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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남편은 탐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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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남편은 탐해도 되나요?”
백소영 교수, 여성의 눈으로 본 ‘간음하지 마라’ 계명 강의


가톨릭뉴스지금여기 한수진 기자  |  sj1110@catholicnews.co.kr 
승인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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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소영 교수 ⓒ한수진 기자 


“십계명에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면 이웃의 남편은 탐해도 되는 걸까요?”

지난 5일 서울대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와 인문-신학 아카데미가 공동으로 주최한 청년신앙강좌 ‘지금 여기로 걸어 나온 십계’에 강사로 초청된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인문과학원)는 강의를 시작하며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십계명에서 당시의 사회구조와 편견을 분리하고 지금 시대에 하느님이 인간에게 전달하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찾기 위해서다. 백 교수는 십계명 중 ‘간음하지 마라’와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마라’의 의미를 ‘성과 사랑, 소비자본주의―‘부드러운’ 가부장제로부터 성과 사랑을 해방하라’를 주제로 풀어냈다.

십계명에 덧씌워진 사회구조를 벗기고 보편성을 찾아야

백 교수는 먼저 두 계명이 감추고 있는 ‘화자’와 ‘청중’이 모두 남성이라고 지적했다. 성경에서 십계명을 설명할 때 주어를 남성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는 여성이 청중의 자격을 갖지 못하던 시대였다. 해당 계명에서 ‘아내’만 언급한 것은 남성이 남성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이에 대해 “한 사회의 원칙은 권력을 가진 특수 그룹의 편견과 이익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두 계명에서 백 교수가 특수 그룹으로 지목한 대상은 가부장제 안의 남성이다.

십계명뿐 아니라 성경 전체가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의 시각으로 서술한 기록이다. 실제 성경에서 여성의 등장 횟수는 남성에 비해 적고 그나마 남성의 소유물이나 악한 존재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백 교수는 “성경 안에는 하느님이 인간 공동체에 바라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강조하면서 “특수 그룹의 편견을 벗겨내고 살아남아 있는 보편성을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과거 인류 역사에서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방식이 사회 조건에 따라 달라진 것에 주목했다. 성경이 쓰인 시대에는 남성이 여성을 강하게 통제하고 여성의 생사에 대한 권한까지 갖고 있었다. 인류 역사 초기에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을 공포와 경외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남성은 농경 발달과 전쟁을 통해 중요한 위치를 갖게 되면서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담론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근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의 물리력보다 지식과 전문성이 높게 평가받으면서 더 이상 성별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됐지만 여성 통제 담론은 ‘폭력적’이던 강한 통제에서 ‘부드러운’ 통제로 변화했다. 백 교수는 이를 가능하게 한 장치가 바로 ‘로맨스와 결혼’이라고 지적했다.

신분제가 무너져 사랑을 전제로 한 결혼이 가능해진 것과 동시에 사회구조는 생산과 소비의 공간 분리로 인해 성별 분업이 확고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여성과 남성은 존재적으로 평등하나 기능적으로는 위계적’이라는 담론이 근현대 가부장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을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나 백 교수는 “로맨스와 결혼이 결합된 20세기 가정은 21세기의 삶에서 더 이상 유리한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용 유연성이 가져온 불안정한 노동은 여성과 남성에게 똑같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을 몰두하도록 만들었다. 타인에게 시간을 들이고 감정을 소모하는 것이 사치로 여겨지고, 가족이 되어 경제력을 공유하고 돌봐야 할 상대가 있다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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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가 가르친 ‘간음하지 마라’는 율법의 의미는 오늘날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가르침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한수진 기자 


‘간음’과 ‘탐욕’ 금한 계명의 핵심은 ‘관계’ 

이렇게 결혼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시대에 ‘간음하지 마라’는 구시대의 계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백 교수는 예수의 산상설교에서 그 답을 찾았다. 마태오 복음에서 예수는 군중들에게 “음욕을 품고 여자를 바라보는 자는 누구나 이미 마음으로 그 여자와 간음한 것이다(마태 5,28)”라고 가르쳤다. 백 교수는 예수의 이 가르침이 “결혼제도의 유지나 남성과 여성의 성별 제한이 아닌 인간의 관계성에 핵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수의 가르침은 여자든 남자든 한 인간을 너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으로 바라보지 마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나와 다른 사람을 물질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고, 상업적이고 성적인 시선으로 응시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는 ‘관계적 시선’으로 상대를 대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보편적인 가치가 아닐까요?” 

백 교수는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 상대를 ‘응시’의 언어가 아닌 ‘의미’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바라본다면 “‘간음하지 마라’는 하느님의 가르침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실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신앙강좌 ‘지금 여기로 걸어나온 십계’는 마지막 강의와 순례를 앞두고 있다. 12일 오후 4시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엄기호 박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쉼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는 계명이 신자유주의 소비문화 시대에 던지는 의미를 청년들과 함께 탐구한다. 17일에는 5.18 광주민중항쟁 33주년을 맞아 광주 망월동으로 순례를 간다.

*이 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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