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가가 골병이 들었다”면서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악을 수용하고 협조하는 죄”라고 질타했다.
강 주교는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경향잡지> 6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관피아들과 공조 체제를 이루며 불의와 비리를 양산해 온 사업가들, 규제를 완화하며 이러한 세력을 대대로 양산해 온 국가 지도층이 아이들을 바다 속으로 쓸어넣었다”며 “사회의 불의와 비리를 고발하고 밝혀야 할 언론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모두가 입을 다물고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우리는 이 사회의 관행이 되고 일상화된 불의와 비리의 고리를 파쇄하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하며, 진실이 묵살당하고 정의가 억압당할 때 침묵과 외면으로 비켜가는 무책임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주교는 “국가 공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만 역사 속에는 국가의 이름으로 고귀한 인권이 무참히 유린당한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며 “국가기관이 개입됐다고 해서 무조건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밀양 송전탑은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송전하기 위한 것인데 원전을 운영하고 감독하는 고위 공무원과 관계자들이 뇌물을 받고 불량부품 납품과 문서위조를 눈감아 줬다가 97명이 기소되는 사건이 터질만큼 비리와 고장과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이런 원전에서 후쿠시마형 사고가 터지면 세월호 참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밀양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목숨 바쳐 울부짖어 온 것은 개인의 땅 문제가 아니라 방사능 재앙에 대해 온 국민에게 던지는 예언적 경고”라고 밝혔다.
조현 논설위원 겸 종교전문기자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