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줄일 수 있는 두 가지 주문
*백화점 명품세일에서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 한겨레 이정아 기자
“필요한 물건인지, 사고 싶은 물건인지 생각해보라.”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어디에선가 들은 말이다. 당장 다 쓰고 없는 휴지는 필요한 물건이므로 사야겠지만, 예쁜 머그컵은 필요하다기보다 사고 싶은 물건이므로, 돈을 아껴야 한다면 사지 않아도 되는 물건이 되는 것이다.
내 경우엔 돈을 쓰기에 앞서 되놰 보는 두 가지 문장이 있다.
하나는 “사지 않아도 돼”.
또 다른 하나는 “없어도 돼.”
“사지 않아도 돼”는 모든 것을 꼭 돈을 주고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돈 주고 사지 않아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빌리든지, 있는 것을 재활용하든지, 버리는 물건 중에서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는지 하는 것이다.
얼마 전 노트북이 고장났다. 서비스센터 직원은 “이런 경우 보통은 새로 산다”고 했다. 새로 살까하고 매장을 다녔는데 왠지 새로 사는 것이 아까웠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 몇 명한테 문자를 보냈다. “노트북 안 쓰는 거 있으면 빌려주거나 싸게 팔 사람~” 요즘은 집마다 노트북, 데스크톱 포함해 두어 개씩은 컴퓨터를 갖고 있으므로, 누군가 안 쓰는 노트북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오빠한테서 연락이 왔다. “최근에 가벼운 걸로 새로 사서, 예전거 안쓰니까 가져가라고.” 이렇게 묵혀두었던 노트북은 새생명을 찾았고 나는 괜한 소비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또 다른 주문 “없어도 돼”는, 말 그대로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물건과 갖고 싶은 물건’ 중에서 ‘갖고 싶은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필요한 물건’이지만 없이 사는 불편을 감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전기장판을 쓰지 않는다. 따끈한 바닥이 그리울 때, 도시가스 요금을 아끼고 싶을 때 전기장판을 쓰고 싶긴 하다. 특히 몸살 감기라도 걸리면 쩔쩔 끓는 바닥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 구조가 싫고, 전자파가 싫고, 폐기하기도 어려운 두껍고 커다란 몸체가 보기싫어서 사지 않는다. 처음엔 갖고 싶어서 “안사도 돼”라는 컨셉으로 주변에 안쓰는 전기장판 있으면 달라고 수소문했으나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포기하고 “없어도 돼”로 전환한 것이다.
전기장판처럼 편리하진 않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찾으면 늘 있기 마련이다. 고무 핫팩이나 탕파에 뜨거운 물을 넣거나 붙이는 핫팩을 몸 위에 올려놓으면 몇 시간은 뜨뜻하게 그런대로 만족스럽다.
"없어도 돼"주문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 물건이 없을 경우 생활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해 보는 것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면 실제로 물건이 생활에 얼마나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지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큰 사이즈의 가방이 마음에 들어 사고 싶다면, "그 가방이 없을 경우 나는 생활이 불편할까?"하고 그 가방이 있을 때 가방의 용도와, 그 가방 없이 기존의 가방을 쓰는 상황에 대해 상상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경우 그 물건을 살 필요가 없어진다. 기존의 가방으로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고, 내가 그 가방을 사고 싶은건 단지 그 물건에 마음이 혹했던 거니까.
워낙 소비를 조장하는 광고가 넘쳐나고, 필요한지 여부를 생각할 틈도 주지 않을 만큼 예쁘고 그럴싸한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소비하기 앞서 이 두 가지 주문을 하나씩 대입해 보면 어떨까. 어떨 땐 이 닦고 커피마시는 것처럼, 쇼핑욕구가 뚝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경험상 소비를 적게 하는 건 휴심을 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물건을 사려면 이것저것 따져야 해서 피곤하고, 물건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것도 힘들고, 돈은 돈대로 없어서 힘들다. 욕구를 줄인 만큼 삶이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