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이 설립한 지구 최초의 대학 아카데미 건물 앞 계단 위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큰 좌상이 나란히 서 있다. 소크라테스 옆에서 근엄해 보이는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을 동굴의 어둠 속에서 꺼내 실재를 직시하도록 한 '영혼의 교육자'다.
교육의 역할이란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게 하는 것이다. 부모의 욕심대로 온실에 아이를 가둬두고 물주고 거름 주어 보기만 좋은 꽃으로 길러내는 것이 아니다. 판단력 없이 화려한 것에 쏠리기 쉬운 아이의 망상대로 분별없이 오가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아니다. 세상이 천국이란 환상도, 지옥이란 두려움도 현실이 아니다. 고통스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환상에만 젖지 않는 자를 길러내기 위해 플라톤은 동굴 속에서 나오도록 했다.
동굴 같은 주관의 틀에 갇혀 있는 사람이 객관의 세계로 나와 성숙해지고, 눈앞에 보이는 대로만 볼 줄 알았던 사람이 그 배경과 진실까지 깨닫는 안목을 갖는 게 교육의 힘이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도 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 교육 받은 사람의 특징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교육 받는 자는 사고가 유연해져 역지사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아테네 교육이 고대 그리스를 서양 문명의 꽃으로 만들었다.
교육의 첫 번째 목적은 자기의 길을 찾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의 내적 본성이 발현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체제 아래서 그런 도움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 까닭에 내 길을 찾기까지 너무나 많은 좌절과 방황을 겪어야 했다. 학교 교육은 그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열정을 불태울 특성을 발견하는 노력 없이 아이들에게 무조건 '열심해 해라'란 구호만 강요하는 현실이 지금껏 계속되는 게 놀랍고, 또 가슴 아프다.
<그리스인생학교> (조현 지음, 휴) '9장 인생철학교실, 아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