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스의 구세주, 이솝
"이솝과 겨룬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그와 겨룰 생각이 전혀 없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죽던 날 이솝의 내공을 인정하며 한 말이다.
*벨라스케스의 '이솝'
기원전 6세기 인물인 이솝은 외모는 소크라테스보다 더 추했으나 천재성은 소크라테스보다 더 빛났다. 이솝은 머리가 크고, 눈은 검고 날카롭게 찢어졌으며, 턱은 길고, 목은 휘고, 종아리는 두툼하고, 발은 컸으며, 입도 큼지막하고, 곱사등에 배불뚝이고 말더듬이였다고 한다. 그가 아프리카 흑인이었을지 모른다는 설도 있다.
빅토르 위고가 쓴 <노트르담의 꼽추>에서 노트르담 사원의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는 이솝을 모델로 한 것은 아닐까. 죄없이 누명을 쓰고 죽은 콰지모도처럼. 이솝도 델포이를 여행하던 중 주민들로부터 신전의 신물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절벽에서 떠밀려 죽은, 비운의 인물이다.
*사모스섬의 모습
노예였던 그는 어린 시절 머나먼 땅으로 잡혀가 아테네의 부유한 시민에게 팔렸다가 노예상에 의해 그리스의 사모스까지 왔다고 한다.
그가 사모스에서 크산토스란 철학자의 노예로 있을 때 사모스에 우환이 닥쳤다.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이 세금과 조공과 추징금을 보내달라고 협가한 것이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려 명령에 따르려 했다.
그때 이솝은 리디아로 가서 특유의 지혜로서 왕을 설득해 사모스를 구한다. 두려움에 떨며 강국 리디아의 식민지가 되어 노예의 길을 선택하려는 사모스인 앞에서 노예 이솝은 이렇게 말했다.
"운명은 이 생에서 인간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해주었다. 하나는 자유의 길로, 시작은 고되고 견디기 힘들지만 끝은 아주 평평하고 견디기 쉽다. 또 다른 길은 노예의 길로, 처음은 들판처럼 가볍고 평평하지만 끝은 매우 혹독하고 크나큰 고통 없이는 걸을 수 없다."
<그리스인생학교>(조현 지음, 휴) '15장 천재 지식인들의 섬, 사모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