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에 영혼과 재산과 가정을 헌납하는 사람들. 일러스트 김대중
“수행을 하고 싶은데, 어떤 분을 믿고 의지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진짜 깨달음을 얻은 한분만 추천해주세요?”
“어느 교회에 나가야 할까요? 예수를 제대로 믿는 목사님이 누군지 알려주세요.”
제가 간혹 받는 전화 내용입니다. 오죽 답답하면 기자에게까지 이런 질문을 던지겠습니까마는, ‘어떤 종교를 믿어야 합니까’라는 물음만큼 곤혹스런 질문입니다. 그래서 휴심정에 소개된 종교인들에 대한 글을 보고 스스로 판단해보라고 답하곤 합니다.
그들의 질문에 속 시원히 천거해주지 못하는 것은 영적인 분야에서까지 자신만의 특수한 상황이나 주위의 인연과는 아랑곳없이 세속에서 성공한 인물과 연을 맺으려는 욕망이 우선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더구나 질문자가 원하는 ‘절대적으로 완벽한 분’을 저는 ‘사이비의 위험성이 높은 인물’로 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도 불안하고 고통스런 늪을 헤맬 때는 저를 신처럼 완벽하게 보호해줄 분을 찾아나서기도 했습니다. 자립심을 갖지 못한 유아상태에선 늘 어머니 같은 절대 보호자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래서 안타까움은 더욱 큽니다. 이 세상엔 그렇게 불안한 영혼들을 사로잡아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거미줄을 쳐놓고 있는 왕거미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1993년 도쿄 지하철에 맹독성 시린가스를 뿌려 13명이 죽고 6천명이 다친 테러를 교사한 혐의로 체포된
일본 이시하라 쇼코 옴진리교 교주 사진 <한겨레> 자료
수천억대 교회돈을 일가족과 함께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사진 <한겨레> 자료
최근 가장 유명한 목사에 대한 수천억대 비리 의혹이 제기됐죠. 그 일가의 비행의혹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혐의 당사자는 한국목회자협의회가 몇달 전 발간한 자료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목사로 뽑힌 분입니다.
크게 성공하고, 큰 건물을 짓고, 높은 직위에 앉고, 유명하고, 어떤 류의 깨달음이나 영적 체험이 정상적인 종교에서 존경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도교의 맘몬, 불교의 파순(마왕)의 기준이라면 모르지겠지만요.
먼저 알아야할 것은 자신의 능력을 자신과 가족, 패거리만을 위해 쓰며 탐욕스러운지 약자와 세상에 이타적인지의 여부입니다. 삶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을테니까요.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