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성서읽기
남미 신학 탐방단의 홍인식 지도교수의 지도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민중성서읽기를 하고 있는 신학대학원생들.
해방신학의 핵심중 하나가 ‘민중성서읽기’다. 목사나 신부가 읽고 해석한 성서를 일방적으로 평신도들에게 가르치는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읽는 것이다. 그럴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멕시코장신대 홍인식 교수도 아르헨티나에 살때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앙감리교회에서 노숙자들과 민중성서 읽기를 했다.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사마리아의 여인 일화는 여러번 남편을 바꿔 여섯번째 남편과 사는 부정한 여인이 예수를 구주로 영접해 정화된다는게 일반적인 읽기다. 그런데 함께 성서를 읽던 여자 노숙인은 “내가 바로 그 사마리아 여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한번도 남편을 바꾼 적이 없다”며 “남자들이 나를 강간하고 가지고 놀다가는 아이가 생기면 도망가버리곤 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남자들은 그러고도 돈을 벌어오지 않는다고 나를 때렸지만, 나는 남자들이 버리고 간 아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안 해 본일이 없다”고 했다. 그 여자노숙인의 주장대로라면 부정한 인간은 그가 아니라 그를 능욕하고 책임지지도 않은 여러 남자들인 셈이다.
이번 탐방을 기획하고 동참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 배경임(50) 부장도 지난 2007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예지교회의 ‘구타 당한 어머니 쉼터’ 전도사로서 민중성서읽기를 한 적이 있다. 평생 매 맞고 다니고, 도망을 가고 이혼을 해도 소영이 없이 쫓겨다니는 이들을 신학적 지식만으로 위로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1년간 함께 성서를 읽으면서 그들은 스스로 자존감을 찾아가고, 신과의 관계를 회복시켜갔다.
배 부장은 같은 방식의 성서 읽기에 목회자들도 설교를 힘들어하고, 듣는 이들도 천편일률적인 일방적인 설교로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민중성서 읽기가 결여됐기 때문으로 본다. 그는 한국식 해방신학으로 볼 수 있는 민중신학도 민중성서읽기가 빠진게 한계가 아니었나싶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의 진보운동이 한계점에 이른 것도 민중성서읽기와 같은 현장성이 빠지고 엘리트주의에 경도된데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정부는 아이들이 계속 학교에서 쫓겨나 거리로 나서고 죽어가는 등 이미 낳은 아이들은 내팽개친 채 출산율 제고 등 공허한 소리만 외쳐대고, 진보적인 학자들도 관에서 연구비 지원이나 받는 것에나 기웃거리지 정작 민중들이 실제로 고통 받는 것을 연구하고 고뇌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학문이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어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운동과 진보운동 성패를 ‘민중들을 포(for·위하여) 가 아니라 위드(with·함께)’하는 현장성의 회복 여부로 본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