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 상담원의 말을 믿지 마라
상담원분들의 잘못이라기보다, 이 분들은 기업의 전체적인 상황을 잘 모르고. 특히 정보 유출 후에는 매뉴얼화된 응대 방법을 기준으로 대처하기 때문에 그 이외의 상황에 대해서는 무조건 “아니다”라고 일관하기 때문이다. 알고 싶은 내용이나 의심가는 사항이 있으면, 상담원의 대답을 있는 그대로 믿지 말고 “그럴 리 없다. 다시 확인해서 알려달라. 안그러면 관련 부처에 신고하겠다”고 강력하게 말해야 한다.
최근 롯데카드 정보 유출 내용이 알려진 직후의 일이다.
나는 이미 몇 년전에 카드를 해지했는데 고객정보가 유출됐다고 나왔다. 해지한 지 몇 년이 지났기 때문에, 결제 계좌가 어떤 것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계좌를 없앨려고 해도 없앨 수가 없었다.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그 정보는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아닌가. 헐. 갖고 있지 않은 정본데 어떻게 유출이 되나. 황당해서 계속 따졌더니 확인해 본다고 하고 이틀 후엔가 계좌정보를 알려줬다. 이런 식이다. 잘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확인해보고 연락주겠다고 처음부터 할 것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왜 "없다"고 마음대로 단언하는지 기가 막히다.
나랑 비슷한 상황이었던 지인은 "그 정보는 없다"고 한 상담원의 말만 믿고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이런 사람이 한두명이 아닐 것이다. 황당하다.
이번에 또 개인정보 유출된 올레의 경우.
정보유출 사실이 보도된 후 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유출여부 확인위해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되는 창이 떴다. 그런데 주민번호를 입력해도 에러가 나고 유출 여부 확인이 안됐다. 몇 번 입력했는데도 계속 안돼 포기했다. 주말을 넘기고 다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정보유출 확인 방법이 주민번호 뿐 아니라 휴대폰 인증 등이 추가되면서 복잡해졌다. 지난주 내가 봤던 입력창은 뭐란 말인가? 혹시 올레 사이트를 사칭한 해킹 사이트로 잘못 연결돼 주민번호만 계속 입력해준 건 아닌지 겁이 났다.
올레 고객센터에 전화해 자초지종을 말하고, 유출정보 창이 바뀐거냐고 물었더니 “주민번호만 입력해서 확인하는 방식은 몇 년 전에 없어졌고, 유출정보 확인 창은 오늘부터 떴고 그 전엔 없었다”고 하는 게 아닌가. 헐. 그런 나는 해킹 사이트에 연결된 지도 모르고 주민번호를 계속 넣어줬단 말인가. 뭔가 이상해서 정말 주민번호 입력 방식이 없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고 했다. 만약 그렇다면 올레를 사칭한 사이트가 있다는 것인데, 그러면 이것도 새로운 문제 아니냐고 주장했다. 상담원은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그런 경우는 없다"고 했고, 내가 계속 물어보며 전화를 끊지 않자 확인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몇 분 후 전화를 한 상담원은 “개인정보 유출 보도 후 잠깐 주민번호를 입력해 확인하는 창이 떴는데, 그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어서그 창은 곧 닫았다”고 하는 것 아닌가. “잘 모르는 내용이면 확인해보고 알려줘야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그런 건 없었다고 하는건 무슨 경우냐”며 나는 열을 냈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기업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상담원 교육 방식과 유출에 대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잘못했다고 사죄하며 당장 굽신거릴뿐, 실제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처하는 방식은 정보유출한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보유출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 불매운동을 해서 회사가 망할 수도 있는 정도의 심각한 상태가 돼야 한다. 특히 올레처럼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기업은 더더욱 그렇다.
정보유출 대처 근본적인 방법은 결국 "가능한 단순하게, 최소한으로"밖에 없는 듯 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회원가입을 최소한으로 한다.
포인트 등 때문에 가입하지만 얼마 안되고 정보유출 위험도 있다. 몇 푼 할인보다 나의 개인정보가 훨씬 소중하고 비싸다는 것을 명심하자. 인터넷쇼핑할 때도 얼마든지 비회원으로 주문할 수 있다.
가입을 해야할 경우 꼭 필요한 정보 이외의 개인정보는 입력하지 않는다. 생년월일을 꼭 주민번호에 있는 그대로 입력할 필요도 없다. 주민번호 정보대로 입력할 경우, 개인정보를 알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주소도 끝자리까지 정확하게 입력할 필요도 없다. 병원에서 접수할 때 왜 꼭 주소까지 쓰라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전화번호만 정확해도 연락할 수 있으니, 주소는 필요하지 않다. 불필요한 정보라고 판단되면 작성을 거부하거나, 엉터리 가짜 정보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인터넷 사이트나 금융사 등에서 회원 탈퇴할 경우, 개인정보와 계좌 등을 철저히 삭제한다. 계좌와 신용카드의 경우 입출금 내역 등의 정보가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이 있을 땐 신중해야 한다. 미리 내역을 확보해 두던가, 금융사는 그대로 두고 계좌나 카드 번호를 새로 발급받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인터넷 쇼핑 뿐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계산할 때도 카드보다 현금을 쓰면 어떨지. 인터넷쇼핑은 계좌이체를 할 수 있고 현금영수증 신청할 수 있다. 현금소득공제율이 카드보다 높고, 인터넷사이트와 카드 단말기업체, 결제대행 업체 등을 통해 카드정보도 이미 엄청나게 유출된 만큼 카드를 안 쓰는 것도 방법이다. 현금을 쓰면 소비도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또 카드는 카드사용 수수료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카드를 많이 사용할수록 물가가 오른다고 할 수 있다. 그 비용이 물품과 서비스 가격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아무리 친절하게, 고객을 위하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해도, 그것은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 이윤을 얻기 위한 기업의 생존법칙일 뿐, 절대로 내 정보와 개인적인 상황을 나처럼 위해주지 않는다.
기업이 적으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모두 믿고 그대로 하지 말고, 한번쯤은 의심해보고, 불필요한 정보나 잘못된 관행은 이의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거부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에 관해, 기업들은 아직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내 정보는 내가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