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행에 들어가는 길
샨티데바의 입보리행론, 청전스님 옮김
자비의 화신으로 불리는 달라이 라마가 법문 중 가장 많이 인용하는 경전이 <입보리행론>이다. 일체중생을 위해 깨닫겠다는 마음을 내겠다는 내용의 917개 게송이 담겨 있다. 불교문학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티베트의 중관학자 샨티데바 스님의 저작이다.
종기가 난 사람의 몸처럼
닿으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있는 이 몸
갈애渴愛에 내가 눈멀었다면
이것으로 상처받는 것은 누구에게 화를 낼 것인가?
어리석은 자는 고통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고통의 원인에는 애착한다.
자기의 허물로 비롯된 해악에
화를 내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42쪽, 보리심 전지품 13~15게송]
10년 전 청전스님이 번역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했는데, 청전스님이 다시 산스크리트본과 티베트본을 텍스트로 삼아 오역을 바로잡고 운율을 살려 읽을 수 있도록 했다.
1977년 송광사로 출가한 청전스님은 달라이 라마의 제자다. 출가 후 10여 년 동안 제방의 선원에서 수행하던 중 동남아 구도여행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87년부터 현재까지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시봉하며 수행하고 있다.
청전스님이 <입보리행론>을 우리나라에 소개한 인연도 달라이 라마와 이어진다. 달라이 라마가 읽으라고 준 책 가운데 하나였다. 2003년 한국인을 위한 특별법회의 교재가 <입보리행론>이었다.
청전스님은 “2004년으로 기억되는데, 법문 중 달라이 라마께서 한국의 전통 목탁을 치며 이 부분(2장 1절~3장 22절)을 읽어 나가도록 했다. 마지막엔 법회에 참석한 모두가 그 감응과 감동으로 제대로 읽어나가지 못하고 울면서 독경을 마쳤다”고 이 책의 머리말에서 회고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윤회 속에서 / 금생과 또 다른 생에서 / 내가 몰고 지은 허물과 / 시켜서 짓게 한 죄악”(2장 28절)을 참회하며 “허공 끝에 이를 때까지 / 갖가지 모든 중생계에도 / 그들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날 때까지 / 제가 그들 삶의 근원이 되게 하소서(3장 22절)”라는 보리심의 서원으로 이어진다.
샨티데바가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마음을 굳이 꼽으라면 다음의 세 게송이 아닐까.
세상의 모든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모든 것은 남을 위하는 데서 온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하는 데서 온다.
많이 말을 할 필요가 있는가?
어리석은 이는 자신을 위해서 일하고
부처는 남을 위해서 일한다.
이 둘의 차이를 보라!
자기의 안락을 남의 고(苦)와
완전히 바꾸지 않는다면
부처를 이룰 수 없고
윤회 세계에서도 안락은 없다. [162쪽, 선정품 129-131 게송]
정성운 기자 | woon1653@hanmail.net
*이 글은 불교포커스(www.bulgyofocus.net)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