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공학 박사의 ‘환골탈태’ 하는 법
그림 김대중 mayseoul@naver.com
손을 들어 마음을 모으면 손끝이 늘어난다
지금 현재 우리의 뇌리 속에서 꿈틀거리는 생각의 편린들이 곧 내 미래의 몸을 만드는 퍼즐이 된다면, 우리는 온갖 종교 경전에서 말하고 있는 ‘올바르고, 긍정적이며,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가르침’을 실행할 수 있을까?
우리 몸은 놀라운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하룻밤 사이 수천억개의 세포가 죽고 새롭게 생겨나기 때문이다. 대략 70조개의 세포로 구성된 우리 몸은 5~6년 정도가 지나면 현재의 모습을 이루고 있는 형체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달리 말하면 지금 몸을 이루고 있는 오장육부와 각 기관은 물론 뼈까지도 새로운 세포들로 대체되어 전혀 딴판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물질적인 변화의 이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주체는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일상에서 갖는 마음의 상태가 우리 몸에 빠짐없이 반영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를 지낸 엘런 랭어의 실험이 가장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79년 랭어 교수는 70~80대 남성 노인 16명을 20년 전인 1959년 상황으로 되돌려 꾸민 외딴 수도원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흑백텔레비전과 라디오 영화도 20년 전의 내용만을 보게 하였을 뿐 아니라 일상의 언어나 생각도 20년 전으로 돌아간 자신의 모습으로 행동하고 말하게 하였다. 그렇게 일주일을 생활했는데,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까?
놀랍게도 노인들 대부분이 시력과 청력은 물론 기억력과 악력이 향상되었으며, 휠체어나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움직일 수 있었던 몇몇 노인은 실험 뒤에는 혼자서 거동하였고, 일주일 전과 후의 사진을 본 제3자들도 실험 뒤의 사진을 젊었을 때 찍은 사진일 것이라고 했다는 것. 바로 일상의 생각이나 마음이 몸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한 예를 보여주었다.
우리 몸은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래서 심신일체(心身一切)라 했다. 그만큼 몸과 마음은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몸의 긴장완화를 통해서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방법이 요즘 유행하는 요가, 기공, 스트레칭 및 각종 운동법이다. 또한 마음의 긴장해소를 통해 몸을 평안하게 하는 방법이 여러 종교계에서 행하고 있는 각종 수양법이다.
몸과 마음의 관계가 어긋날 경우 마음은 번민을 일으키고 몸은 통증이나 마비 등과 같은 불편을 호소하게 된다. 우리 몸 특정 부위가 가렵거나 경직되었을 때, 몸의 운용 주체인 마음이 깨어서 해당 부위를 주도면밀하게 관찰만 해도 어렵지 않게 해소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허리 굽히기를 하는데 양 손끝이 발목 부위까지밖에 이르지 못한다고 했을 때,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자신이 유연한 체조선수들처럼 앞가슴이 다리에 밀착된 채 이제는 손목 부위가 발끝까지 부드럽게 닿는 모습을 상상하며 10여분만 지켜보자. 놀라운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나에게 오랜 친구가 있는데, 그는 사업이 여의치 않자 위안 겸 취미 삼아 배운 활쏘기(國弓)로 3년 만에 한 도의 대표선수가 되었다. 내가 그에게 일러준 방법이 마음으로 하는 이미지트레이닝 기법이었다. 즉 잠자기 전에, 상상력을 동원하여 훈련에 임할 때처럼 사대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날아가는 화살을 바라보며 과녁에 명중하는 상황을 그려보라고 했다. 잠들기 전까지 매일 밤 마음으로 상상훈련을 하게 한 것이다. 그는 요즘 전국 최고 선수 반열에 올라 있으며, 매년 서너차례씩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마음으로 상상하여도 우리 세포는 실제 훈련처럼 각인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특정 부위에 집중하면
몸을 유동하는 기가 일어서고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세포 요소인 ‘정’도 왕성해진다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왜 그럴까? 동양학에서는 이를 심기혈정(心氣血精)의 원리로 파악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마음(心)을 몸 안의 특정 부위에 집중하면 몸을 유동하는 기(氣)가 일어서고 뒤따라 물질적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혈액(血) 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세포의 구성요소인 정(精) 또한 왕성해진다는 것이다. 무형의 마음이 어디에 머무느냐에 따라 파동 형태의 기를 뒤따르는 것들 역시 그 행보를 같이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통해 몸의 불편한 부위에 어떠한 정보를 보내느냐다. 짜증과 같은 조급한 생각, 즉 잘못된 생각이 넘쳐나면 몸에도 부정적인 파동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해당 부위는 물론 전체적인 신체의 공명현상에 악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순식간에 관찰 부위는 물론 70조개에 이르는 몸 안의 모든 세포들 역시 좋은 생리적 여건을 조성하게 된다. 그래서 공자는 ‘홀로 있을 때라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로 하고 언행을 조심하라’는 신독(愼獨)으로써 평소의 생각과 언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우리 몸은 얼마든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 몸은 이 순간에도 엄청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 변화의 향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매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마음이라는 존재다. 그래서 공자는 <대학>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음이 몸에 있지 않고서는 보아도 보이지 않으며, 들어도 듣지를 못하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몸의 주인인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으니, 눈을 뜨고서도 부딪치거나 넘어져 다치고, 들리지 않으니 알아차리지 못하고, 음식을 들면서도 무슨 맛인지도 몰라 탈이 나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가면 기가 통하고 연이어 혈류 순환이 촉진된다. 이에 따라 특정 부위를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집중력이다. 간단히 자신의 집중력을 시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먼저 양 손목의 주름진 선에 맞추어 손바닥을 마주해 보면 양 손끝이 같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자세를 바르게 하고 편안하게 앉아서 왼손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리고 눈을 감는다. 오른손은 가볍게 무릎 위에 놓는다. 그리고 마음을 왼손에 집중한 채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새끼손가락의 느낌을 차례로 살피면서 손바닥이나 손등 등의 미묘한 느낌에도 집중한 채 온 마음을 왼손에 모은다. 그렇게 1분가량 온 마음으로 왼손의 느낌을 살피면 손끝이나 손바닥에서 벌레가 기어가는 듯 스멀스멀한 느낌이 들거나 온기와 함께 손바닥이 팽창하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1분 정도가 지나 눈을 뜨고 처음에 했던 것처럼 양 손목의 주름에 맞추어 손바닥을 맞추어보자. 왼손의 끝이 오른손에 비해 늘어나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손가락 끝이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다면 마음의 집중이 잘 안됐다는 뜻이다. 틈나는 대로 연습을 하면 된다.
몸을 새롭게 바꾸는 환골탈태(換骨奪胎)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나 이루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 주인인 마음이 깨어 지켜보고 있는가이다. 희로애락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마음을 유지한 채 5~6년만 지낼 수 있다면 지금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어렵다면 적어도 긍정적인 마음을 통해 즐거운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려 노력한다면 온갖 질병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이러한 효과를 최대한 증진하는 방법이 곧 ‘잠의 마법’에서 갖는 자신만의 입면의식이다. 즉, 잠들기 전에 새롭게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상용 인문기학연구소장
☞기공 또는 기학이란=동양 전래의 기를 몸에 운용하여 심신을 단련하는 다양한 수련법으로 내용상으로는 정신수양을 위한 성공과 신체단련을 위한 명공, 형태상으로는 서거나 앉거나 누워서 하는 정공과 다양한 움직임을 토대로 한 동공이 있다. 기학이란 우주만물의 작용력이라 할 수 있는 기를 철학적·물리학적인 측면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