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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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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불명후 현역복귀한 90살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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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올해 아흔 한살인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한양원 회장이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지는 고비를 넘기고 29년째 지켜온 ‘민족 종교의 수장’으로 복귀했다.


 한 회장은 지난해 11월말 서울 망우동에서 승차를 거부한 택시에서 다시 내리다가 오른쪽 대퇴부 골절의 중상을 입었다. 그의 가방이 문에 끼인 줄 모른 채 택시가 출발해버벼 한참을 끌려간 아찔한 사고였다. 지병인 당뇨 수치가 높아 즉각 수술을 받지 못한 그는 다리를 절단할 뻔 했으나 며칠 뒤 수치가 안정돼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이틀 만에 깨어난 그는 2주간 중환자실을 거쳐 3개월가량 입원 치료를 해야 했다.


 지난달 27일 그는 언제나처럼 검은 갓에 흰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나타났다. 특유의 차림에 논리정연한 말투와 유머로 늘 좌중을 압도하는 그는  “이번엔 꼼짝 없이 다시 세상 구경 못하는 줄 알았다”면서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지난 2012년 10월에도 7대 종단 지도자들이 함께 떠난 중국 유교의 성지순례 때 숙소 목욕탕에서 넘어져 골반이 금가는 부상을 입고도 곧 회복하는 노익장을 과시했었다.


 그는 1950년대부터 서울에 올라와 ‘우리 시대 마지막 선비’로 꼽혔던 성균관대 설립자 심산 김창숙(1979~62) 선생을 모시며 현대사의 숱한 인물들을 만났다. 조병옥, 장택상 같은 당대 정치인들로부터 요정에서 술도 많이 얻어 마셨다는 그는 숱한 일화를 간직한 야사의 증인인 셈이다.


최근 그는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정치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옛날 같으면 당신들은 깜냥이 비서 밖에 안 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고 한다. 담대하고 통이 큰 대통합의 정치가 아쉽다는 뜻이었다. 어떤 반응이 돌아왔냐고 물으니 “나이 구십이 넘은사람한테 뭐라 하겠어요? 그냥 섭섭하대요.”란다. 한 회장은 정치권뿐 아니라 종교계에도 큰 어른이 없는 점을 많이 안타까워했다.


  민족종교인 ‘갱정유도회’ 도정이기도 한 그는 종교 지도자로서, 천주교의 노기남 대주교·김수환 추기경, 불교의 효봉·청담·경봉 스님, 개신교의 강신명·한경직 목사 등 수많은 인물들과 교분을 쌓아왔다. 그는 그 가운데 "행동이 무거웠던 효봉 스님과 강신명 목사가 가장 인상에 남는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한경직 목사가 정치적 인물이었다면 새문안교회 강신명 목사는 진심으로 존경할만한 어른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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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김창숙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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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교회 강신명 목사



 그는 요즘엔 ‘심산과 같은 결기 있는 큰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자신이 목격한 일화도 몇 가지 소개했다.  

 “삼성이 아주 오래 전부터 600년 전통을 가진 성균관대를 탐냈는데, 하루는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형 이병갑 사장이 심산을 찾아와서는 봉투를 하나 건넸다. 심산은 비서인 윤종(윤봉길 의사의 아들)에게 ‘봉투에 뭐가 들었는지 보라’ 하더니 ‘5억원 수표가 들어있다’고 하자 침을 뱉어 던지며, ‘이러면 내가 성균관대를 어서 가져가라고 내놓을 줄 알았느냐’고 호통을 쳤다.” “심산은 일제 때 독립운동을 하다 끌려가서도 전혀 타협하지 않아 고문 후유증으로 앉은뱅이가 되는 바람에 우리가 업고 다녀야 했다. 선생은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과 밀약을 통해 우리 전통을 말살하고 기독교 국가를 만들려 하고, 독재를 한다며 늘 호되게 비판했다.”


 젊은 시절 통일교 문선명 교주에게 주역을 가르치기도 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관련해 “주역의 괘로는 한반도 통일이 가까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냉전이 끝나고도 남북한만 갈라져 있는데, 여전히 강대국의 이해에 우리의 미래를 맡겨버리면 끝내 그들의 먹잇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서, 오는 5~6일 전북 남원시 사랑의광장에서 ‘제13회 전국서당문화 한마당대회’를 통해 강경(옛 경전 읽기)·한시·서예 등의 실력을 겨루는 전통의 향연을 연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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