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멘토는 그 분들
알람이 울리지 않아 시계방을 찾습니다.
그 분은 손을 보신 후
“고장이 아닙니다. 이제 됐습니다.”
하며 시계를 건넵니다. 이렇게 매번 무료로 고쳐주셔서
그날은 새 시계 하나를 구입했습니다.
저녁 식사 준비 중, 필요한 고기와 양파가 없어 당황했습니다.
단골 정육점에 전화를 합니다.
“죄송해요. 오실 때 슈퍼에서 양파도 좀……”
오토바이를 타고 오신 그 분은 까만 봉지를 건넵니다.
그 속에는 고기와 양파, 두 장의 영수증이 들어있습니다.
물건을 정리 하다 콩알만큼 작은 사진을 발견합니다.
언젠가 어느 수녀님이 건네준
단체 사진에서 오려낸 제 모습에
갑자기 욕심이 생겨 사진관을 갔습니다.
“너무 작아 더 이상은 확대가 안 되네요.”
그런 사진, 그분이니까 해 주신 거
알고도 남습니다.
유난히 멘토를 찾는 시대입니다.
쏟아지는 멘토 책, 너도나도 멘토 강사….
읽고, 들으면 도움은 됩니다만
제 일상의 진정한 멘토는
시계방, 정육점, 사진관
그 분들입니다.
바래지 않은 첫마음으로
밖에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로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고
가정에서는
성실한 아버지로
넉넉하지 않으나 만족하며 삽니다.
수녀가 되어 처음 찍은 사진 속의 나는
웃고 있으나 사실
두건 때문에 양쪽 귀가 아프고
심한 두통을 앓았습니다.
그럼에도 순수한 열정으로 거뜬히 이겨냈던
시절입니다.
액자에 넣어 가까운 곳에 두고
저의 멘토
그 분들처럼
초심을 되새기렵니다.
*살레시오수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