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재정 장부 보기 참 힘드네
제자교회·분당중앙교회·100주년기념교회 중에 사랑의교회가 배울 곳은?
5월 1일 <경향신문>에서 기사 두 개가 유난히 눈에 띈다. 하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개정안을 국회가 통과시켰다는 소식이다.
프로축구연맹의 개혁 드라이브 내용은 무엇일까. 우선 구단들의 팀 연봉을 공개하도록 했다. 연봉이 높은 구단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선수들 간의 위화감', '구단 재정 확대 부담'등 핑계를 들어서 반대했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구단의 재정은 늘 비밀이었고, 그 음지에서 여러 비리가 저질러졌으며, 이로 인해 K리그의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연맹은 판단했다. 한국 축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혁 드라이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자본시장법'이다. 그중에 '5억 원 이상 받는 대기업 등기 이사의 연봉을 공개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기업 200여 곳의 임원 600여 명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주주들이 임원 연봉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기업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은 예상대로 '사회적 위화감', '반기업 정서'등을 이유로 반발했지만, 국회는 강행했다.
한국 사회가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이지만 투명 사회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뉴스다. 스포츠계와 경제계가 이러한데, 우리 교계는 어떨까.
▲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당회에 교회 재정 장부 열람을 요청했다. 교회 측은 아직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투명 사회, 걸어가는 세상과 기어가는 교회
재정 장부를 놓고 한쪽에서는 열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덮자고 하는 공방을 벌이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저항감은 일반 사회보다 훨씬 심하다. 성역(聖域) 의식이 하늘을 찌른다. 장부 열람과 관련한 사례를 몇 가지 꼽아 본다.
가장 먼저, 목동에 있는 제자교회다. 재정 문제를 제기했던 교인들은 정삼지 목사가 3억 6000만 원을 횡령했다고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32억 6000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에서 21억 4600만 원을 횡령한 죄로 최종 2년 형을 받았다. 처음 의심한 숫자에서 6배 이상 큰 비리의 실체가 밝혀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인들은 재정 장부를 보려고 했고, 교회는 결사적으로 막았다. 장부 열람 신청 교인들을 징계하고, 법원의 허락이 떨어졌음에도 불응했다. 장부를 보여 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가관이었다. 제대로 된 증명 자료도 없이 담임목사가 수십억 원을 맘대로 쓴 것이다. 교인들이 장부를 열어 보지 못했고 검찰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지금도 교인들의 헌금은 목사의 뒷주머니로 쏙쏙 빠져나갔을지 모른다.
제자교회가 재정 문제로 극심한 몸살을 앓으면서 양화대교 건너에 있는 100주년기념교회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교회는 매월 재정 내역을 공개한다. 유인물로도 나눠 주고, 인터넷에도 PDF 파일을 올려놓아 누구든지 다운로드할 수 있다. 담임목사 월급부터 몇 천 원짜리 문구 용품을 구입한 것까지 날짜 순서대로 깨알같이 기록했다. 드러내려야 더 이상 드러낼 것이 없고, 감추려야 도무지 감출 도리가 없다. 재정을 공개하는 것은 교회의 부끄러움이 아니라 교인들의 자랑스러움이다.
극과 극인 제자교회와 100주년기념교회
▲ 제자교회 정삼지 목사는 검찰 조사 결과 처음 교인들이 제기한 액수보다 훨씬 많은 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교회와 교인들 간 재정 장부 열람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제 사랑의교회로 넘어가자.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교회 재정 장부를 보자고 당회에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답이 없다. 교인들은 재정과 관련해서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 많은 장로들 중에 담임목사의 월급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 한다. 교인들에게는 수천억짜리 화려한 건물에 무임승차하지 않기 위해 건축 헌금을 내야 할 책임은 있지만, 자기의 헌금이 어떻게 관리되고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알 권리는 없는 셈이다.
사랑의교회 교인들 역시 재정 장부를 보자는 쪽과 이를 경계하고 반대하는 교인들이 맞서고 있다. 일단 재정이 공개되면 그 내용을 토대로 온갖 소송에 시달릴 것이라는 논리가 퍼져 있다. 제자교회처럼 장부를 열어 보니 감추어져 있던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아마도 교인들은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보다는, 분당중앙교회처럼 아무런 비리도 없지만(?) 소송에 시달려서 정신적·금전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교회가 입게 되는 것을 걱정할지도 모른다.
분당중앙교회 사례가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활용하는 인터넷 카페에 소개되었다. 일종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분당중앙교회 사건을 통해서 배워야 할 내용이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분당중앙교회도 담임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이 법원에 장부 열람 신청을 했고, 결국 장부를 보게 되었다. 그 내용을 가지고 소송을 벌였다. 누군가는 그로 인해 벌어진 형사 고소만 3000건이라고 썼다. 사실이 아니다. 한 교회에서 형사 고소가 3000건이나 있었다면 이는 기네스북에 오르고도 남을 기록이다. <뉴스앤조이>가 취재할 당시 30건 정도였고, 그중 절반 정도는 교회 재정 문제와 무관하게 교인들끼리 감정이 상해서 벌인 소송전이었다.
참고로 야사(野史) 하나만 소개한다.
양쪽 교인들의 주장을 다 들은 다음 교인들에게 "재정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목사가 교회에서 쫓겨나야 할 만한 것은 아니다"고 말해 주었다. 윤리적으로 문제는 있지만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담임목사 반대 교인들은 그러한 말을 몹시 섭섭하게 생각했지만, 담임목사의 재정 비리를 밝히는 소송은 결국 모두 패했다.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를 인터뷰했다. 우리가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것은 교회 재정을 펀드에 넣어 불리려고 한 것과 인재를 양성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장학 기금의 금액을 늘렸는데 늘어난 액수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 유학 중인 자기 자녀에게 지원한 부분이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목회 윤리적으로 바람직하냐는 것이었다. 최종천 목사는 자기 나름으로는 잘하려고 애를 썼으나 외부 시각으로 볼 때 부족함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 분당중앙교회는 최종천 목사의 재정 운영 방식을 두고 갈등이 있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운용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분당중앙교회는 극심한 몸살을 앓았지만, 최종천 목사는 그 사태를 계기로 재정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운용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속 쓰리고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는 대신 교회가 건강해진다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경우보다야 훨씬 나은 경우다.
소망교회 역시 원로목사가 담임할 당시에는 엄청난 액수를 아무 증빙 자료 없이 자기 마음대로 썼고, 심지어는 재정 장부까지 태워 없애는 일이 벌어졌다. 교회는 세습 문제와 재정 문제로 수년 동안 극심한 혼란을 겪었지만, 김지철 목사 체제로 안정된 지금은 단돈 1만 원도 영수증이 없으면 큰일 난다고 했다. 불편함은 있지만, 그것이 훨씬 맘 편하고 안전하다고 말한다. 소망교회 역시 투명한 구조로 가기 위해 비싼 수업료를 낸 것이다.
비싼 수업료 치른 분당중앙교회와 소망교회
재정 장부를 열람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문제 앞에서, 제자교회처럼 될 수도 있고, 분당중앙교회처럼 될 수도 있고, 100주년기념교회처럼 될 수도 있다. 사랑의교회는 누구를 본받고 어느 길을 가고 싶은가.
작년 여름, 몇몇 경제 관련 매체에 '사랑의교회가 교회 재정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내부 프로세스 효율화를 위해 SAP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교회 최초로 미국 복음주의교회재정책임위원회(ECFA)에 가입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이 9월에 완료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대로라면 사랑의교회는 지금 가장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재정을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 내용도 실속 없는 언론 플레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재정을 공개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쓸 것이냐, 교회 헌금을 정직하고 올바르게 관리하고 사용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 것이냐, 양자택일은 결국 지도자들의 철학과 교인들의 양식에 달려 있다. 팽팽하게 대립하는 어느 한쪽만의 문제일 수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 교인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올바른 결정을 하지 못한다면, 교회 공동체에 필요한 산소가 그만큼 희박하다는 증거이고, 주님의 제자들이 도대체 그 안에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고, 수많은 사람들이 알아 왔고 기대해 왔던 '그런'사랑의교회는 이 땅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 주는 것이다.
수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단체가 <뉴스앤조이>에 재정 비리가 있는 것처럼 기자회견을 하더니 검찰에 고발했다. 사전에 손발이라도 맞춘 것처럼 통일교 핵심 간부 출신이 만든 이단 옹호 언론이 '횡령, 탈세, 사기성 모금', 이처럼 온갖 추잡한 단어를 총동원해서 맞장구를 쳤다. 국세청 직원들이 재정 장부를 가져가서 일주일 동안 탈탈 털었다. 털면 먼지 나는 것이 상식인데, 이단 옹호 언론에게는 미안하지만 먼지가 안 났다.
물론 행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회사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중간에 공중에 붕 뜨는 상황이 일시적으로 벌어졌다. 잠시 개인 회사 꼴이 되어 버렸고, 그때 부득이 개인 통장에서 입출금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내용은 다 소명이 되어서 무혐의가 된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약해서'벌인 잘못과 '악해서'벌인 잘못을 구별해서 다룬다는 이야기를 누차 설명했다. 우리도 행정 절차에 약해서 실수한 부분이 있었다. 남들의 약한 점에 대해서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가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은 많은 사건들은 알고 보니 '약해서'벌어진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 100주년기념교회는 매월 재정 내역을 공개한다. 담임목사 월급부터 문구 용품 구입 내역까지 기록했다.
재정 내역을 유인물로 나눠 주고, 인터넷에도 PDF 파일을 올려놓아 누구든지 다운로드할 수 있다. (100주년기념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약해서 벌인 실수와 악해서 저지른 잘못
80년대 중반에 교회를 개척해서 약 30년 동안 목회했고, 지금은 수천 명이 모이는 큰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사 한 분을 얼마 전에 만난 적이 있다. 재정 관리와 집행과 관련해서 작년 말 교회 안에서 잡음이 일어났다. 초기에 적절하게 조치하지 못해서 일이 조금 커졌다. 그런 와중에 만나게 되었다. 자신은 재정을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쓴다고만 생각했지 그것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평생 해 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옛날 목회자들이 대개 좀 그랬다.
"설령 말씀을 바르게 전하는 것이 목회의 핵심이고 재정 문제는 부수적이라 해도, 비본질적인 부분에 하자가 생기면 본질적인 부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지금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더니, "김 대표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다른 나라에 가서 외국어를 듣는 것처럼 어렵다. 하지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고 나서 재정 문제와 그로 인해 촉발된 인사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 나가겠다고 교회 평신도 리더들에게도 선언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대인(大人)다운 면모를 보여 준 것이다.
일반 사회도 느리지만 서서히 투명 사회로 변신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시대적 압력에 몰리고 밀려서가 아니라, 세상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주도적이고 자발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재정 운용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라는 단체가 여러분을 도울 것이다.
재정 투명성이 최종 목적은 아니다. 하지만 우선 투명해야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재정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올바르게 집행할 수 있게 된다.
십일조 도둑놈은 누구?
말라기 3장의 십일조와 예물 도둑질이 왜 일어났는가. 온 백성들이 온전한 십일조를 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제사장들이 십일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좋은 것은 빼돌리고 병든 제물을 하나님께 바쳤기 때문이다.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는 데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꼴을 보고 백성들이 십일조 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말라기서는 교인들보다 목사들이 더 반성하면서 읽어야 할 말씀이다. 교인들한테 헌금 생활 똑바로 하라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목사들부터 교회 재정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운용해야 한다.
사랑의교회가 재정 공개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제를 놓고 또다시 악수(惡手)를 두지 말고 오히려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아서, 죽어 가는 한국교회에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 주었으면 좋겠다.
뉴스앤조이 편집인 김종희 (jhkim)
*이 글은 뉴스앤조이(www.newsnjoy.or.kr)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