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시간은,
돈과 권력과 기계들이 맞물려
미친 듯이 가속을 해온 한은
실은 게으르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런 속도의 나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보면
그건 오히려 게으름이었다는 말씀이지요.)
마음은 잠들고 돈만 깨어 있습니다.
권력욕 로봇들은 만사를 그르칩니다.
자동차를 부지런히 닦았으나
마음을 닦지는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뻔질나게 들어갔지만
제 마음 속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나 없이는 아무것도
있을 수가 없으니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실은
자기 자신이 없습니다.
돈과 권력과 기계가 나를 다 먹어 버리니
당신은 어디 있습니까?
나, 시간은 원래 자연입니다.
내 생기를 너무 왜곡하지 말아 주세요.
나는 천천히 꽃 피고 천천히
나무 자라고 오래오래 보석 됩니다.
나를 '소비'하지만 마시고
내 느림 솜씨에 찬탄도 좀 봬주세요.
-정현종, <시간의 게으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