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스님의 첫 서양제자로
폴란드 관음선종 설립 도와
계룡산 무상사서 49재 봉행
세계에 한국의 선(禪)을 전한 숭산 스님(1927~2004)의 첫 서양제자로, 숭산 스님이 세운 관음선종의 유럽 책임자인 우봉 선사(63·사진·본명 야콥 펄)가 지난 17일 열반했다.우봉 선사는 프랑스 파리의 사자후선원에서 수행자들을 지도하다 잠시 방에 들어가 쉬던 중 입적해 유럽과 한국의 제자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폴란드계 미국인인 고인은 1972년 미국에서 숭산 스님을 처음 만나 참선에 입문했으며 1978년 숭산 스님을 도와 폴란드에 관음선종을 설립했다. 이어 1984년엔 관음선종의 지도법사가 되어 미국과 유럽에서 수행지도를 했고, 1993년엔 숭산 스님으로부터 ‘깨달음을 인정한다’는 표시인 전법게를 받았다.숭산 스님을 만나기 전 일본의 세계적 선승 스즈키 로시 스님, 티베트 닝마파의 타르탕 툴쿠 스님 등과 수행했던 그는 “일본 선불교는 엄격하고 티베트불교는 복잡하다는 느낌인 데 반해 한국불교는 간단명료하고 직설적이며 수행방법면에서 융화적·화합적”이라고 평한 바 있다.1987년 결혼한 부인 자미(56·본명 그라지나 펄)와 사자후선원을 이끌던 그는 유럽 10여개국을 돌며 모든 수행 방식과 참선을 한국식으로 진행했다. 지난겨울 동안거 3개월간은 국내에 들어와 경북 봉화의 사찰에서 참선을 지도하고 돌아가기도 했다.우봉 선사는 동안거 때 법문에서 “내가 스무살 때는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았지만 점차 내 몸이 변하고 오랜 친구들이 사라지는 걸 보아왔다. 그렇기에 여러분이 아주 젊다고 해도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지 말라. 낭비할 시간이 없다. 삶과 죽음을 이해하고 싶다면 나중이 아니라 지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지도로 참선 수행해온 재독 화가 이승연(56)씨는 “반항과 회의를 날카로움과 자비의 눈빛으로 받아주며 순간순간 깨어 있도록 이끌어준 스승이었다”며 애도했다.다비식은 23일 파리 현지에서 거행됐으며, 계룡산 무상사에서 23일 초재에 이어 7일 간격으로 오전 10시 49재를 지낸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