역사상처음으로팰커너가되었습니다. 야생의매를훈련시키기위해서는
1년된어린놈을잡아야합니다. 매를잡기위한새장을만듭니다. 새장안쪽밑에비둘기를넣고위에철사망으로보호하고매가비둘기를보고새장으로돌진하면문이닫히게만들었습니다. 하빈이가만든새장이아주튼튼하고잘만들어져이웃동네에서
2개를주문하기도했습니다.
하빈이가 원하는 매의 종류는 Red tailed Hawk(붉은꼬리 매) 인데 번번히 엉뚱한 놈이 들어가 여러 번 실망 끝에 드디어 멋진 놈을 잡았습니다. 매가 거주할 우리도 만들고 매 이름을 판도라로 불렀습니다. 오후 5시가 되면 매일 찾아가 열심히 먹이를 주고 훈련하자 줄이 없어도 하빈이 주위를 돌며 청설모나 들쥐 사냥을 하고 호루라기 불면 하빈이 손에 돌아옵니다. 이렇게 훈련 후 1년 반 뒤에 판도라를 자연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어린 매들은 자연에서 생존율이 낮아서 팰커너가 매를 훈련시킨 후 1년이나 2년 후 자연으로 돌려 보내면 매들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실제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의 몇몇 주들은 야생의 매 사냥을 금지했다가 근래에 와서 매사냥 제도를 허락하였습니다. 이젠 메이플릿지의 어린 동생들이 하빈이의 뒤를 이어 팰커너가 되기 위해 들판으로 이리 저리 뛰어 다닙니다.
오늘도제가제일좋아하는작가중하나인 도스토엡스키가“까라마조프씨네형제들”
맨마지막장에한말을 깊이마음에새겨봅니다.
“인생에있어어린시절의좋은추억보다더강하고건전한것은없으며...... 그런추억중단하나라도마음에남는다면그것이악으로부터구원할것이며, 좋은추억들을많이지닌사람은남은인생이안전할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