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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 사람 차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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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연구 권위자 주원준 박사

‘차별금지법 반대’ 보수기독교계
동성애자 수용 쉽지는 않겠지만
시민법적 차별 할 순 없는 노릇

고대 이스라엘인은 배타성 아닌
상대 신까지 포용하며 복음전파
우리 교계 외형보다 교양 키울때

국회에서 준비중이던 차별금지법안이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로 무력화됐다. 법안에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다. 법안 반대를 주도한 보수 기독교인들에겐 평등과 인권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보다 유대의 율법이 우선시된다. 그러면 과연 고대 유대인들은 어땠을까.

한국가톨릭학술상 수상작인 <구약성경과 신들>(한님성서연구소 펴냄)의 지은이인 주원준(45) 박사를 만났다. 독일의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9년간 구약학과 고대근동언어를 공부하고 온 그는 서강대에서 구약성서와 히브리어, 고대 근동종교를 강의중이다.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서 신학교에선 손도 대지못하는 고대의 문서들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주 박사는 차별금지법 논란에 대해 “예수가 안식일에 아픈 사람을 고쳐주고 밀밭을 지나가다가 밀이삭을 뜯어먹자 바리새인들이 맹비난하며 죽음으로 몰아갔다. 당시 예수는 사람을 살리는 게 율법이라고 했다. 그 이후 기독교는 유대교와 달리 율법의 절대화에서 벗어나 상대화했는데, ‘유대의 율법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복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기독교에서 율법을 고대의 바리새인처럼 적용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를 교회에서 받아들이기가 힘들기는 하지만, 사형수에게도 복음적이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에게 시민법적 차별을 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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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차별금지법 발의 의원과 정당에 대해 낙선운동, 정당 해체까지 거론하는 등 반대운동이 격렬해지고 있다. 보수 교회와 단체가 모인 ‘차별금지법반대 범국민연대’ 회원들이 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 법안이 동성애를 합법화하고 국가정체성에 혼란을 준다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주 박사는 히브리어와 근동언어로 직접 구약과 고대 문건을 읽는 전문가답게 한발 더 나아간다.

“구약성경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이스라엘은 고대에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론, 페르시아, 로마 등 강대국에 눌려 살던 만년 약소국이었다. 그들 틈에서 장사를 해 살아남아야 했기에 주변국 사람들이 믿는 신과 문화를 이해하며 신용을 쌓아야 했다.”

이스라엘은 아주 작은 나라여서 주변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영향을 받는 나라였다. 그렇기에 인근 지역의 신들의 표상까지 폭넓게 소화해 영성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약성경은 배타성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열린 영성, 소통의 영성으로 야훼신앙을 지켜나가는 여정을 담은 책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현재 보수 기독교를 지탱해주는 배타적 신앙은 16세기에야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악마의 우두머리’ 정도로만 인식되는 바알신에 대해서도 학자적 해석을 제공한다.

“바알은 메마른 팔레스타인 지역에 비를 내리게 해 곡물이 자라고 가축이 새끼를 낳게 하고 풍요와 돈을 가져다주며, 성적 능력까지 갖춘 신이다. 그러니 얼마나 매력적이었겠는가.”

그는 “자기 희생의 본질보다는 교회에 다니면 복을 받는다는 구복신앙들이 과연 누구를 믿는 신앙이겠느냐”는 물음으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돈과 권력을 탐하며 살아가는 세속과 달리 교회는 헌신과 사랑을 강조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교회도 이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참 달라지지 않는다.”

그는 한국에서 가톨릭이 평신도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받아들여지고,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을 처음부터 함께 추구한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평신도 신학자가 절반을 차지하는 독일의 신학교들과 달리 평신도에겐 교직 한자리 나눠주지 않는 성직자 위주의 분위기와 세속화를 염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교회 안에서 평신도들의 권한이 강화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왜일까.

“성당에서 높은 직책을 맡은 평신도들 가운데 성직자에겐 보스 모시듯 수그리고 평신도들 위에 군림하며 막 대하는 게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 내 세속주의·출세주의’를 비판하며, “그렇게 하면 교회 안에서 출세할 수는 있겠지만 예수의 제자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한 메시지를 교회다운 교회로 회귀시키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주로 성직자를 향한 것이지만 그는 평신도에게도 절실하다고 본다.

“한국 가톨릭은 신자가 불어나고 외형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미사에 나가고, 돈 내고, 사제에게 밥 사주는 신앙은 잘하지만, ‘그리스도교 교양’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정착되지 못했다.”

주 박사는 “선교 300년을 앞두고 있으니 이제 성직자만이 아니라 신자 자신이 복음에 따라 살고, 수입의 일정 금액 정도는 나누는 데 쓰고, 억울한 사람은 만들지 않고 도우며, 복음적 다큐멘터리를 보고 독서를 하는 ‘그리스도적 교양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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