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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배 산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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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진.JPG

프란치스코 교황. AP 뉴시스



세계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77) 교황이 오는 8월 14일부터 4박5일 방한한다고 10일 교황청이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의 주목적은 8월13~17일 대전일원에서 개최되는 8회 천주교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이다. 교황은 성모승천대축인 15일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성인의 탄생지인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가톨릭 청년들과 대화를 하고,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이어 17일엔 충남 서산 순교터인 해미순교성지에서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식 집전도 주요 행사다. 시복식 장소론 광화문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해 3월 13일 최초의 비유럽권 출신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스스로 권위와 격식을 벗어던진 ‘파격 행보’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에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인 그는 <타임지>에 의해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가히 ‘프란치스코 신드롬’을 낳고 있다. 따라서 그의 방한은 한국 사회에도  미치는 여파가 적지않을 전망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직후부터 ‘황제’와 같은 호칭인 교황라는 호칭 대신 ‘로마의 주교’라고만 쓰고 있다.  숙소도 지금까지 교황이 쓰던 교황궁이 아니라 교황선거기간 동안 추기경으로서 머물던 장소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권위주의의 상징인 교회의 수장의 이런 충격적 모습은 대중들의 환호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바티칸을 찾은 관광객은 전임 베네딕토 교황 때인 2012년 230만명의 세 배에 달한 660만여명에 달할 정도다. 이처럼 겸손한 교황의 모습은 ‘제왕적 통치자’로서 인상이 짙은 박근혜 대통령과 극적인 대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비권위적인 풍모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변함 없는 유교적 권위주의 문화를 성찰케 할 수도 있다.


 또 하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목받는 것은 개혁가적 면모다. 교황은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비판하며. 자신의 생일엔 노숙자들을 초청했다. 또 바티칸 은행의 모든 활동을 조사하고 보고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어 ‘자금 세탁, 테러 자금 조달, 대량 살상 무기 확산의 예방과 근절을 위한 자의 교서’를 발표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금융안정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선 부정이 드러났음에도 책임자 처벌은 커녕 재발 방지책도 내놓지않은 현정권을 비판해온 한국 가톨릭 사제·수도자들의 주장을 지지해줄만한 행보다. 가톨릭에선 1970~80년대 독재정권 시대에 저항하면서 ‘양심의 사도’라는 이미지를 얻으면서 초고속성장세를 보이는 한국 가톨릭의 성장에 날개를 달개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대선개입 부정에 대한 사제들의 비판을 ‘사제의 정치 참여’로 매도해 비판한 염수정 추기경이 교구장을 맡은 서울대교구 위주로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가 꾸려지고, 총독 처럼 군림하는 ‘구악 스타일’이란 비판을 받아온 오스발도 파딜라 주한교황청대사가 여전히 교황청과 한국의 교량 역할을 맡고 있어, 교황의 방한의 무게 중심이 어디로 이동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교황이 방한일인 14일 청와대를 방문한다. 또  16일엔 충북 음성 꽃동네를 찾는다. 오웅진 신부의 꽃동네는 한국 가톨릭의 대표적인 사회복지 시설이기도 하지만,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미 교황의 행선지에서 교황의 배가 한국에서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황이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어떤 기여를 할 지도 관심사다. 교황은 방한을 마치는 18일 명동성당 미사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공표할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환영 메시지에서 “교황의 방한은 아시아 여러 교회 중 분단된 한국의 교회를 제일 먼저 찾음으로써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염원하며 아시아 청년들과 함께 기도하기를 원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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