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단들이 느낀 해방신학
한국에서 온 목사후보생들과 3시간 동안 열띤 질의 응답을 주고 받은 상파울로감신대 신학과 교수들
상파울루감신대에서 이 대학 인문법학장이자 해방신학 2세대 선두주로 꼽히는
한인 1.5세 교포 성정모 교수와 함께한 탐방단들
`통전적 선교'의 창시자인 레네 파딜라 박사(오른쪽) 부부
탐방단과 함께 기도를 올리는 레네 파딜라 박사 부부
이번 탐방에 함께한 12명의 신학대학원생들은 기초공동체나 교회 뿐 아니라 신학대학교를 찾아 남미의 신학에 대해 들었다. 이 대학에서 교수를 하는 독일인 헬무트 교수가 민중신학이나 한국적 상황에 대해 물었을 때,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학생들은 서구신학만을 편식하며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 대해 알지 못하는 자신을 깨닫기도 했다. 장신대학원생 홍창현씨는 유학을 가서 다른 나라 신학을 공부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상황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성찰이 무엇보다 중요하겠다”고 말했고, 호남신학대학원생 배성현씨는 “한국의 독창적인 역사를 더 공부할 필요를 느꼈고, 한국의 상황에서 해야할 일을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신학생들에게 충격은 현장과 분리되지않은 신학자들의 삶이었다. 탐방단이 방문해 3시간동안 대화한 상파울로감신대(종합대) 신학과 교수 4명은 모두 현장 사역을 병행하고 있었다. 헬무트 교수도 독일연합감리교회 파송 선교사로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5년간 사역하다가 이 대학에 왔다. 남미 대학의 전통은 신학자들이 반드시 현장 사역지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번 탐방단을 이끈 멕시코장신대 홍인식 교수도 아르헨티나 해방신학의 산실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연합신학대(ISEDET) 교수로 재직하던 1999~2002년 인디오보호구역에서 사역했다. 그는 현재 이세대 학장인 메르세데스 가르시아 바흐만 교수와 함께 매달 한번씩 버스를 12시간이나 타고, 다시 인디오들의 지프차를 세시간이나 더 타고 차고지역으로 들어가 1주일간 그들과 함께 먹고 함께 자며 지냈다.
학생 중 장신대학원생 이혜선씨는 “처음 해방신학이 투쟁적이란 선입견 때문에 그들을 탐방하는 것도 두려웠지만 신학과 삶이 일치된 종교인들의 모습에서 책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동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김양우씨는 “나를 깨고 부수고 깨우고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했고, 최은정씨는 “20대 초반부터 신앙과 삶의 괴리가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 이런 사역의 모델들을 보면서 해답을 찾아가게 됐다”며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한 상황에서도 빈민촌 기초공동체에 헌신한 자이메 신부를 보면서 희망과 기쁨과 감사를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또 최지영씨는 “목회자가 되려하면서도 현실에 나이브했다는 반성이 들었다”며 “앞으로 인문학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한국 기독 청년들이 나아갈 방향을 좀 더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호씨는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며 “이로써 고착화된 교리를 넘어서는 설교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수진씨는 “신학을 공부하면서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했다”며 “자유롭게 민중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항상 내가 답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신대학원생 김승민씨는 “교회 안에만 묶여 있었던 나의 신학에 ‘해방’을 준 사건이었다”면서 “지금까지 신학을 배우고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지 않는 교회를 보며 방향을 잡을 수 없었는데, 현장과 함께 하는 해방신학을 보면서 교회가 정말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장신대학원을 졸업생인 최윤승 목사는 “한국 교회의 신뢰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여기에 있지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탐방의 실무자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 박현철 간사는 “신학과 신앙이 분리되지 않고, 신학하는대로 신앙하는 이들의 삶에 큰 울림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평생 빈민들 속에서 살아오면서, 신앙과 실천이 어우러진 ‘통전적 선교’를 주창한 노학자 레네 파달랴(82) 박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 연구실을 찾은 한국의 목사 후보생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하나님은 사랑에 대해 얘기만 하는 것을 원치않아요. 하나님은 사랑을 살기를 원하지요. 행동을 통해 그 사랑을 보여주길 원합니다.”
조현종교전문기자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