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의 통통통
스티브 맥커리 작품 말.
올해가 저의 해라고요. 눈을 시원케하는 끝없는 몽골 초원을 보신 적이 있나요. 우린 그곳에서 남 부러울게 없었죠. 그런데 인간에게 잡히고부터부터 말신세가 말이 아니게됐지요.
몇년전 미국의 매스컴들이 1천년간 가장 위대한 인물로 징기스칸을 꼽았다죠. 인류에게‘속도’의 개념을 선물한 인물이라면서요. 그런데 시속 4~5킬로미터로 가던 병사들이 50~6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게 발이 되어준 게 누군데요.
그 뿐인가요. 몽골인들은 젖을 짤 때면 망아지를 끌어다 어미의 턱 밑에 데려다놓지요. 그러면 어미 말은 배고픈 새끼에게 젖을 주고픈 모정으로 젖이 부풀어올라요. 이 때 인간은 뒤로 돌아가 젖을 짜 빼앗아가요. 망아지에겐 겨우 연명할만큼의 젖만 남겨준채 말이죠.
징기스칸의 병사들은 말젖을 응고시킨 덩어리를 휴대해 보급부대를 둘 필요조차 없었지요. 징기스칸은 말 두필을 번걸아타며 쉬지않고 달렸어요. 그리고 먹을게 떨어지면, 한마리의 말을 잡아 육포로 만들어 먹으며 달렸어요.
다른 영웅들에게도 말이 수족이 되어주었죠. 알렉산더에겐 부케팔로스가, 여포와 관우에겐 적토마가, 항우에겐 오추마가, 나폴레옹에겐 백마 마렝고가 있었잖아요.
삼국통일의 영웅 김유신에게도 명마가 있었지요. 그런데 사귀던 천관녀 집에 발길을 끊으려던중, 술 취한 자기를 천관녀집에 데려갔다는 이유로 말을 칼로 베어버렸지요. 술만 취하면 갔던 곳으로 모신 것 뿐인데 말이죠. 인간은 늘 이용만 해먹다가, 잘 되면 자기 탓 못 되면 남 탓이라니까요.
초원에서 말타고 달리는 몽골 청년 사진 조현
망아지를 어미 말의 머리맡에 데려다놓고 말젖을 짜고 있는 몽골의 유목민. 사진 조현
사진 영화 <각설탕>에서
이젠 차와 비행기와 인터넷이 말을 대신해줘요. 저희는 이제 경마나 승마등 오락이나 레져용으로나 이용되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말 대신 인간들이 그 ‘수단’이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이 인간을 지배와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니 말이지요. 마음에 안들면 자기 신체도 이리저리 뜯어붙이며 수단시하잖아요. 그러면서 머리는 스트레스로 무겁고, 하체는 빈약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어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와 로마의 건설자 아이네이아스, 최고의 전사인 아킬레스, 천하장사 헤라클레스, 탐험왕 이아손과 같은 영웅들의 스승이 누구인지 아시나요. 그런 절륜의 고수들을 모두 케이론이 길러냈어요. 케이론은 상체는 인간이고 하체는 말인 반인반마(半人半馬)죠. 머리는 이성을 지녀 유연하고 지혜로운 인간이고, 하체는 단단한 말이니 최상의 결합이지요.
동양에선 옛부터 머리는 차고, 손발은 따뜻한 ‘두한족열(頭寒足熱)’을 건강의 비결로 꼽았죠. 이를 위해 물기운은 머리로 올려 시원해 지혜롭게 하고, 불기운은 아래로 내려 단단하게 하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을 최상의 조건으로 제시했어요. 동양 무예에서 기본적으로 기마자세를 취하는 것도 이때문이지요.
이제 정치인과 국민, 기업주와 노동자, 정신과 육체도 새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봐요. 서로를 수단시하기보다는 장점과 장점을 결합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상의 인물을 낳은 반인반마처럼 말이지요.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